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시가 이제 쓸모없는 세상이 돼버려서 그는 떠났다

2012.11.14 07:30 行間/향기로운 시와 소설

김남주 유고시집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창작과 비평사, 1995)을 샀다. 시인의 부인 박광수가 엮었다. 시인의 떠남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법 없이도 다스려지는 세상이 돼서가 아니라 시를 쓸 수가 없어서, 시인이 필요없는 세상이어서가 아니라 그의 시가 이제 쓸모없는 세상이 돼버려서 그는 떠났다."


시인
_김남주

세상이 몽둥이로 다스려질 때
시인은 행복하다

세상이 법으로 다스려질 때
시인은 그래도 행복하다

세상이 법 없이도 다스려질 때
시인은 필요없다

법이 없으면 시도 없다


박광수의 말은 틀렸다. '그의 시가 이제 쓸모없는 세상이 돼버려서 그는 떠'난게 아니다. 그의 그는 아직도 필요하고 더욱 필요한 세상이다. 그가 없어도 그의 시가 필요한 세상이 남아있다. 그래서 시인은 행복하다.

시인의 시가 필요없는 세상이 되어 시인이 불행한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야 세상은 떠난 시인이 행복한 세상이 될터이니.

시인은 "나는 이 시대를 위해서 쓴 것이지 사후의 시대를 위해서 쓴 것이 아니네. 지금 써먹지 못하면 아무 소용 없는 종이조각에 다름없네"라고 했다. 시인은 틀렸다. 시인이 살던 시대에 필요한 시이기도 하지만 시인이 죽은 이 세상에도 그의 시는 한낱 종이조각이 아니다. 가슴 속에 살아있는 울림이다.

작은 일도 성실하게 분별 있게 해내는 사람이 좋은 일꾼이고 그런 사람이 이 시대는 필요로 한다네. 혁명적 언사나 남발하고 다니는 사람이 훌륭한 일꾼은 아니라네. 아무도 모르게 숨어서 일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참으로 훌륭한 일꾼이라고 할 수 있네.

시인이 세상을 떠난 지 20년이 되어가지만, 변변한 전집이 없다. 시가 팔리지 않는 세상이라서, 더는 시가 필요없는 세상이라서. 책이 팔리지 않는 세상이라 말하는 데 시집이야 팔리지 않겠지만 팔리는 책만 만들어서야 하겠는가.

그가 전한 혁명적 금언을 읽으며 나를 다시 돌아본다.
1. 아무리 사고한 일도 먼저 질서와 체계를 세우고 침착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항상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자.
2. 적을 공격하기 전에 반격에 대한 백퍼센트의 준비 없이는 공격을 개시하지 말자.
3. 방심은 최악의 적이다. 주변 정리를 잘하자.
4. 나는 하나의 길 또는 다른 길로 발걸음을 내딛기 전에 사물의 스물네 가지 측면을 검토한다.

마지막으로 시인의 말을 나와 이 땅에 살고 있는 人民에게 보낸다. "용기와 지혜와 전투를 빕니다."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_김남주

내가 심고 가꾼 꽃나무는
아무리 아쉬워도
나 없이 그 어느 겨울을
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땅의 꽃은 해마다
제각기 모두 제철을
잊지 않을 것이다.

내가 늘 찾은 별은
혹 그 언제인가
먼 은하계에서 영영 사라져
더는 누구도 찾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하늘에서는 오늘밤처럼
서로 속삭일 것이다.
언제나 별이
 
내가 내켜 부른 노래는
어느 한 가슴에도
메아리의 먼 여운조차
남기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삶의 노래가
왜 멎어야 하겠는가
이 세상에서······

무상이 있는 곳에
영원도 있어
희망이 있다.
나와 함께 모든 별이 꺼지고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내가 어찌 마지막으로
눈을 감는가.



덧_
제목인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이 알라딘에 다른 시인의 작품이라는 알림이 있다. 창비 책 소개에 영어 제목 <If All Songs Should Disappear with Me>이 같이 표기된 것으로 보아 번역시가 틀림없어 보인다. 하지만 누구의 시를 번역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유고시집에 수록된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이 김남주 시인의 작품이 아닌 다른 시인의 작품임이 확인되어 현재 창작과비평사에서 수정판을 준비중입니다. 출판사에서 수정판이 출간될 때까지 구판을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하여 알라딘에서도 이 책의 판매를 일시적으로 중지했습니다. 수정판이 출간되면 다시 구매를 할 수 있으므로 그 때까지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김남주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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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의 시가 이제 쓸모없는 세상이 돼버려서 그는 떠났다 라는 말이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대학시절 그의 시를 자주 읽곤 했는데....아마도 젊은 날의 열정을 잃어버리고 산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되네요.
    • 오랫만에 시집을 샀고 읽었었습니다. 시집은 가끔 꺼내서 읽곤 하는데 이제는 매달 시집도 한 권은 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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