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편견들을 부숴 버리고 싶을 뿐이다 : 내일도 우리 담임은 울 삘이다

2012.07.26 07:30 行間/향기로운 시와 소설
문제아의 문제가 단지 그들의 문제라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렇게 생각한다. 왜? 문제아이니까.

너희들의 시선 _정준영

내가 공고에 다닌다고
그렇게 쳐다 볼 일 아니잖아
내가 공고에 다닌다고
그런 말 해도 되는 거 아니잖아

그런 어른들의 시선이
우릴 비참하게 만들잖아

너희 학교는 공고니까
비웃듯 말하는 네 표정이
너랑 나랑 이젠 다르다는 말투가

'내가 왜 그랬지'라는
하지 않아도 될 생각을 하게 만들잖아

자꾸 그렇게 볼 수록 정말 난,
네가 말하는 내가 되어 가고 있잖아


하지만 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사람들은 실업계를 어떻게 생각할까? 무식하고 사고 치고 예의 없고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왜일까? 바로 실업계라는 것 때문이다." 편견이다. 우리의 마음 속에는 잣데를 가지고 있다. 실업계는 문제아들이 가는 곳, 그런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 생각한다. "그런 어른들의 시선이 우릴 비참하게 만들잖아"라 소리친다. 단지 실업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고등학생인 뿐인데 "사람들은 내 교복을 보고는 얼굴을 찌푸린다".  "비웃듯 말하는 네 표정이 너랑 나랑 이젠 다르다는 말투가" 내가 "하지 않아도 될 생각을 하게 만들잖아". "자꾸 그렇게 볼 수록 정말 난, 네가 말하는 내가 되어 가고 있잖아". "나는 이런 편견들을 부숴 버리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나 혼자는 역부족"이다.

그들은 "나는 사람들의 편견을 깨고 싶"을 뿐이다. "나 혼자는 역부족"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 편견의 중심이 나, 너 그리고 우리가 한복판에 있다. 그들이 '부숴 버리고 싶'은 편견이 바로 우리에게 있다. 문제는 문제아가 아니라 바로 우리에게 있다.

실업계의 편견 _정민석

나는 오늘도 지하철을 탄다
사람들은 내 교복을 보고는
얼굴을 찌푸린다

왜일까? 바로
실업계라는 것 때문이다
사람들은 실업계를 어떻게 생각할까?
무식하고 사고 치고 예의 없고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나는 사람들의 편견을 깨고 싶다
하지만 나 혼자는 역부족

나는 이런 편견들을
부숴 버리고 싶을 뿐이다


공고생들의 시를 모은 시집이 있다. 휴머니스트에서 나온 《내일도 담임은 울 삘이다》. 그저 실업계 고등학교의 아이들이 쓴 책이 치부하기엔 그들의 절절함이 담겨있다. 박노해와 백무산의 시가 우리에게 감동을 준 것은 그들의 삶이 담긴 노동요이었기 때문이다. 이 시집도 마찬가지로 그들의 절절한 삶이 담겨있다.


소문 _윤찬미

비밀이 있었네
풍선이 아닌 것이 부풀려지고
발도 없는 것이 언제 저렇게
멀리 갔는가
물건도 아닌 것이 만질 수도 없는 것이
여기저기 잘도 돌아다니는구나


이 시집에서 가장 감수성이 뒤어난 작품이라 생각되는 시는 <소문>이다. 그들 세계에서도 소문이란 참으로 부질없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의 세계에서도 소문에 많은 이가 고통을 느끼며 괴로워하고 한순간의 판단착오로 세상을 등지곤 한다. 이런 것이 소문이다. "풍선도 아닌 것이 부풀려지고" "여기저기 잘도 돌아다니는구나".

자신들이 처한 상황의 모습을 노래한다. 시가 별다른 게 있겠는가. 사람사는 이야기가 담긴 것이 시가 아니던가. 그런 점에서 절절한 삶이 묻어 있는 멋진 시집이며 시인들이다. 편견, 담배, 왕따, 아르바이트, 학교, 담임, 수업 등 그들의 삶을 이루고 있는 거의 모든 주제를 망라하고 있다. 청소년기 아이들의 생각을 읽고 싶다면 이 책에 모두 담겨있다. 어설픈 어떤 청소년백서보다도 백 배나 자세히 나와 있다. 그들의 언어로.

울보 담임 _김동진

담임은 울보다
우리가 쪼금만 잘못해도 운다
다른 선생님 시간에 떠들어도 운다
대들다가 울면 우리만 불리해진다
내일도 담임은 울 삘이다

내일도 담임은 울 삘이다
류연우 외 77인 지음, 김상희.정윤혜.조혜숙 엮음/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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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학생들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문장들이네요. 솔직하고 꾸밈없어서 귀엽기도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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