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전 5평짜리 주말농장을 빌려 몇 가지를 키운적이 있었다. 처음 5평을 10만원에 임대한다고 하였을때 평수가 너무 작다고 푸념을 하였다. 한데 왠걸 5평이 작은 평수가 아니었다. 그리고 왜이리 할 일이 많은지, 잡초도 뽑아야하고 물도 줘야하고 벌레도 잡아주고 등등 주말의 하루 온종일 일(?)을 하였다.

이번주는 힘들어 쉬려고 하여도 우리때문에 이웃으로 잡초가 넘어가는 것은 이웃에 미안하고 명세기 농장(?)인데 잡초만 나 있으면 나자신에게 미안해 매주 가게 되었다. 주말농장을 하는 1년은 주말에 가족들과 여행은 생각도 못하였다. 늘 거기에 메달리게 되었다.

5평이라는 작은 평수에도 이리 힘든데 농사를 짓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그 이후로 귀농이니 뭐니 이런 생각은 꿈꾸지도 않았다.

주말농장에서 가장 잘 자라는 것이 쌈류이다. 상추, 등등이 주말에만 가서 따와도 한아름이다. 이웃에 나눠주고 처갓집에 주고  또 이웃에 주고... 상추를 싸먹고 겉저리로 해먹고 또 쌈류를 먹었다. 그래도 신기한 일은 그 쌈류들이 질리지 앟는다는 것이다. 간나아기의 피부처럼 보들보들하고 부드럽다. 일반 매장에서 사온 상추와는 질이 달랐다.

상추로 매출 100억을 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장안농장을 일군 그의 생각에 한 표를 더 주고 싶다.
'잘만하면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그의 생각은 실제로 그가 어떻게 업무에 적용하고 잇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으나 책에서 느끼는 점은 마인드가 오픈되어있음을 느끼게 한다. 농사를 하는 농부이니 다른 쪽에는 관심이 없다는 식의 닺힌 마음이 아니라 어느 것이나 적용하고 수용할 수 있는 긍정적인 마인드는 어느 분야의 일을 하던지 본받아야 마땅한 것이다.

농사를 꼭 짓는 것에만 국한 시키지않고 유통과의 접목이라던지 쌈행사라던지 모든 것이 그의 오픈된 마인드와 앞으로 나가려는 진취적인 것에 기인한 것이다. 나는 솔직히 그가 얼마만큼 성공했는지 궁금하지않다. 그의 성공은 그의 것이기 때문이다. 단지 부러운 것은 역경을 어떻게 잘 소화하고 넘겼는지 주위의 많은 반대를 어떻게 자기편이든지 아니면 수긍을 시켰는지가 더욱 궁금하다. 그러한 점을 보기 위하여 성공한(?) 이의 전기를 읽는다. 그러한 성공과 실패를 통하여 새로운 실패를 보고자 한다.

나는 정희성 시인의 실패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실패한 자의 전기를 읽는다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실패를 위해
- 정희성 (병상에서)
오늘의 실패는 실패가 아니다. 성공으로 가는 과정일 뿐이다.

덧붙임_
알라딘서평단에서 받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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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어록이라는 포스팅을 보았다. 유시민 전 의원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어쩌니 어쩌니 등등  여러가지 말들이 많다. 그러고 보니 나 또한 그에 대한 허접한 말들을 늘어 놓았다.

별반 관심 밖의 사람이었던 유시민이었지만 복지부장관이후 그에게 호감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전까지의 모습이 아닌 장관으로서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유시민의원 기사를 보고...에서 처럼 '사람이란 자리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다. 천성이야 변하지 않겠지만 어느정도 변해야 하는것이 당연한 일 아닌가?' 변하지 않는다면 그는 그 자리에 설 자격이 없는 것이다.

다시 유시민스럽다 : 캠프가 망했어요.
유시민은 앞으로 무엇을 해야하는가?
'흥행사'를 자처한 유시민 : 점점 좋아진다.
유시민처럼 철들지 맙시다
과연 유시민스럽다 : 출마의 전제조건을 내세운 유시민
즐겁지 아니한(國)가 : 홍준표 조순형 유시민이 대권 후보로 나온다면.

盧씨, 아니 盧통(앞으로는 盧통이라 부르겠다. 그것이 아마도 최소한의 예의라 생각한다.)이 떠나고 이제 그 다른 대안에 대하여 말이 많다. 그 중의 한 인물이 유시민 전 의원이다. 금요일 만난 ㅍ님과 몇 몇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나온 말이 유시민 대안론이었다. 아직은 좀 이른감이 있을 것 같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하지만 다시금 생각하면 꼭 준비가 되어야 하는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가 유시민이면 안된다는 이유도 없고 그가 안 될 이유도 없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그러한 대안이 시기적으로 이르더라도 진보신당의 인사가 거론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진보가 대안이 되지 못하고 얼치기 중도또는 보수들이 진보라 행세하고 계급장처럼 내세우는 형국이 어떤 코메디보다도 서글프게 느껴진다.

유시민 전 의원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정희성 시인의 시집을 꺼내들었다. 시집을 읽다 예전 읽은 시를 다시 보고 다시 생각한다.

이 시점에 시집을 꺼내 읽는다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지는 안다. 하지만 그이외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또 무엇이 있겠는가?

