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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새로 나온 책

2015년 7월 3주 새로 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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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고야에 있는 한 금속가공회사는 오랜 수주 가뭄으로 적자에 시달렸다. 이 회사는 경영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컨설턴트의 도움으로 공정 개선부터 시작했다. 작업자의 움직임에 낭비가 없는지 살피고, 작업장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했다. 상태가 좋지 않은 기계를 고치면서 현장을 조금씩 바꿔나갔다.

6개월 동안 이어진 근로자들의 노력은 마침내 제품 1개당 2엔의 원가 절감을 이뤄냈다. 하지만 판매 가격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개당 105엔에서 93엔으로 내려갔다. 고객이 값을 깎아달라고 해서 낮췄다는 영업사원의 한마디에 6개월간의 노력이 허무하게 날아갔다.

불황이 길어지자 많은 회사가 거래처 확대와 비용 절감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이익에 대한 의식이 없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다. 일본의 수익 컨설턴트 니시다 준세이는 《이익의 90%는 가격 결정이 좌우한다》에서 “회사의 수익을 개선시키는 핵심 가치는 가격 결정”이라고 강조한다. 가격 결정이라는 수단을 통해 뛰어난 제품을 필요 이상으로 저렴하게 판매하거나 고객의 눈치를 보느라 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은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익을 생각하지 않는 회사의 경영 방식은 ‘장인경영’, 이익에 대한 높은 의식을 갖고 있는 경영 방식은 ‘상인경영’이라고 정의한다. 상인경영을 하는 경영자는 이익이 남는 제품에 집중 투자한다. 판매 가격을 1%라도 높게 정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판매 가격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저자는 제품의 표면에 명시된 ‘표면가격’뿐 아니라 이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면가격’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면가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제대로 된 가격 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면가격을 결정하는 원칙으로 스펙, 서비스, 수량, 시간, 가격 인하, 현물 등 여섯 가지 키워드를 제시한다. 스펙이란 제품의 구성이나 서비스의 내용을 말한다. 스펙이 달라지면 원가도 변하기 때문에 가격도 다시 정해야 한다.

포장도 스펙의 일부로, 만일 포장지가 아니라 보자기로 제품을 싸게 되면 별도의 포장비를 받아야 한다. 서비스를 무료로 해주는 경우가 많다. 아무런 비용도 받지 않고 고객의 요구를 들어주다가는 작업량에 과부하만 걸린다. 서비스는 무료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유료로 돌려야 한다.

저자는 수량에 따라 가격을 구분해놔야 한다고 말한다. ‘한 번에 30개’ 배송과 ‘하루에 1개씩 30일 동안’ 배송에는 각각 다른 가격을 붙여야 이익을 챙길 수 있다. 작업하는 시간을 가격과 연결하는 발상도 필요하다. 급하게 처리하는 업무에는 할증 요금을 청구하는 회사나 세탁시간을 넉넉하게 주면 할인해주는 세탁소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사장이 보지 못하는 현장에서 단골이라는 이유로 영업사원이 마음대로 가격을 인하해주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가격 인하에 대한 규칙을 세우고 직원들이 지키도록 사장이 지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객이 맡긴 보관품이나 고객에게 제공하는 샘플 등 ‘현물’에 신경쓰지 않으면 회사의 애물단지가 될 위험성이 높다. 고객이 제품을 맡길 경우 보관료를 받고, 샘플도 제작 비용을 청구해야 한다.

저자는 “이익이 나지 않으면 고용도 품질도 안전도 확보할 수 없다”며 “이면가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매출 확대나 비용 절감보다 더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이익의 90%는 가격 결정이 좌우한다
니시다 준세이 지음, 황선종 옮김/한국경제신문

불황땐 비용 절감보다 '가격 결정'에 더 신경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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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들도 싸운다. 경제학자들도 자기의 진단과 처방이 옳다고 서로 싸운다. 특히나 경제학자들의 싸움이 신랄하고 격렬한 것은 경제학이 다루는 대상이 너무나 복잡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경제학자들이 경제를 저마다 다르게(심지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 경제학자들은 왜 싸우는가’는 자유주의 경제학자(고전파이든 신자유주의자이든)와 마르크스 학파, 케인스 학파, 그리고 최근의 폴라니 학파 경제이론의 핵심을 파고들며 그 속에서 현재의 경제위기의 해법을 찾아내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이 자유주의 모델(시장경제중심주의)을 극복할 (경제적.철학적) 대안을 찾는 데 있다고 말한다. 주류 경제학의 편견에서 자유로워지자는 것이다. 자유주의 경제학의 인간관은 한마디로 ‘호모이코노미쿠스’이며, 이때 전제되는 인간은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인간이다. 하지만 칼 폴라니를 국내에 열정적으로 소개해온 경제학자 홍기빈의 표현처럼우리는 “총체적 존재로서의 인간, 영혼을 가진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해 이미 이야기하고 있고,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무엇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유주의라는 ‘옛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홍기빈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연구위원장은 “경제사상사를 다룬 책으로 이렇게 짧은 책은 드물지만, 자본주의가 모습을 드러낸 지난 3백여 년의 역사를 간명하고도 효과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를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 또한 지금 이곳의 우리에게 너무나 적실하면서도 묵직해서 커다란 울림을 준다. 풀어내자면 한없이 길어질 이야기를 이렇게 짧게 서술한 것이 오히려 그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며 “이 책의 이야기는 이런저런 이론이나 개념에 대한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에 대한 인류의 인식이 21세기에 어디로 가 하며 또 우리가 수립할 경제의 질서는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에 대한 커다란 고민이자 물음”이라고 말했다.

