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심플함을 원할까? : 《심플은 정답이 아니다》

2015.02.22 19:42 行間/밥 먹여주는 경제경영


'우리는 심플한 제품을 원한다.'라고 소리 높여 외친다. 그런데 정말 단순함이 필요한 걸까? 도널드 노먼은 결코 아니라고 말한다. 가끔 우리는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한다. 기업이 일부러 사용하기에 혼동을 주는 제품을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강력히 원한 것이다. 우리는 결국, 단순함을 갈구하는 동시에 복잡함이 필요하다.



단순함과 복잡함의 차이는 구조에 있다. 인간은 단순한 것보다는 적절한 복잡함을 선호한다. 너무 단순하면 지루하고, 너무 복잡하면 혼란스럽다. 그렇다고 복잡하다고 꼭 혼란스러운 게 아니다. 반대로 혼란스럽다고 꼭 복잡한 것도 아니다. 단순한 디자인도 우리를 얼마든지 당황스럽게 만들 수 있다.



이상적인 사용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훌륭한 기획자와 디자이너는 제품에 세련미를 더한다. 혼란스럽고, 어지럽고, 사용할수록 좌절을 느끼는 시스템은 복잡함 때문이 아니라 형편없는 디자인 때문이다. 수준 미달의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설계한 조작법 때문에 쓸데없는 복잡함이 생긴다. 이것은 어리석은 복잡함이다. 우리는 불필요하게 꼬여있고, 혼란스럽고, 체계적인 구조가 없는 기술이나 서비스에 대해서는 철저히 불평해야만 한다.



아무리 단순한 것이라도 각각의 역할이 다른 것이 모이면 복잡해진다. 예를 들면 문 하나는 쉽다. 하지만 작동방식이 모두 다른 문이 여러 개 모이면 일일이 기억하기 어렵다. 전등 스위치는 단순하다. 하지만 모아두면 우리는 혼란스럽고 기억하기 어렵다. 복잡해서가 아니라 단순함도 모이면 혼란스럽다. 우리는 그 주변에 단어, 점, 화살표, 그림과 같은 정보를 적어 대처한다. 어떤 곳에 안내표시가 있다면 그것은 어렵다는 신호다.

하나의 단순함은 우리에게 간편함과 쾌적함을 준다. 그런데 각각의 작동방식을 가진 단순함이 모이면 결과는 복잡해진다. 간단한 잠금장치는 안내문이 필요 없다. 어떤 도구에 신호나 문구가 붙어 있다면 그 디자인은 나쁘다는 뜻이다. 그보다도 더 심각한 것은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이 직접 붙이는 경우다.
 "내가 이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가장 큰 이유는 복잡함(complexity) 과 혼란스러움(complicated)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싶어서다."라고 도널드 노먼은 말한다. 우리는 복잡함과 혼란스러움을 구분하지 못한다. 복잡하다고 나쁜 디자인이 아니며 단순하다고 좋은 디자인이 아니다.


단순함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를 살펴보자. 먼저 14세기 프란체스코 수도사인 오컴의 윌리엄의 '오컴의 면도날'이라 불리는 이야기이다. "다른 조건이 모두 동등하다면 가장 단순한 것이 제일 좋다." 그가 실제로 한 말은 "존재는 필요 이상으로 수를 늘리면 안된다."이다. 두 번째는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다. "사물은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더 단순해지면 안된다." 이 두 가지 이야기는 보통 '간단할수록 좋다.'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다른 조건이 모두 동등하다면'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이 진술이 성립된다는 것을 잊는다. 아인슈타인의 말에서도 '하지만 더 단순해지면 안된다'는 핵심문구는 빼고 생각한다. 단순함을 추구하는 많은 사람이 이 두 가지 전제를 잊는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복잡함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고 복잡함을 혼란함으로 보여줄 필요는 없다. 좋은 디자인은 복잡함을 길들일 수 있다. 단순함에 대한 맹목적인 요구는 핵심을 빗겨간다. 너무 단순하면 금세 흥미를 잃고 지루함을 느끼며, 반대로 너무 복잡하면 혼란스럽고 짜증이 난다. 결국, 중간 수준의 적절한 복잡함을 원한다. 그러나 이 적절함이란 지식이나 경험에 따라 선호하는 수준이 다르다. 우리는 때로는 복잡한 것을, 때로는 단순한 것을 선호한다. 기술을 길들이는 것은 물리적인 문제가 아닌 심리적인 문제이다.


좋은 시스템 디자인은 전체 과정을 인간중심적이고 사회적으로 생각하는 데서 출발한다.

단순한 제품에 다른 걸림돌은 리뷰어이다. 그들은 기술을 사랑한다. 심지어 전문가도 혼란스러워하는 기능도 있다. 평범한 사용자는 이런 것을 알지도 못하고 원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리뷰어는 너무 많이 알고 있다. 몇몇 소수는 평균적인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하지만 이들은 각 분야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평범한 고객의 고민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또한, 소비자 사용성을 테스트하는 매체는 평균적인 구매자의 요구를 언급하려 노력하지만, 여전히 기능 목록을 만들고 특수기능에 점수를 매긴다. 해답은 리뷰어의 편견에서 벗어나는 길뿐이다.

배리 슈워츠는 《선택의 심리학》에서 "오늘날 세상에는 더 많은 선택권이 주어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만족도는 줄어들었다."라고 했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곧 그 역량을 터득해버리고 더 높은 것을 요구한다. 서비스 · 기능 · 특징에 대한 요구가 늘어날수록 필연적으로 복잡성도 늘어난다. 우리는 기술의 혜택을 원한다. 또한, 보안과 안전을 원한다. 논리적이고 필요하다면 복잡함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저 불필요한 혼란스러움을 피하고 싶다. 결국 우리는 이해를 통해 복잡한 시스템을 간단하고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심플은 정답이 아니다
도널드 노먼 지음, 이지현 외 옮김/교보문고(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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