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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인간이 되기 위한 인문

모두가 루머의 생산자이자 소비자이며 그 피해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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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머가 난무하는 사회이다. 대한민국을 루머공화국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한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므로 이 또한 루머라고 할 수 있다. 그 누구도 그렇다고 하지 못한다. 단지 그럴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것이 루머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이야기를 들으면 맞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사실인가? 진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가? 라 반문한다면 고개는 갸우뚱하지만, 마음속으로는 그래도 '아닌 땐 굴뚝에 연기 나겠느냐'고 생각한다. 루머는 스스로 자라고 스스로 변이한다.

누구도 루머에게서 자유롭지 못한다. 모두가 루머의 생산자이자 소비자이며 그 피해자이다. 그렇다면 누가 루머를 만드는가. 만들어진 루머는 어떻게 퍼지는가. 또 말도 안 되는 루머를 왜 사람들은 믿는가. 이러한 질문에 누구도 답을 하지 못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루머가 생기고 퍼지는 것을 막을 도리는 없다는 점이다.

루머와 소문은 같아 보이지만 다르다. 루머는 나쁜 소문, 악성 소문이라는 나쁜 또는 거짓이라는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소문은 꼭 나쁜 것만 있는 게 아니다. 독재정권하에서 정상적인 언론을 통해 유통되지 못하는 많은 이야기가 입과 입을 통해 전달된다. 소문의 부정적인 면만 보는 것이 아닌 긍정적인 면도 고려해야 하기에 역자는 소문으로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한 마리의 개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백 마리의 개가 그 소리를 따라 짖는다.
_왕부, 《잠부론》


해로운 소문을 잠재우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다 해도 소문은 계속해서 떠돈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중국 속담에서도 "내가 한 번 속았다면 그것은 너의 잘못이지만, 내가 두 번 속는다면 그것은 나의 잘못이다"고 했다. 사람들은 소문을 믿지 않았지만, 점점 사실이라는 확신이 들어간다.

소문은 비교 대상인 타인의 노력과 보상을 알 수 없어서 불공정을 우려하는 심리 때문에 발생하고 퍼진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소문은 유명한 언론에 공식적으로 실리기도 한다. 사람들은 상식에 벗어난 소문 역시 의심 없이 믿고 유포한다. 소문은 사회성을 가진다. 소문은 두려움을 내포하고 있다. 소문은 분노를 키우고 다른 집단의 사람을 비난함으로써 사람 사이를 갈라놓는 원인이 된다.


고등학생의 시 모음집 《내일도 담임은 울 삘이다》에 실린 시이다. 소문이란 참으로 부질없음을 잘 보여준다. 소문은 공포, 시기 그리고 두려움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또 하나의 가장 큰 원인은 편견에서 시작된다. 고등학생과 공고생과 차이가 있을까.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편견이다. 그 편견이 나쁜 소문을 생산해낸다. 그들은 그런 편견과 소문의 피해자이다. 피해자는 그들만이 아니다.

소문 _윤찬미

비밀이 있었네
풍선이 아닌 것이 부풀려지고
발도 없는 것이 언제 저렇게
멀리 갔는가
물건도 아닌 것이 만질 수도 없는 것이
여기저기 잘도 돌아다니는구나



정말 루머는 나쁘기만 할까?

소문을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소문이 얼마나 강력한 영향력을 끼치는지 인정하는 것이다. 좋은 목적 혹은 나쁜 목적으로 이 세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심오한 사회적 과정으로 인식한다는 것을 뜻한다. 소문을 이해한다는 것은 친절하고, 분별력이 높아지고, 다른 사람에게 많은 도움을 주며, 겸손하며 날카롭게 지적하며, 자비로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사람과 함께 상황을 이해하려는 인간의 기본적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진실을 더욱 높게 평가함을 뜻한다.

소문을 공유하는 것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활동이다. 어떻게 하면 소문을 좋은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그 방법을 실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루머사회
니콜라스 디폰조 지음, 곽윤정 옮김/흐름출판



덧붙임_
뒷담화라는 번역이 나온다. 뒷담화는 사전에서 찾아볼 수 없는 말이다. 속어로 쓰는 뒷다마가 있다. 뒷다마깐다는 표현이 속되어 보이니 언젠가부터 뒷담화로 쓰였다. 그럴싸하게 우리말처럼 포장까지 해서 말이다. 역자는 대학교수이다. 뒷담화라 표현하면 의미는 충분히 전달되지만, 공식적으로 쓰기에는 부적당(부적절이라 표현하고 싶지는 않다.)해 보인다. 어감이 떨어지더라도 뒷소리나 뒷말이라고 쓰는 것이 적당하다고 생각된다.

뒷담화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부산일보 이진원 기자의 글에 자세히 나와 있다.

(...)

주로 쓰는 사람이나 말이 쓰인 상황을 보건대 '뒷담화'는 우리말과 일본말이 결합한 '뒷+다마'에서 온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뒷다마'는 원래 당구장에서 쓰던 말. 처음 치려고 했던 대로 맞지 않고 빗나간 공(다마)이 반 바퀴 더 뒤로 돌아와서 맞는 것을 가리킨다. 물론 고수라면 이런 점도 생각하고 치겠지만 보통 사람들에겐 다소 행운이 섞인 경우라 할 수도 있다. 그러니 상대편은 억울하거나 뒤통수를 맞은 듯이 화가 날 수 있을 것이다.(이 때문에 '다마'를 '머리'라는 뜻의 일본어 '아다마(실제는 '아타마(あたま)')'로 여겨 '뒤통수 치다,뒤통수 까다'로 해석하기도 한다.)

정리하면 이렇다. (주로)젊은 언중이 처음엔 '뒷다마(치다,까다)'로 썼지만 어감이 좋지 않아서,혹은 '다마'라는 일본말에 거부감을 느껴서 '뒤+담화'라는 구조를 생각해 냈으리라는 것. 이런 말에 어엿하게 사이시옷까지 붙어 '뒷담화'가 되니 마치 예전부터 썼던 우리말 같은 느낌마저 준다.

하지만 이렇게 생겨난 '뒷담화'는 이미 있는 우리말 '뒷말'이나 '뒷소리',또는 '뒷이야기'와 별로 다를 게 없다. 새로운 말을 만드는 것은 좋지만 그것도 모양과 품격을 갖추어야 하는 법. 게다가 있는 걸로 충분한데 뭣하러 일본말까지 끌어 와 새말을 만들겠는가. 그래서 '뒷담화'나 '뒷다마'는 쓰지 않는 게 좋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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