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3주 새로 나온 책

2012.05.21 09:00 行間/새로 나온 책

평생 딱 한 번, 아주 특별한 딱 한 사람과의 유일무이한 사랑이라! 그것도 그 특별한 상대가 누군지도, 언제 나타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좋아, 운 좋게 딱 한 번의 천생연분을 마침내 발견했다고 치자고. 과연 그 상대도 자기의 천생연분을 단박에 알아볼까? 백번 양보해서, 또 그렇다고 쳐. 서로를 알아본 바로 그때, 그 상대의 처지가 뒤늦게 나타난 천생연분과 어찌해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거 정말 흥미진진한 걸? 정교해, 놀~라워! 당장이야 하트 뿅뿅 눈들을 해가지고 행복에 겨워 서로를 바라보겠지만, 두고 보라고. 그 구역질나는 꼴이 얼마나 오래갈지. 이제 이 거짓말을 인간들이 믿어주기만 하면 게임 끝. 킬킬킬.

그동안 우리가 사랑에 대해 잘못 알아온 착각과 속임수를 낱낱이 까발리고, 털끝만큼의 의심도 없이 믿어온 ‘관계 통념’ 때문에 우리의 관계가 얼마나 불행으로 치닫고 있는지 조목조목 밝혀낸다. 또한 이러한 통념들이 남녀관계에서 어느만큼 막강한 파워를 발휘하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통념으로부터 벗어날 때 우리의 삶과 관계가 얼마나 자유로워질 수 있는지도 깨닫게 한다.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남녀관계에 관한 ‘그릇된 통념’에 대해 저자는 돌려 말하지 않는다. 유쾌 상쾌 통쾌하기 그지없다. 가령 검은머리가 파 뿌리가 될 때까지 사랑하겠다는 ‘혼인서약’을 하게 되면 바람을 피우거나 부정한 짓을 덜하게 되는지, 정말로 ‘만약 상대가 ~ 했다면’ 관계가 좋아질 수 있는지, ‘사랑한다면 마땅히 ~해야(혹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하는지, 우리가 그동안 아무런 의심 없이 믿고 있었던 ‘관계 통념’들을 깊이 들여다보고 어떻게 하면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지 그 방법에 대한 솔루션을 제안하는 것이다.

악마가 꾸민 계략에 빠져 통념을 가지고 있는 인간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이상한 나라의 연애학개론>의 저자 팀 레이는 이 '이상한 나라'에서 '통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연애학'을 말한다. (번역을 이렇게 한것인지 아니면 원래 이런 투인지 알 수 없지만) 책은 맘대로 니 좋을대로 읽어도 좋다고 한다. 순서대로 읽는 것도 좋지만 끌리는대로 생각나는대로 읽는 것이 악마의 계략에서 벗어나는 법, '통념 타파기법'에 좀 더 빨리 활용할 수 있지않을까.

이상한 나라의 연애학개론
팀 레이 지음, 전해자 옮김/행성B잎새

나도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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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짧은 미국은 ‘고전’이라고 할 만한 예술 분야가 드물지만 재즈만큼은 ‘미국의, 미국을 위한, 미국에 의한 것’이다. 뉴올리언스로 유입된 아프리카 노예들의 음악이 그 뿌리인 만큼 떳떳한 기원은 아니지만 ‘유럽 전통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미국인에게 재즈는 자부심 그 자체다.

데이비드 베이커 미국 인디애나 주립대 재즈학과 교수는 이 책에 대해 “지금까지 저술된 재즈 책들 가운데 의심할 나위 없는 최고 작품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책은 젤리 롤 모턴, 듀크 엘링턴, 루이 암스트롱, 마일스 데이비스 등 천재적인 음악인들을 추적하고, 그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오늘날 재즈와 재즈 문화사를 조명한다. 종래의 재즈 역사에 대한 접근방식에서 탈피한 점이 이 책의 미덕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문화, 사회, 정치, 경제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그들을 반영하는 하나의 힘으로서 재즈를 묘사한다.

재즈 Jazz
개리 기딘스.스콧 드보 지음, 황덕호 옮김/까치글방

재즈의 아버지들에 바치는 ‘인물 열전’
78개의 음반으로 말한다, 재즈란 이런 것
기존 재즈 교과서의 강력한 경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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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은 원래 의료계 용어였다. 병원 내 상주 수련의와 보조 의사를 통칭해 프랑스어 'interne'이라 불렀다. 1960년대 들어 각 분야로 퍼졌고, 20세기 말 탈산업화와 함께 '가변적 노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은 각종 비영리 단체까지 무보수 인턴 덕분에 굴러간다.

