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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밥 먹여주는 경제경영

당신은 중국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 《트렌드 차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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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중국을 막연히 생각하는 것은 세계의 '생산공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소비시장'으로 변하고 있다. 아니 지금 미국을 제치고 최대 소비시장으로 등극했다. 그간 풍부하고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했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낮은 생산원가로 저렴한 가격으로 생산해 왔다. 그 대가로 지속해서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어 왔다. 경제성장의 대가(?)로 임금이 빠르게 상승해 생산공장의 지위를 잃었다.

생산공장을 잃어버린 것은 가까운 곳에 있는 한국으로서는 반기기만 한 일은 아니다. 중국은 이제 세계 최대 규모의 소비시장으로 도약하고 있다. 위기는 곧 기회이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부유해 졌지만 1인당 GDP는 2012년 기준으로 세계 88위이다. 또한, 빈부격차가 갈수록 심해져 소득 분배와 경제구조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소득격차가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렵겠지만, 중산층은 지금보다 늘어날 것이다. 중산층의 증가는 곧 수요의 성장으로 이어져, 내수 확대로 이어질 것이다. 앞으로 10년 동안 중국은 서서히 생산자의 역할에서 소비자의 역할로 바뀔 것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소비시장으로 변모할 것이다.

급격한 도시화도 주목해야 한다. 도시화는 소비의 폭발적 증가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2020년 58% 정도 도시화가 될 것이라 모건스탠리는 예측한다. 가계소득의 확대에 따른 소비력을 수용하고, 도시화를 보조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산업 성장이 필수적이다. 지금까지 중국 성장이 공업화에 기반을 두었다면, 앞으로는 도시화와 서비스화가 그 핵심이 될 전망이다.

중국인의 소득이 증대하고 도시화를 하면서 생활가치는 저축에서 소비로 변화할 것이다. 소비가 급격하게 증가하면, 중국인의 주요 소비분야도 변화게 될 것이다. 1971~84년 사이 일본 사회의 소비구조 변화로 2020년 중국에 나타날 소비행태의 변화를 짐작할 수 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식음료나 의료에 대한 소비가 감소하는 대신, 교통과 통신, 건강이나 여가문화에 대한 소비가 증가할 것이다. 물론 소비패턴의 변화는 중국 모든 소비자층에서 공통으로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중산층 이상 계층에서 먼저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해 점점 전 계층으로 확산 될 것이다.



중국 소비자 마음을 얻는 데 실패한 사례를 살펴보면 '안이하게 접근'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안이함은 노력의 부족이 아니라 전제의 잘못을 뜻한다. 한국식 안이한 전제, 즉 잘못된 고정관념을 가지고 중국 소비자에게 접근했다는 것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을 '중국시장에 대한 여섯 가지 신화 혹은 오해'라 말한다.

단일 시장의 신화 : 중국은 하나의 시장이다. 중국을 13억 소비자가 있는 '하나'의 시장으로 인식한다. 중국은 매우 복잡하고 까다로운 나라다. 중국은 단일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이나 한국보다는 여러 나라가 하나의 대륙을 형성하고 있는 유럽과 유사하다. 그냥 중국에 진출한다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어느 도시 혹은 어느 지역에 진출한다는 구체적인 접근이 필요한 이유이다. 한 나라를 단일한 시장으로 전제하고 접근해 온 우리에게는 매우 당혹스럽게 느껴지지만, 반면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새로운 시장에 진입 가능성은 늘 열려 있다. 다시 말해 중국 진출의 시점이 다소 늦었거나 특정 지역에서 실적이 좋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새로운 지역에서의 승부를 다시 도모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보편적 가치의 신화 : 같은 나이와 성별이라면 같은 가치를 추구한다.
같은 세스먼트 내의 소비자는 같은 보편적 소비가치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전제는 위험하다. 일반화하는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 중국 시장은 지역적 특성도 다양하지만, 개개인의 소비가치도 무척 다양하다.

트라클 다운의 신화 : 유행은 반드시 번져나간다. 트리클 다운(trickle down)이란 물방울이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린다는 의미로, 유행이나 트렌드가 선도적 지역으로부터 추종적 지역으로 차례로 전파되는 현상을 말한다. 중국의 도시 간 트리클 다운은 예산만큼 순조롭지 않으며, 고속철도로 세 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도시 간의 상호작용을 관찰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글로벌 기업의 격전장인 1선도시를 우회해 앞으로 트리클 업을 도모할 수 있는 지역적 교두보를 마련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후진 시장의 신화 : 현재의 중국은 과거의 한국이다. 환상이다. 따라서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서의 성공이 중국에서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따라서 중국을 한국이나 다른 시장의 시계열적인 연장 선상에서 보기보다 매우 독자적인 시장으로 인식해야 한다.

프리미엄의 신화 : 중국인은 명품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 중국에서 고가 전략을 쓰면 잘 먹힌다는 인식은 착각이다. 중국 로컬 제품과 가격경쟁이 어려워 자연스럽게 프리미엄 전략을 선택하는 것은 안이한 판단이다. 중국 VIP 소비자가 무엇을 프리미엄이라고 인식하는지 제대로 집어내지 못하면, 처참하게 실패할 확률이 높다.

한류 신화 : 한류 열풍이 한국 제품에 대한 인기로 이어진다. 중국에서 한류 바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영향력은 지역적으로 주로 일부 대도시와 동북 3성, 연령층은 젊은 소비자이다. 설령 한류의 영향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한국 상품에 대한 구매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류에 무작정 편승하려는 시도보다는 상품 자체의 제품력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전략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여섯 가지 신화는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된다. 어떤 선입견에도 얽매이지 말고 기본으로 돌아가 자기 고객에 대해 철저히 이해하는 작업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야 한다. 다양하고 까다로울 뿐 아니라 급변하는 중국 소비자의 특성과 그 바탕을 이루고 있는 소비 DNA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철저히 현지화한 제품 개발, 마케팅, 유통 전략을 펼쳐나갈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중국 시장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이다. 최근 3대 변화는 삶의 질에 관한 관심 증가, 새로운 니치시장의 대두 그리고 중국식 신실용주의의 등장이다. 영선반보領先半步, 성공하려면 반걸음만 앞서나가라. 소비트렌드에 너무 앞서거나 뒤처지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다. 트렌드를 읽는 이유는 현재 시장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반 발짝 앞서서 파악하는 데 있다.

트렌드를 파악하려면 신조어를 파악해야 한다. 신조어는 한 사회를 대표하는 가장 특징적인 현상이 사람 입에 오르내리면서 탄생하는 사회 문화적 어휘이다. 즉 그 시점에 사회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현상을 한 단어로 압축한 것이다. 그러므로 신조어의 분석, 그보다는 신조어를 파악하는 것으로 사회, 경제, 문화, 소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벌어지는 의미 있는 현상을 한눈에 살펴보며 맥락을 파악하는 행위이다. 책 뒤편의 '중국 소비시장의 신조어 분석'을 읽으면 트렌드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 책을 긍정적으로 읽으려 노력했다. 당장 나에게 필요 없다 하더라도 조사하고 분석한 저자의 노고 때문이다. 장점만 있는 책은 아니다. 이는 이 책만이 아니라 대표 저자인 김난도의 이름으로 나오는 '트렌드 OOO'가 모두 그러하다. 그럼에도 나름 충분한 가치가 있다.



트렌드 차이나
김난도.전미영.김서영 지음/오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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