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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인간이 되기 위한 인문

한국인,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17가지 : 사랑한다, 미안하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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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후 중환자실에서 십여일이 지났다. 의사가 나를 불렀다. 약물 투여를 그만두자고 말한다. 약물이란 심장 박동을 촉진하는 것을 말한다. 조금 생각해 보자고 말했다. 의사는 자리를 떠났다.

십여일 전으로 돌아가자.
엄마가 이상하다는 전화를 받고 본가로 갔다. 그날도 누군가와 한 잔을 하고 들어가 있었다. 택시를 타고 본가로 갔다. 엄마를 보고 어떠냐고 물었다. 늘 말하듯 괜챦다는 말이다. "뭔 술을 그리 먹고 다니냐"고 하기에 "조금 마셨어요"라 대답했다. 아침에 병원에 가자고 말하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새벽 위급하다는 소리에 119에 연락했다. 잠시후 응급차를 타고 강남으로 향했다.

1년전 수술 받은 병원이다. 엄마는 통증을 호소했다. 의사는 몰핀을 주사하고 나를 불렀다. 아마도 어려울 것 같다고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잠시 머리가 멍했다. 갑자기 뭘 준비를 하라는 것인지. 정신을 파리고 담당의사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의사는 알아서 결정하라는 것이다. 수술을 해도 확율은 없다. 선택은 나에게 던져졌다. 조금 안면이 있는 의사에게 다시 물었다. 개인적으로 묻는다는 말을 덧붙여 물었다. 의사는 개인적이라는 사견을 덧붙이며 수술을 권했다. 나도 수술을 생각하고 있었다.

수술 동의서에 싸인을 했다. 너무나 고통을 호소하니 계속 몰핀을 줄 수도 없고 전신마취가 고통을 해소하겠다는 생각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마지막 엄마의 음성을 들었다. 고통스러운 비명. 수술은 한참동안 진행되었다. 그동안 친척들에게도 연락했다. 만일을 대비하여 취한 조치였다. 수술은 잘되었다고 의사는 말했다. 중환자실로 옮겨져 경과를 보자고 말한다. 하루, 또 하루가 지났다. 아직도 의식이 없다. 친척들에게는 좀 더 경과를 봐야겟으니 다시 연락드린다고 말했다. 그분들에게 미안하다. 멀리 기차를 5시간 이상 타고 오셨으니.

의사가 안정이 되었으니 좀 기다리자고 말한다. 친척들은 각자의 삶으로 돌아갔다. 우리는 중환자실이 삶의 일부가 되었다. 이러기를 십여일, 의사가 나를 불렀다. 친척들에게 연락하고 약물투여를 그만두자고. 나는 그렇게 하자고 말했다.

수술전 중환실에서의 고통으러운 모습이 너무나도 생생하기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기적을 바라고 좀 더 있을거라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그때는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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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여명의 죽음을 지켜본 호스피스 전문의 염창환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마지막 노래다. 누군가를 보내는 사람, 누군가를 남겨두고 떠나는 사람 모두 이세상이 아쉽다. 17명을 떠나보내며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먼저 말하라.

사랑한다, 미안하다, 고맙다.

"37Km쯤 지나면 정말 죽을 것 같거든요. 하지만 이 고비만 넘기면 '더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때문에 안 뛸 수가 없어요" 우리 인생도 지금은 힘들어도 이 고비만 넘기면 '더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 사랑하고 미안해하며 그리고 서로에게 고맙다고 말하며.

한국인,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17가지
염창환 지음/21세기북스(북이십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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