경제학자들은 왜 싸우는가
질 라보 지음, 권지현 옮김/서해문집

100페이지에 옮긴 300년의 경제사상사
세상을 움직이는 4가지 경제이론을 파헤친다
경제사상으로 본 유로존의 태생적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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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비디오게임회사는 미국의 아타리다. 1977년 아타리2600 게임기를 내놓아 인기를 끌었다. 게임 소프트웨어는 다른 회사들이 개발·판매할 수 있게 하고 게임기 판매로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품질이 낮은 게임 소프트웨어가 대량 유통되면서 게임시장 붕괴로 이어졌다. 게임업계에서 잘 알려진 ‘아타리 쇼크’다.

후발주자인 닌텐도는 전략을 달리했다. 게임기는 보급형으로 저렴하게 만들고 게임 소프트웨어에 공을 들였다. 소프트웨어 정가를 5800엔으로 높게 책정하고 제작업체로부터 로열티를 받아 이익을 챙겼다. 온갖 해적판이 돌아다니던 아타리 게임기와 달리 소프트웨어에 라이선스 개념을 도입해 허드슨, 남코, 캡콤 등 시장성과 기술력이 검증된 큰 규모 회사에만 게임 제작을 승인해줬다.

닌텐도의 가정용 게임기 패밀리컴퓨터(패미컴·사진)는 1983년 7월 출시 이후 1년 반 만에 200만대 이상을 팔아치우는 대히트를 기록했다. 1985년 슈퍼마리오 브러더스(남코), 드래건퀘스트(에닉스) 등의 패미컴 게임이 연달아 히트했다. 닌텐도의 매출은 1989년 2900억엔을 기록해 시장 진출 5년 만에 매출과 이익이 네 배로 늘어났다. 게임기 대신 소프트웨어에 집중한 전략이 통한 것이다.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에는 차별화한 그들만의 비즈니스모델이 있다. 머니볼의 저자 마이클 루이스는 비즈니스모델에 대해 “엉성한 사업계획에 뭔가 있어 보이게 하는 도구”라고 평가했다. 1990년대 인터넷 비즈니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사업설명에 이 용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다가 최근 들어서는 주춤하다.

미 타니 고지 와세다대 비즈니스스쿨 객원교수는 세상을 바꾼 비즈니스모델 70에서 “비즈니스모델론은 죽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지속적 경쟁 우위를 점한 기업들의 비즈니스모델을 살펴본다.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비즈니스모델을 탐구하는 것만으로도 혁신적 수익 구조에 대한 영감을 떠올릴 수 있다는 취지다.

오래 쓸 수 있고 튼튼한 상품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크라운코르크앤드실 창업자인 윌리엄 페인터는 입버릇처럼 “한번 쓰고 버리는 걸 발명하라” 고 말했다. 그는 1891년 왕관 모양의 병뚜껑을 발명해 특허를 내고 회사를 세운 뒤 코카콜라 등에 납품했다. 이 회사에서 영업담당으로 일하던 질레트는 페인터의 조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갈아끼우는 T형 면도날을 세계 처음으로 발명했다.

온라인 신발판매회사 자포스의 철학은 고객 중심 서비스다. 토니 셰이 대표는 공공연하게 “자포스는 우연히 판매업을 하고 있는 서비스 회사”라고 말한다. 고객센터에 근무하는 사원은 상부에 보고할 필요 없이 환불과 쿠폰 제공, 특별 배송 추적 등 다양한 업무를 자신의 권한으로 처리할 수 있다. 자포스는 고객의 재방문율이 동종업계 기업보다 높다. 매출의 75%를 단골을 대상으로 올린다. 업계 평균은 40%대다.

세상을 바꾼 비즈니스 모델 70
미타니 고지 지음, 전경아 옮김, 이동현 감수/더난출판사

에치코야부터 페이스북까지… '세상을 바꾼 비즈니스 모델'
최상의 상품보다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 이끈다
K마트·포드자동차·질레트 면도기의 공통점은…
최상의 상품보다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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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와 주식. 언뜻 보기에 별 상관이 없어 보이는 두 단어를 제목으로 뽑은 이유는 뭘까. 여기에 자본시장을 바라보는 저자의 관점이 녹아있다.

