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惡은 태어나고 자라고 성숙하고 늙고 죽는다

2012.05.17 07:30 行間/돈 안되는 정치

악惡은 태어나고 자라고 성숙하고 늙고 죽는다

세상의 모든 사물과 마찬가지로 악도 태어나고 자라고 성숙하고 늙고 죽는다. 악의 태어남은 여러 외형을 가지지만 거짓과 뻔뻔스러움과 천박한 허영은 그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힘이 없는 악은 의미가 없다. 악이 악다워지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권력이든 물리적인 폭력이든 재력이든, 지식이나 기술 혹은 특수한 재능이든 상대를 강제하거나 마비시킬 수 있는 힘을 지녀야만 악답게 자랄 수가 있다.

힘을 가지고 자라난 악은 또 나름의 성숙을 지향한다. 악이 공격성을 드러내면 사회의 대응도 적극적이 되어 분쇄 혹은 절멸의 의지로 나타나지만 그같은 사회의 대응을 견뎌낸 악은 보다 강한 내성을 얻어 더욱 굳건히 자라 가며 분식할 탈을 세련시킨다.

악도 성숙하고 지혜로워지면 권위를 가진다.

어떤 악은 제 키를 가리고도 남을 면죄부를 찾아내 완숙해진다. 완숙한 악은 자신에 의해서가 아니면 파괴되지도 절멸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상대방은 그럴수록 더 치열하게 파괴와 절멸의 의지를 불태운다.


노신은 이미 백여년 전 "페어 플레이는 아직 이르다"고 했다. 물에 빠진 개는 때려야 한다. 왜냐하면 개는 아무리 짖어대더라도 도의道義같은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개는 헤엄칠 줄 안다. 언젠가는 땅으로 기어 올라올 것이다. 그런 뒤에도 성품은 변하지 않는다. 혹여 불쌍히 여기거나 참회하여 사람을 물지 않은 것이라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그것도 엄청난 착각이다.

"악마가 정말 본성상 악한 존재라면, 그가 하는 행동은 한결 같이 악행이겠지만, 그는 어떤 경우에도 그걸 악이라고 느끼지 못할 것이 틀림없다." 이진경의 "악마의 계단"을 읽었다. '악마'라는 부분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다만 느끼지 못해서 자신의 '도덕적 무결함'을 말하는 것은 악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힘이 없는 악은 의미가 없다. 악이 악다워지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 악은 성숙하고 지혜로워지면 권위를 가지게 된다. 점점 완숙해진다. 완숙한 악은 타인에 의해서는 파괴되지 않는다. 자신에 의해서가 아니면 파괴되지도 절멸되지도 않는다.

"다른 누군가가 권력을 얻을 기회를 만들어주는 자는 자멸한다"고 마키아벨리의 말을 잘 새겨야 한다. 혹자들은 권력 투쟁으로 매도할지 모르지만 사실 권력 투쟁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된다는 말이 있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주지와 따르는 몇 명의 상좌만 바꾸면 많은 중은 떠나지 않아도 된다.

아직 페어 플레이는 이르다. 지금은 아직 페어만 할 수는 없다. 노신의 말을 잘 새겨야 한다. "어려울수록 해야 한다." 혁명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작은' 개혁을 바랄 뿐이다. 물에 빠진 개를 떄려잡고 개혁을 바랄 뿐이다.

어려워도 해야 한다. 어려울수록 해야 한다. 자고로 개혁이 순풍에 돛 단 듯이 진행된 적은 한번도 없다. 개혁에 냉소적인 사람들이 찬성하는 것은 개혁이 효과를 본 뒤이다. _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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