세계 최대의 인턴십 프로그램을 자랑하는 디즈니랜드. 검표원, 모노레일 기관사, 미키마우스 가면을 쓴 배우까지 직원 절반(연간 7000~8000명)이 인턴이다. 유니폼은 지급되지 않고, 파랑과 흰색이 섞인 가슴 명찰로만 식별될 뿐이다. 지원서에는 희망 부서를 셋까지 쓸 수 있지만 말 그대로 희망일 뿐이다. 인기 쇼인 '캐리비안의 해적' 공연에 캐스팅될 수도 있다는 말에 왔다가 화장실 청소나 햄버거 굽기만 하다 가는 경우도 있다.

계약서엔 업무도 보수도 언급이 없다. 하지만 일의 강도는 정규직 수준이다. 대개 12시간 교대제이나 실제는 오전 6시에 시작, 자정 넘어 끝난다. 그래도 항상 활짝 웃는 '디즈니 얼굴'에 '디즈니 말투'까지 갖추지 않으면 해고다.

산학 협동 모델로 칭찬받기도 한다. 실제로는 값싼 노동력을 편법적으로 확보하는 기회로도 활용된다. '인턴 채용 정신'에 부합하려면 전문적인 직무 교육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지만 디즈니랜드엔 없다. 최저임금(시간당 7달러25센트) 외에 혜택은 놀이동산 무료이용권. 그래도 인턴들은 견딘다. 이력서에 디즈니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다.

기회의 문이어야 할 인턴제가 빈익빈 부익부를 조장하기도 한다. 조건과 전망이 좋은 유명 인턴직일수록 돈과 인맥이 든든한 특권층 자녀 손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정규직으로 이어질 확률도 높다. 반면 빈곤층은 형편상 무보수 인턴 생활을 이어가기 어렵다. 기회가 주어져도 생활비를 벌기 위해 부업을 겸해야 한다. 화이트칼라 진입을 위해 대가 없이 일하면서 당장 생계를 위해서는 블루칼라 세계에서 임금을 받고 노동해야 하는 역설이 일어난다.

'경험'을 위해 일하는 인턴들이 늘어날수록 '생계'를 위해 돈 벌어야 하는 이들의 일자리는 점점 줄어든다. 그런데도 모두가 침묵한다. 대학도 의회도 사회단체도 '인턴 사용자'이기 때문이다. 이력서의 '빛나는 한 줄'을 위해 인턴 당사자나 부모들도 다 부당한 구조를 참는다.

청춘 착취자들
로스 펄린 지음, 안진환 옮김/사월의책

인턴하던 10대 소녀들이 갑자기 왜 매춘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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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0년 에스파냐 국왕 페리페 2세는 '정부 파산선고'를 한다. 당시 그는 유럽의 패권을 놓고 전쟁을 거듭하면서 막대한 전비(戰費)를 부자 상인들에게 빌려서 충당했다.

그것도 단기 차입 방식이었다. 만기가 돌아오면 또다시 단기 차입을 하며 돌려막기를 하다 결국에 두 손을 들어버린 것. 에스파냐는 그 후로도 1575년부터 1653년까지 모두 6번이나 파산선고를 했다. 1660년대에는 정부 수입 중 70%가 이자 지불용으로 사용됐다. 국운이 기울 수밖에 없었다. 저자가 서문에서 "오늘 우리가 겪는 모든 일들은 대부분 오랜 인류사에서 유사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하듯 최근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들의 국가 파산 위기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서울대 서양사학과 주경철 교수가 조선일보 인기 주간 연재 칼럼 '히스토리아'의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신문 지면의 한계 때문에 다 쓰지 못했던 내용을 보충하고 다양한 화보를 실어 이해를 돕는다. 프랑스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주 교수는 그동안 '테이레시아스의 역사' '신데렐라 천년의 여행' '대항해시대' '문명과 바다' 등 다양하고 묵직한 주제의 연구서를 펴냈다. 이번 책은 오랜 역사 연구 과정에서 섭렵한 다양한 독서와 시사문제를 다루는 역사가의 감각이 돋보인다. 다루는 주제는 동서양과 고금을 종횡무진한다. 신문에 실렸을 때는 시사적이었던 내용이 책으로 엮으니 다양한 역사적 사건의 뒷이야기를 전하는 작은 백과사전 같은 느낌이다.