고등어와 주식은 둘 다 시장에서 거래된다. 그런 점에서 공통의 상품이다. 하지만 뚜렷한 차이점이 있다. 고등어는 살아 있는 생물이다. 그런 실물이나 원자재의 시장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것은 주식시장과는 다르다.

2013년 1월 300g짜리 고등어 한 마리는 960원에 거래됐지만 1년 만에 2500원으로 두 배 반 이상 뛰었다. 2013년에는 1만3906톤이나 잡혔던 고등어가 이듬해 4104톤으로 70% 이상 생산량이 줄면서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공급에 따라 가격이 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냉정한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작동한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다르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주식이 100만원에 거래된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누군가가 삼성전자 주식을 조금이라도 사면 주가는 올라간다. 그렇게 해서 101만원이 됐다고 치자. 한데 주식시장에는 투자 외에 투기 거래도 존재한다. 투자자의 눈에는 그게 그것 같다. 주가가 오르면 일단 뭔가 자신이 모르는 호재가 있어서일 거라고 본다.

투자자들의 머릿속에는 ‘늦기 전에 올라타야지’라는 생각이 든다. 이들은 다시 사자 주문을 낸다. 수요 증가 때문에 가격이 이번에는 102만원으로 오른다. 이런 식으로 부양된 가격이 모두의 눈에 불합리해 보일 때까지 이 과정은 지속될 수 있다. 자본시장은 이런 식으로 실물과는 상관없이도 냉탕과 온탕을 무의미하게 오락가락한다.

애덤 스미스 이래로 경제학의 철칙처럼 굳어진 시장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 주식시장에서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런 방식으로 여러 금융상품의 탄생과 금융시장의 원리를 하나하나 살핀다.

가령, 컴퓨터가 알아서 주식에 투자하는 ‘트레이딩 봇’이 있다. 이것은 그냥 번쩍거리는 대형 컴퓨터처럼 보이지만 능력은 무시무시하다. 이 로봇들은 인간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속도로 거래 주문을 내고 또 취소한다. 이런 거래를 주도하는 회사들은 통상적인 금융회사들이 아니다. 이들은 자신들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쓴다. 이미 국내에도 이들의 로봇들이 들어와 있다. 세계 금융시장에서 잘 알려진 투자은행들도 이 분야에서는 제대로 힘을 못 쓴다.

2013년에는 디지털 화폐인 비트코인이 한동안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기존 통화에 대한 불만과 새로운 디지털 거래에 대한 욕구의 반영이라고 하겠다. 오늘날 중앙은행에 의한 발권과 통화 체제는 완벽하지 않다.

그래도 분명히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 어떤 주체라도 국가의 통화 주권을 침범하려 할 때에는 철퇴를 각오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비트코인을 사는 것은 개인이 알아서 할 문제다. 하지만 롤러코스터처럼 가격이 폭락하거나, 어느 순간 급작스런 사고로 되팔 수 없게 되는 시나리오도 염두에 둬야 한다.

저자는 다양한 투자자들의 일화도 소개한다. 하버드대 기금을 운용한 잭 마이어는 2005년까지 15년간 연 14.3%라는 탁월한 누적 수익률을 달성했다. 하버드대 기금은 천문학적인 규모가 됐다. 문제가 생겼다. 마이어의 팀은 발생한 수익의 10% 정도를 보너스로 받기를 원했다. 헤지펀드가 보통 수익의 20%를 성과급으로 받아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10% 성과급은 그다지 큰 욕심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보수적인 성향의 학교 구성원들은 ‘돈벌이에 혈안이 된 장사꾼’은 필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잭 마이어는 2005년 30여명의 인력들과 함께 하버드관리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의 헤지펀드를 차렸다. 2013년 하버드대 기금은 327억달러로 2008년의 규모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어빙 피셔는 예일대 최초의 경제학 박사 학위 취득자였다. 예일대 정치경제학 교수가 되어 경제 분야를 수학적으로 이론화하는 작업에 앞장섰고 경제 전문가로서도 이름을 날렸다. 한평생 위세를 떨칠 것 같던 그가 나락으로 떨어진 것은 1929년 대공황이 발생한 후였다. 갖고 있던 주식이 모조리 휴짓조각이 된 것. 당시 대공황 직전에 미국의 주식시장이 말도 안 되게 올라 있다는 지적이 간간이 나왔다. 하지만 피셔는 자신이 보유한 주식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의 능력에 도취한 탓인지 미국의 주식시장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1947년 80세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그는 웃음거리로 전락한 한물간 늙은이로 수십년을 살아야 했다.

다양한 주제들을 옴니버스식으로 풀어쓴 저자의 결론은 이렇다. “자본시장은 결코 자율적이지 않으며, 보이지 않는 손이란 하나의 허상일 뿐이다.” 그것을 입증하기 위해 제시된 사례들이 다채롭다.

고등어와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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