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파고들수록 현실로 돌아온다 :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2011.05.02 09:30 行間/술 사주는 읽고쓰기


장정일은 읽을 때마다 우울하게 만든다. 1년 전에도 그랬고 더 오래전에도 그랬다. 지금도 그러하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1년 전 장정일에 대한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장정일은 언제나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그처럼 책을 다독하지도 못하며 또한 자유분방하지도 못하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생각의 자유로움을 책장 너머로 볼 수 있는 책이다." (시기, 질투, 부러움 그리고 아쉬움)

[읽을 책]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 장정일이라는 포스팅을 올린 것이 2010년 9월이다. 거의 8개월 만에 장정일을 손에 잡았다. 책을 구매하려 하였으나 차일피일 미루다 도서관에서 빌려보았다. 하지만 구매를 하여야 한다. 꼭 필요한 책은 아니지만 간간이 읽어보면 책 읽기와 글쓰기에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기 때문이다.

장정일은 독서일기라는 틀에서 벗어나 변화를 시도하려고 한다. 나이가 들어 게으름도 있고 같은 패턴에 대한 부담감도 있을 것이다. 늘 변하는 것이니 애초의 약속(패턴이라고 해야 하나)을 꼭 지킬 필요는 없다. 형식이란 변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점에서 장정일의 변신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여지는 있다. 그야 장정일의 마음이지 독자인 나의 바람과는 무관하다.

소설이 아닌 장정일을 읽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한가지는 내가 모르는 책, 그의 말을 빌리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책을 존재하게 하도록 책을 소개받는 일이다. 또 한가지는 기왕에 내가 읽었던 책에 대한 그의 생각을 되새김하겠다는 것이다. 두 가지 중 무엇이 우선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이 책에서도 몇 개의 존재하지 않던 책을 이 세상에 존재하게 만들었다.




장정일을 통해 알게된 몇 권의 책들.

애서광 이야기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이민정 옮김/범우사


역설적이지만 책 수집가가 책을 읽게 되면, 책을 모을 수 없다. 읽은 책만 서가에 꽂아 두기로 한다면, 서가 선반은 매년 겨우 한두 칸밖에 늘어나지 못한다. 책 수집가는 책의 본래의 기능인 읽기(독서)와 다른 방법으로 책을 소유한다. 어떻게 보면 읽기를 통한 책의 소유란 그야말로 거죽만의 것(실용적)일 수 있다. (56쪽)


불쏘시개
아멜리 노통브 지음, 함유선 옮김/열린책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받을 수 있는 질문 가운데 무인도에 간다면 어떤 책을 가져갈 것입니까 라는 질문은 가장 짓궂은 것에 속한다. 아이들은 재미로 돌을 던지지만, 그걸 피해야 하는 개구리는 죽을 맛이다. 도서관을 통째로 옮겨 놓으면 왜 안 되느냔 말이다. 그 질문이 짓궂은 줄 알았던지 아멜리 노통브는 <불쏘시개>에서 당신이 추위에 떤다면 어떤 책을 먼저 태우겠느냐? 고 묻는다. 질문을 달리한다고 해서 광적인 애서가의 곤란함이 깨끗이 씻길 리는 없겠지만, 다행히도 <불쏘시개>는 우리를 또 다른 주제로 이끌어 간다. (128~129쪽)


사막의 꽃
와리스 디리 지음, 이다희 옮김/섬앤섬


남성의 성기를 잘라버리면, 우리나라는 살기 좋은 나라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남자들이 진정하고 세상을 좀 더 조심스럽게 대하게 될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분비되던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이 없어지면 전쟁도, 죽음도, 도둑질도, 강간도 사라질 것이다. 남자들의 은밀한 부분을 잘라놓고, 피를 흘리다 죽든지 살든지 내버려두면 그제야 여성에게 어떤 짓을 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70쪽)

헌책방은 일반 서점에서 보지 못하는 책을 보게 하고, 손에 쥐게 한다. 자꾸 헌책방을 찾게 되는 까닭이다. (71쪽)


돈가스의 탄생
오카다 데쓰 지음, 정순분 옮김/뿌리와이파리


일본 사람은 고기를 먹을 줄 몰랐다? 불교를 융성하고자 했던 덴무 천황은 살생 금지라는 불교 교의를 기반으로 살생 금지 및 고기 식용 금지령을 내렸다. 그게 675년이었으니, 그때부터 육식 해금이 선포된 1872년까지 일본인들은 근 1200년 동안이나 육식을 먹지 못했다. 그 동안 수 · 당에서 전해진 우유나 유제품마저 사라졌다. 물론 그 조치는 사육동물인 가축을 대상으로 했으므로 야생동물은 제외되었다. (130쪽)

<돈가스의 탄생>은 메이지 유신을 요리 유신이라는 시각에서 포착한 책이다. 이 책은 육식이 일본의 근대화에 끼친 영향을 평가하는 것과 함께, 서양의 육식 문화를 일본에 접합하기 위해 일본인들이 개발했던 3대 양식인 돈가스, 카레라이스, 고로케의 탄생 비화를 추적한다. (133쪽)


기왕에 읽었던 책에 대한 내 생각과 장정일의 생각이 다른 점도 존재한다. 그보다는 현재와는 다르게 사물을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이 존재함을 일깨워 주는 점이 장정일을 비롯한 서평 관련 책을 읽는 이유다. 장정일이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 아직도 유효한 이유는 그의 가진 다른 시각에 대한 부러움과 시기심 때문이라 생각한다.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장정일 지음/마티


덧붙임_
마티, 2010년 9월 초판 2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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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새
    • 2011.05.05 22:18 신고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어쩌다 장정일이란 분의 책을 한 번 읽었는데 우선 읽을 만한 작가의 한 사람이라 느꼈습니다.
    우숫개말 같지만 <얻은 책>에 대해선 어떠한지.
    • '얻은 책'은 닭갈비지요. 맛있을때도 잇지만 아닐때도 많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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