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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새로 나온 책

2012년 2월 2주 새로 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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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를 존경하는 런던의 서른네 살 젊은이가 총 대신 꽃을 들었다.

“일인 탄소발자국(한 사람이 소비하는 탄소에너지를 땅의 넓이로 환산한 수치)은 2.2헥타르이며 지금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자연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은 1.8헥타르다. 지구는 경작할 수 없는 땅에 나무를 심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세계 경작지를 66억 인구로 나누면 한 사람당 축구장 넓이의 반인 2000㎡가 돌아간다. 경작하지 않는 땅을 포함하면 2만㎡에 이른다. 하지만 인류의 15%에 지나지 않는 사람들이 1억4800만㎢의 땅을 차지하고 있다. 그들은 자기 땅에 법과 철망으로 된 울타리를 쳐놓고 있다. 이렇게 ‘모자라는 동시에 방치된’ 땅에 꽃을 심고 나무를 가꾸어야 한다.”

<게릴라 가드닝>의 지은이 리처드 레이놀즈는 그렇게 버려진 땅에 씨앗을 뿌리는 행위를 혁명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온실가스로 더워지는 지구를 파탄으로부터 지키자는 주장과 함께 “거대한 농장의 담장을 무너뜨리는 것은 트랙터이며 동시에 탱크다”라는 체 게바라의 말을 호기롭게 인용하면서 책의 서두를 연다. 하지만 뒤로 가면서 원예학을 전공한 소시민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버려진 땅에서 지은이가 읽은 것은 이웃을 잃은 도시의 삶이다. “쓰레기가 쌓이고 주정뱅이가 쉬를 하는 땅의 존재는 공동체가 존재하지 않거나 자긍심과 결속력을 잃어버렸다는 증거다.” 게릴라 가드닝은 공동체의 회복을 위한 몸부림이다. 굳이 버려진 땅, 폐허가 된 집터가 아니어도 증거는 곳곳에 있다. 잡초가 우거진 도로변, 민들레꽃이 점령한 중앙분리대나 로터리, 딱딱하게 굳어 물이 스며들지 않는 가로수 둘레, 벌레가 끓는 시멘트 담장이나 울타리 아래…. 그런 곳을 일구다 보면 하나둘 이웃을 얻게 되고, 나아가 뜻하지 않게 지구를 구하게 될지도 모른다.

게릴라 가드닝
리처드 레이놀즈 지음, 여상훈 옮김/들녘(코기토)

꽃으로 혁명! 씨 뿌리는 게릴라들
남의 땅에 몰래 꽃·채소를 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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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은 어려운 것도 아니고 접근하지 못할 것도 아니에요.”

아, 뭔가를 어지럽히는 대화다. 동양고전 『주역』(周易)을 기반으로 쓰인 시집 『오랫동안』(문예중앙)을 펴낸 장석주(57) 시인. 그는 대화의 기술마저 주역을 닮았다. 간명하나 원리를 꿰뚫고, 그러면서도 상대를 품는 대화법이다.

장 시인은 2003년부터 『주역』을 파고 있다. 그런데 『주역』이 무엇이냐 물으면, 알듯 말듯한 대답만 늘어놓는다. 선문답을 닮은 이 대화법 덕분에 상대편은 텅 빈 사유의 공간을 얻는다.

장 시인은 『주역』을 8년쯤 읽고 보니 “지식의 몽매함을 깨닫게 된다”고 했다. “앎이란 작은 모름에서 큰 모름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도 했다. 그러니까 내가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 그게 진짜 앎이라는 게다.

그래서 이런 시집이 나왔다. 그는 『주역』을 탐구하며 내내 지식을 비워내는 기쁨을 체험했는데, 그 때문에 해설서가 아닌 시가 쏟아졌다. 그는 “『주역』을 읽으면 읽을수록 해석의 무가치함을 깨닫게 됐다. 머리의 해석이 아니라 몸의 시로 그 체험이 나온 이유”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장석주 지음/문예중앙

『주역』이 운명을 말한다면 시인은 긍정을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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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은 실천적 사례를 통해서 '긍정적 이탈(positive deviance)'이라는 독특한 개념을 창안한다. 사회에는 언제나 색다른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해서 해결책을 찾아내는 성공적인 예외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똑같이 줄지어 가는 행렬에서 이탈해 새로운 길을 만들어내는 '별종'인 것이다.

아프리카 서부 내륙국인 니제르의 사막지대에는 혹독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토종 나무를 심어서 30년 만에 사막을 녹지대로 바꿔냈다. 제 나이에 비해 키가 작은 성장 지연증(遲延症)을 앓고 있는 볼리비아 고원지대의 어린이들은 식생활을 바꾸도록 해서 변화를 가져오는 등 이 책은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2008년 뉴욕타임스는 '긍정적 이탈'을 '올해의 아이디어' 가운데 하나로 선정했으며, 이들의 홈페이지(positivedeviance.org)에도 매달 3000여명이 신규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다. 예외를 그저 별난 예외로만 치부하지 않고, 창조적 예외가 사회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 저자들의 시각은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동시에 낙관적이다.

세계 각국의 개별적인 사례를 다룬 현장 보고서들을 모아놓은 듯한 책의 헐거운 구성이 다소 아쉽다. 하지만 찬성 대(對) 비판, 편입 대 저항이라는 이분법적 도식으로만 사회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실천을 통해서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저자들의 메시지는 따뜻하면서도 건강하다. 이런 '긍정적 이탈'을 가로막는 장벽은 상명하달(上命下達)의 관료적 내부 구조에 있다는 저자들의 지적은 현재 우리 사회에도 무척 유용할 듯하다.

긍정적 이탈
제리 스터닌.모니크 스터닌.리처드 파스칼 지음, 박홍경 옮김/알에이치코리아(RHK)

별종은 빼버리라니? 예외 속에 답이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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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살펴 본 내용보다 신문서평이 너무 좋다.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인터뷰를 가장(?)한 품인록이다. 우리에게 품인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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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가 너무 훌륭해 감탄했는데, 뭡니까 앞부분에 있는 거, 신문에 이미 썼던 칼럼은 대체 왜 넣은 거예요?"

"그게 인터뷰만으론 책 한권이 안 돼요. 그리고 그거 진짜 잘 쓴 글 아냐? 그렇게 잘 쓴 건 한번 더 써도 돼."

다른 필자였으면 이렇게 답했을 것이다. "그게, 출판사에서 넣자고 해서…."

칼럼과 인터뷰로 짜인 새 책 '남자의 물건'을 낸 김정운(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은 글쟁이의 트레이드마크인 염결성(廉潔性)이 없다. 그에겐 없는 게 또 있다. 우선 겸손. "겸손은 지독한 오만함"이며 자기는 잘난 척해도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룸살롱과 아이폰의 공통점은 '터치'라 주장하는 김정운은 곳곳에 '자기 비하 유머'를 심어놓고 한국 남자들에게 권한다. "당신도 정치 얘기 말고 다른 얘기를 좀 해봐." 그 가상함에 여자들의 지갑이 열릴 것 같다.

남자의 물건
김정운 지음/21세기북스(북이십일)

수컷들이여, 폼 잡지 말고 척하지 맙시다
‘똥폼’잡는 한국 남자들아… 그대만의 ‘물건’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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