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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

(23)
그 소, 애린 4 외롭다 이 말 한마디 하기도 퍽은 어렵더라만 이제는 하마 크게 허공에 하마 외롭다 가슴을 쓸고 가는 빗살 빗살 사이로 언듯언듯 났다 저무는 가느다란 햇살들이 얕게 얕게 지난날들 스쳐 지날수록 얕을수록 쓰리다. 입 있어도 말 건넬 이 이 세상엔 이미 없고 주먹 쥐어보나 아무것도 이젠 쥐어질 것 없는 그리움마저 끊어진 자리 밤비는 내리는데 소경피리소리 한 자락 이리 외롭다
화개(花開) 새파란 별 뜨듯, 붉은 꽃봉오리 살풋 열리듯 이제는 봄입니다. 모든 만물이 새롭게 태어나듯이 봄을 맞이 하시기 바랍니다. 애린의 서문으로 그 새 봄을 맞이 할까 합니다. 아직도 바람은 서쪽에서 불고, 아직도 우리는 그 바람결에 따라 우줄우줄 춤추는 허수아비 신세, 허나 뼈대마저 없으랴. 바람에 시달리는 그 뼈대가 울부짖는 소리 그것이 애린인 것을. 몹시도 티끌 이는 날, 두견꽃이 죽어간 날 누군가 태어났다. 술상 밑에서, 애기파 속에서, 겨울 얼음강에서 새로운 얼굴로. 나는 그 죽고 새롭게 태어남을 애린이라 부른다. .... 생명은 이렇게 이 순간에도 죽고 또 태어나기에. .... 부디 모두 애린이어라!
애린 간행에 붙여 애린 간행에 붙여 애린의 실제 인물이 누구냐고 묻는 사람이 많은데 참으로 우스운 일이다. 만해더러 님이 누구냐고, 어떤 여자냐고 묻는 바보짓처럼. 구태여 그리움이니 목마름이니 잃어버린 민주주의니, 분단된 조국 따위 뱀발을 붙여 섣부른 설명을 가할 필요가 무엇 있으랴. 구태여 말하라면 모든 죽어간 것, 죽어서도 살아 떠도는 것, 살아서도 죽어 고통받는 것, 그 모든 것에 대한 진혼곡이라고나 할까. 안타깝고 한스럽고 애련스럽고 애잔하며 안쓰러운 마음이야 모든 사람에게, 나에게 너에게, 풀벌레 나무 바람 능금과 복사꽃, 나아가 똥 속에마저 산것 속에는 언제나 살아 있을 것을. 그리고 그것은 매순간 죽어가며 매순간 태어나는 것을. 그러매 외우 이문구형은 『애린』을 일러 인물시뿐 아니라 만물시라고 하였것다.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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