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은 저자의 들어가는 말의 마지막 부분이다. "2011년 아마도 겨울, 그러므로 곧 봄"이다. 겨울을 바라보며 곧 다가올 봄을 생각하다니 너무나 멋진 생각이며 표현이다.
'아마도 겨울, 그러므로 곧 봄'이 될 것이다. 세상의 이치이다.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과 통한다.
10세 넘어가면 낙서(그림)를 잊는다고 한다. 그것은 곧 호기심을 잊는 것과 같다. 자신 생각을 자신이 아는 언어로만 표현하고자 한다. 인간은 언어를 익힘과 동시에 상상력이 떨어졌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으로만 표현하고 상상하려 한다. '크리에이티브의 동굴을 여는 암호'는 호기심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호기심이다.
보통 어른이 되어 호기심을 잃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니다. 어른이 되어야 잃은 것이 아니고 글자를 알게 되면서 상상력을 잃었다. 상상할 수 없으니 더 이상 호기심이 필요 없어진 세상을 살 수 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로 호기심을 잃었다고 말한다. 첫 번째로 현재가 아닌 먼 곳을 보기 때문이다. 내일을 준비한다는 핑계로 오늘을 소홀히 하고, 오늘이 힘들다는 이유로 과거를 돌아보며 탄식한다. 아이들은 철저하게 현재를 산다. 두 번째로 욕심 때문이다. 호기심은 클로즈업과 같다. 어른은 클로즈업보다 롱샷으로 사물을 본다. 주변의 디테일을 삭제하고 관심의 대상에 바싹 눈을 들이대고 몰입하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눈높이의 차이 때문이다. 아이는 대상과 같은 눈높이로 소통한다. 당신의 감각이 마주치는 모든 대상과 높이를 맞춰라.
상상력의 근원이 호기심을 잃는 방법을 알았으니 역으로 그것을 행하면 잃어버린 호기심을 다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왜냐하면, 저자도 나도 없어진 것이 아니라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잃어버린 것을 다시 구하던지 찾으면 된다. 상상력을 잃고 글자를 익힌 우리 어른들도 다시 호기심을 찾을 수 있다.
호기심을 찾았다고 모든 것이 만사형통은 아니다. 크리에이티브가 모두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안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읽은 책, 자신이 본 영화, 자신이 만나는 사람들, 자신이 접하는 경험들을 자신의 '크리에이티브'와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리 책을 읽고, 아무리 여행을 다니고, 아무리 좋은 경험을 해도 결국 그 재료들을 써먹지 못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책이, 그림이, 경험이 그 자체로 '크리에이티브'가 될 것으로 생각하지 마라. 그 안에 사람이 있어야 하고, 그 안에 사람이
보여야 한다."
동의한다. 호기심과 상상력을 동원하려 자신의 직간접 경험을 상상한다. 하지만 그것에 사람을 담아야 진정한 크리에이티브가 된다. 모든 것이 사람이 있고 사람을 위하여 존재함을 잊지말자. 사람을 무시한 그 어떤 것도 정당화될 수 없다.
이 책은 작년(2010년)에 간행된 같은 제목 책의 증보판이다. 물론 출판사도 바뀌고 목차도 많이 바뀌었다. 저자의 서문에 이런 언급이 없는 것이 조금 아쉽다. 전반부의 크리에이티브에 관한 내용은 보고 느끼는 이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하지만 저자 책의 끝에 들려주는 "크리에이티브 십계명"은 그 진위를 떠나 크리에이티브를 10가지로 보여주는 것 자체가 크리에이티브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말처럼 "아는 것이 적으면 사랑하는 것도 적다". 호기심을 가지고 상상력을 동원하자. 이 책이 그 정답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다만....
크리에이티브 십계명 - 흥미롭지 않은가. 난 이 10가지만 잘 읽어도 책의 8할은 읽었다고 말 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
밥이다. 매일 먹어라. 규칙적으로 먹어라.
똥이다. 싸야 한다. 쌓이면 병난다. 잘 먹어야 잘 싼다.
잠이다. 여유가 있어야 한다. 이완이 되어야 한다.
꿀이다. 세상에서 가장 달디 단 기쁨. 모든 피로가 씻겨나가는 기쁨.
꽃이다. 오랫동안 기다려서 씨앗이 피워 올린 가장 아름다운 형상이다.
꿈이다. 현실을 비추되 현실 그대로는 아닌, 그러나 때로는 현실을 계시하고 앞서가는. 현실보다 먼저 가는 것이다.
별이다. 아득히 멀지만 우주선으로 갈 수 있고 나의 별을 보고 누군가는 길을 찾는다.
밭이다. 사계절의 변화에 맞게 돌도 걸러내고 잡초도 뽑아야 한다. 끊임없이 가꿔야 한다.
산이다. 나무만 보아도 숲만 보아도 되지 않는. 그러나 어느새 계곡과 절벽으로 우리를 감싸 주는 산이다.
바람이다. 손을 대지 않고도 나무와 꽃과 밭과 산과 별과 그 모든 것을 흔드는 힘이다.
덧_
책 중간에 나오는 몬티 홀 패러독스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저자는 크리에이티브는 변화함을 설명하기 위한 예이다. 이 패러독스는 행동경제학에서 자주 거론되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듯이 선택을 바꾸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수학적 계산으로는 바꾸는 것이 확률이 높아 보이나 이 또한 패러독스의 하나이다. 주사위를 계속 던진다고 그 나올 확률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이 부분은 다음번에는 수정되었으면 한다.
덧_둘
39쪽에 나오는 박완서 선생은 2011년 1월 영면하셨다. 이 책의 (다른 출판사에서) 처음 출간이 2010년이라 생존해 계신 것으로 나와있다. 같이 소개된 故 이주일과 비교하면 알 수 있다. 다음 증보판에 수정되어야 했다.
크리에이티브 테라피 윤수정 지음/흐름출판 |
덧붙임_
흐름출판, 2011년 12월 초판 1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