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도쿠는 어떻게 히트했을까?"라는 제목이지만 사실 궁금한 것은 어떻게 태어난지에 대한 것이다. 한데 넘버 플레이스라는 게임을 보고 독자적으로 만든 것이다. 이런 것을 즐기는 일본사람에 대한 의구심을 갈수록 커진다.
내가 처음으로 스도쿠를 알게 된 것은 2003년경이라고 생각된다. 스도쿠라는 이름은 모르고 숫자를 채우는 게임이었다. 정확한 룰을 알지도 못하면서 엑셀에 문제를 적어 다른 사람에게 풀어보라고 전해주었다. 당시 다니던 회사 홈페이지에 올려 이벤트를 하고자 하였으나 여의치 않은 일로 무산되고 말았다. 그후로 몇 년 후 유행처럼 번지게 되었고 집에 여러권의 스도쿠 책이 있다. 온 가족이 즐기는 게임이 되었다.
스도쿠의 아버지, 가지 마키가 전해주는 스도쿠의 세계화는 우연처럼 다가온다.
*
스도쿠는 어떻게 해서 전 세계로 퍼질 수 있었는가?
이것도 자주 듣는 질문인데, 그 이유 중 한 가지는 게임 자체의 재미와 더불어 일본에서 태어났다는 동양적인 이미지가 맞물려 하나의 트랜드로써 받아들여진 것이 아니가 하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또 한가지 커다란 요인은, 룰이 심플해서 이해하기가 쉽다는 점이다. 숫자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귀찮은 계산은 일체 필요 없다. 남녀노소, 누구든 오케이인 것이다. 언어도 상관없다. 종이와 연필만 있으면 어디에서나 가능하다. 디자인도 낭비가 없이 심플하다.
*
가지 마키의 말은 비단 스도쿠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언어의 장벽이 있는 동양권, 비 영어권 나라가 세계화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것은 언어, 글자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한국의 난타가 그 예가 될 수 있다.
성공의 비결은 외형적인 것만이 아니다 가지 마키의 성향에도 있다. "주위에 온통 나 자신과 똑같은 인간들뿐이면 인생이 얼마나 재미없을 것인가. 다행이 아닐 수 없다"는 그의 사고 방식은 재미를 구하는 퍼즐 회사의 사장으로 적합하다. 또한 그가 생각하는 직장과 직원에 대한 생각은 곱씹어 봐야할 것이다.
+
맡긴다고 하는 것
맡기는 것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내가 전혀 손을 대지 않아도 될 만큼 모든 체제가 완전히 정리가 되어 있으면 좋겠지만, 아직은 모든 결단을 직원들에게 맡길 수 있을 만한 상태까지는 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일단 나의 결단은 '보류'로 한다는 형태로 직원에게 일을 맡기고 있다. '사장이 결정을 못하니 내가 해야지' 하는 자주성을 기대한 것이다.
먼저 일을 시켜보기 전에는 그 직원의 자주성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알 수 없다. 사람을 키우려면 일을 맡겨봐야 하는 것이다.
일을 맡긴다는 것은 나와 똑같은 클론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은 인간이므로, 나보다 120%, 200%, 내가 전혀 상상도 못했을 만큼의 일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 그것이 내게 있어서 '일을 맡긴다' 라는 의미인 것이다.
'진짜 일'은 피해갈 수 없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것, 그것은 일이 아니다. 오히려 아무리 피하고 싶어도 피해갈 수 없는 것,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것이 바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일로 미룰 수 있는 것, 그것은 오늘 해야 할 일이 아니다. 아무리 도망치려해도 도망치려해도 도망칠 수 없는 것이 진짜 일이다. 내가 직접 움직이지 않으면 이루어지지 않는 일, 나는 그런 일을 하고 싶다.
스도쿠는 어떻게 히트했는가 가지 마키 지음, 김문광 옮김/에이케이(AK) |
덧붙임_
AK, 2010년 12월 초판 1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