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위대한 아이디어를 뽑는다는 게 가능할까? 2010년 영국의 저명한 출판사 아이콘북스(Icon Books) 편집진은 존 판던(John Farndon)에게 새로운 기획을 제안했다. 바로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아이디어를 뽑아보자.”라는 것이다. 인류가 만든 수많은 사상과 이념, 제도와 발명품 등 발상 중에서 가장 위대한 아이디어를 뽑았다. 이 흥미로운 프로젝트에는 ‘인터넷’을 이용하여 영국 네티즌도 참가했다.
17명의 심사 위원단이 함께 선정 작업을 끝내고 웹사이트를 개설해 아이디어에 투표하게 했다. 그 투표 결과를 반영하여 순서를 정했다. 결과는 ‘인터넷’을 뽑았다. 인터넷은 위대한 아이디어 중의 하나이지만 ‘가장 위대한’ 아이디어일까?
인터넷은 하도 빠른 속도로 파급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세상을 어떻게 바꾸어놓을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문자의 발명 이후로 인간의 의사소통 방식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새로운 정보라는 자극을 찾아 쉴 새 없이 마우스를 클릭하게 하면서 장기 기억력을 감퇴시키고 뇌를 흥분 상태로 몰아넣는다는 이유를 들어 인터넷이 우리의 뇌를 바꾸어놓고 잇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인터넷상의 자료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출간된 간행물과 도서처럼 정확성이나 권위를 갖추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자료의 양과 범위만 놓고 따지면 지금까지 세상에 존재해온 그 어떤 도서관도 따라올 수 없다. 인터넷은 정보를 민주화했다.
인터넷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은 사람의 의사소통 방식이다. 인터넷 때문에 인간관계의 근간이 송두리째 흔들린다고 우려를 표명하기도 한다. 사람이 온라인에서 ‘가상’ 친분을 쌓느라 현실에서 관계를 맺는 능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관계 맺기는 아무리 해롭다 한들 책 읽기를 현실도피의 수단으로 삼는 것보다 더 해롭다고 볼 수 없다.
누구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개방성이야말로 인터넷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인터넷은 정보를 자유롭고 널리 활용하게 해줌으로써 위계질서의 힘을 깨뜨려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꾸어준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인터넷의 어마어마한 힘이다. 그 힘은 어느새 많은 사람을 불안하게 할 정도로 너무 커졌다.
책에서 인터넷을 ‘가장 위대한 아이디어’로 뽑은 몇 가지 이유이다. '인터넷'은 앞으로 많은 부분 세상을 바꿀 '위대한 아이디어'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인터넷에 관한 다른 의견도 존재한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인터넷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 ······ 인터넷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분야는 광고와 포르노 산업이고, 가장 집요하게 사용하는 부류는 테러리스트와 조직범죄 집단이다. 이런 실정이니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다. _볼프 슈나이더, 《인간 이력서》
다음은 웹사이트에 올라온 글 중 하나이다. 아직 ‘가장 위대한 아이디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을 갈구하고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원하는 인류가 생존하는 한.
아직 어떤 아이디어는 현실이 된 적은 없다. 바로 그런 이유로 위대한 아이디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 여행과 순간 이동은 언뜻 위대한 아이디어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문제가 많다. 그렇다면 더 나은 세상을 추구하는 아이디어는 어떤가?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와 아인슈타인이 상상한 세계 정부, 킹 목사의 꿈은? 어쩌면 마르크스주의자조차 마르크스가 꿈꾼 대로 이루어진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현실로 이루어진 아이디어는 없으며, 그 점은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위대한 아이디어는 우리에게 더 나은 세상, 더 나은 것에 대해 꿈을 심어주며, 자동 세척식 주택이든 세계 평화이든 우리에게 목표를 제시한다. _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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