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직업을 '이야기를 팔아 먹고산다'는 뜻의 '매설가賣說家'라 말한다. 이야기의 넘나듦이 예사롭지 않다. 《동양학을 읽는 월요일》의 '동양학'은 '풍수'를 말한다. 제목을 달리 말하면 '풍수로 읽는 사람 이야기'이다. 동양학이 풍수와 무관할 수 없다. 우리의 삶이 그것과 연결되어 있음을 잘 보여준다.
저자로서는 어쩔 수 없겠지만, 대부분을 풍수와 연결짓는 저자의 방식은 혹자는 거북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보다 더 거북한 것은 조선일보에 연재될 만큼의 역사관이다. 비슬산琵瑟山의 四王說도 그중 하나이다. 또, 5·16을 인조반정 이후 노론에 대해 배고픈 남인이 처음 정권을 잡은 연장선으로 본 것 등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고추가 전래한 것은 16세기 말이라는 게 학계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책에서는 순창 고추장의 전설을 말하는데 이는 잘못이다. "이성계가 무학을 만나러 만일사에 왔다가 절 아래의 동네에서 고추장을 맛보았는데, 바로 오늘날 순창이 고추장의 명소로 알려지게 된 계기이다."라고 설명한다. 조선 건국은 1932년이고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것은 1492년이다. 고추의 전래 시기로 알려진 임진왜란은 1592년이다. 이성계가 고추장의 맛을 알 리가 없다. 곳곳에 민간에 전해오는 내용을 사실로 표기하는 것은 또 다른 왜곡을 낳을 수 있다. '순창고추장'은 영조가 좋아했던 고추장이 궁중의 것이 아닌 궁 밖의 순창 조씨, 조종부 집에서 담근 고추장이었다. 영조가 좋아했지만 조종부 사가의 것이라 말할 수 없어 순창고추장이라 말했다. 고추장 업체의 마케팅으로 순창이 고추장의 원조라 불리게 되었다.
입으로 전해오는 많은 이야기를 구술하고 있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곳을 다니며 발로 쓴 글이다. 풍수가 우리 삶과 따로 말할 수 없이 엮어져 있다. 그 삶을 적었다.
지금은 LG그룹에서 갈라진 GS그룹의 허씨에 관한 일화는 자식을 키우는 모든 이가 생각해 볼 이야기다. "자식이 돈을 보내달라고 하면 아무것도 묻지 않고 무조건 보내주었다. 그 대신 어디에다 썼는지 엄중히 따지는 교육을 했다." 자식 교육에 좋은 사례다. 하지만, 또 다른 '용비어천가'가 될 수 있다. 의도하든 아니든 책의 곳곳에 '용비어천가'를 말한다. 이런 조상과 교육이 있으니 현재의 모습은 당연하다는. 이런 불편한 구석만 없다면 편안하게 책을 읽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동양학을 읽는 월요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