히스토리아
주경철 지음/산처럼

에스파냐 '파산왕'부터 마지막 원시인까지… 파란만장 인류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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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초제조업자 아들인 벤저민 프랭클린에서 아칸소주 촌뜨기인 빌 클린턴에 이르기까지 미국사회는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사회의 전형으로 여겨져 왔다. 통계들은 이를 증거한다. 미국 400대 부자 중에서 부를 물려받은 이가 1980년대 중반에는 200여명이었지만, 2004년에는 37명뿐이었다. 2005년 현재 미국인 4분의 3은 계급 상승 기회가 30년 전과 같거나 그보다 많아졌다고 생각한다. 연줄과 배경보다도 성실과 교육이 성공의 주요 요소라는 믿음은 ‘아메리칸 드림’의 핵심을 이룬다.

이 책이 주목하는 것은 이러한 믿음과 실제 현실과의 거리다. 한편에선 계급의식 및 언어가 퇴조하는 ‘계급의 종말’이 이야기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계급 상승의 사다리가 사라지는 계급 재편성이 이뤄지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전체 소득을 다섯 단계로 나눴을 때 1980년대에 한 단계에서 다른 단계로 올라가는 가족은 1970년대보다 줄었고, 1990년대에는 더 줄었다. 미국의 사회이동이 영국이나 프랑스보다 활발하지 않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한다.

이 책에서 활용하는 계급 판별의 기준은 교육, 소득, 직업, 재산이다. 이 네 기준들이 서로 결합하여 한 개인의 계급적 위치를 결정하고, 이는 다양한 불평등을 낳는다. 학력·소득·직업·재산의 정도에 따라 건강, 수명, 배우자 선택, 종교, 교육 기회, 소비, 거주 등을 포함한 일상생활의 뚜렷한, 결코 쉽게 건널 수 없는 차이가 드러나게 된다. 이 차이에 담긴 불평등의 현실을 이 책은 옴니버스 영화를 보듯 생생히 묘사함으로써 미국사회 불평등이 어떻게 구조화되고 재생산되는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이 책이 주는 선물의 하나는 책을 읽으면서 문득문득 우리 사회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이다. 미국사회와 우리 사회는 분명 삶의 방식과 사회생활이 적잖이 다르다. 그러나 책에서 펼쳐지는 불평등의 풍경은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을 갖게 한다. 교육에 모든 것을 걸지만 계급 상승의 사다리는 사라지고, 강남과 강북으로 대변되는 주거 지역에 따라 지리적 재배치가 진행되며, 명품소비와 이를 추종하는 짝퉁소비, 그리고 짝퉁소비마저 허락돼 있지 않는 하층계급 소비문화의 풍경은 바로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지 않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한국은 미국과 유사한 불평등 구조에 이미 도달해 있다. 보론에서 신광영 중앙대 교수가 밝히고 있듯이, 2009년 미국과 한국에서 상위 10%의 임금과 하위 10%의 임금 비율은 각각 4.86과 4.74를 기록했다. OECD 국가 중 가장 불평등한 나라 1위와 2위였다. 지난 4월 조세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OECD 국가 가운데 전체 소득에서 상위 1%의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은 17.7%로 1위를, 한국은 16.6%로 2위를 차지했다. 사회 양극화와 계급구조화에서 우리 사회는 이미 ‘미국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 책은 불평등의 해법에 대해선 암시만 할 뿐 충분히 펼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불평등을 가져오는 원인들을 다시 생각하면 해법은 분명하다. 하층 계급에게 더 많은 교육 기회를 부여하고, 일자리를 제공하는 노동시장을 개혁하며, 소득 및 재산에 대한 전향적인 조세정책을 모색하는 것이 바로 그 대안이다. 불평등을 치유하며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튼튼한 복지국가를 구축하고 이를 위해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는 것 이외의 다른 방도는 없다. 사라져가는 계급 사다리를 다시 건실하게 만들고, 더 많은 기회, 더 많은 평등, 그리고 이를 통한 더 많은 정의를 성취해 가는 것은 민주화 25년을 맞이한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대한 시대적 과제다.

당신의 계급 사다리는 안전합니까?
뉴욕 타임스 지음, 김종목.김재중.손제민 옮김/사계절출판사

아직도, 문제는 계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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