실패에 대하여 다시 실패를 생각한다. 실패를 하지않기 위하여가 아니라 또 다른 실패를 위하여 ..
병상에서

실패한 자의 전기를 읽는다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실패를 위해
누군가 또 부정하겠지만
너는 부정을 위해 시를 쓴다
부질 없는 줄 알면서 시를 쓰고
부질 없는 줄 알면서 강이 흐른다
수술을 거부한 너에게
의사는 죽음을 경고했지만
너는 믿지 않는다
믿지 않는 게 실수겠지만
너는 예언하지 않는다
예언하지 않아도 죽음은 다가오고
예언하지 않아도 강이 흐른다
네 죽음은 하나의 실수에 그치겠지만
밖에는 실패하려고 더 큰 강이 흐른다
먼저 희망을 보자.
자기를 볼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인다. 혜안을 키우고 희망을 보자.
희망

그 별은 아무에게나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 별은 어둠속에서 조용히
자기를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의 눈에나 모습을 드러낸다
희망을 보았다면 희망연습을 하자. 이 세상에 희망을 비춰줄 사람이 바로 나였으면 좋겠다. 아니 우리였으면 좋겠다.
희망공부

절망의 반대가 희망은 아니다
어두운 밤하늘에 별이 빛나듯
희망은 절망 속에 싹트는 거지
만약에 우리가 희망함이 적다면
그 누가 이 세상을 비추어줄까
2009-06-08 
보고 듣고 느낀 한마디 

덧붙임_
인용된 시는 모두 정희성 시인의 시다.

덧붙임_둘


가까이 갈 수 없어
먼발치에 서서 보고 돌아왔다
내가 속으로 그리는 그 사람마냥
산이 어디 안 가고
그냥 거기 있어 마음 놓인다
산은 거기 있는데 내가 속으로 그리는 사람은 늘 그곳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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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필로스 2009/06/08 14: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금요일날 잘 들어가셨나요? 에혀 저는 기억이....

    • BlogIcon 한방블르스 2009/06/08 14:42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는 잘 들어갔습니다. 차를 태워주지 못하고 먼저 가서 미안하군요.
      사람이 너무 많아 정신이 없었습니다. 4명이 넘으면 통제가 안되어 말이 갈리더군요. 4명 정도로 세상사는 이야기를 하지요. ㅎㅎㅎ

  2. BlogIcon 리브홀릭 2009/06/09 10: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시민을 비롯해 그 누구더라도, 지도자 또는 정치가라는 사람들이 중심으로 흐르는 모습에 약간은 비판적이예요. 누군가 힘을 모을 중심이 되어야 하긴 하겠지만. 우리가 노무현 대통령 죽음 이후 생각해야 할 것들은 이런게 아니라는 생각때문예요.

    정희성 시인의 시는 오랜만이네요. 마지막 시 '산'이 너무 마음에 와 닿습니다.

  3. 인물에 중심 당연 2009/06/10 13: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많은 사람이 좋와 하는 자에 중심으로 흐르는것은 당연
    역대 대통령들 대면 아주 좋은 현상
    멀리 보고 가자던 그분에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 지는것을

  4. BlogIcon 짧은이야기 2009/06/17 08: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시민/한명숙 씨가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서울시장 자리를 노리던 노회찬 씨 이야기가 쏙 들어갔습니다. 이런 식이면 우리나라의 진보정치는 또다시 후퇴를 하게 됩니다. 걱정입니다..


그린비출판사에서 레닌에게 질문하기, 레닌을 넘어서기 - 이진경 인터뷰를 보았다.

"지금 레닌을 불러낸다는 것은 뼈아픈 실패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라는 말로 시작하고 있다.
레닌을 말하는 것은 실패를 통하여 새로운 실패를 위한 것이다.

나는 실패를 넘어선 실패를 보았다.
아직도 넘어야 할 실패가 많다. 실패를 실패로만이 아니라 새로운 실패를 위하여 넘어서야 한다.

성공이 진정 성공일 수 있는 것은 그런 실패를 넘어설 수 있을 때이기 때문이다.

실패 속에서 실패를 사유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실패를 사유한다는 것은 단지 그 실패의 원인을 찾는 것도, 그 실패의 책임자를 찾는 것도 아니다. 거꾸로 실패를 사유한다는 것은 실패로 귀착된 어떤 성공의 요인을 찾는 것이다. … 실패가 진정 실패인 것은 그것이 거대한 성공 끝에 온 것이기 때문이고, 성공이 진정 성공일 수 있는 것은 그런 실패를 넘어설 수 있을 때이기 때문이다.
- 이진경
실패한 자의 전기를 읽는다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실패를 위해
- 정희성 (병상에서)
우리는 누구나 실패할 수 있다.
보다 나은 실패를!
- 크리스티아네 취른트 (실패의 향연)

2008-12-26 
보고 듣고 느낀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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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나더러 쓸모없는 놈이라고 한다. ㅎㅎㅎ

이쑤시개가 야구방망이를 보고 말했다. 그 몰골로 누구의 이빨을 쑤시겠니, 쓸모없는 놈. <하악하악 : 이외수> 215쪽

'진정한 출발'을 하기 위해서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 그 생각을 떨쳐내야 합니다.

실패한 자의 전기를 읽는다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실패를 위해

병상에서 中 - 정희성

길을 가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길을 가던 내가 잘못이냐 거기 있던 돌이 잘못이냐. 넘어진 사실을 좋은 경험으로 받아들이면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인생길을 가다가 넘어졌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당신이 길을 가면서 같은 방식으로 넘어지기를 반복한다면 분명히 잘못은 당신에게 있다. <하악하악 : 이외수> 28쪽

포기하지 말라. 절망의 이빨에 심장을 물어뜯겨본 자만이 희망을 사냥할 자격이 있다. <하악하악 : 이외수> 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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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실패에 대하여 말하는 것 초자 싫어한다. 하지만 실패는 인생의 일부라고 말한다. 누구도 말하기 싫어하는 실패에 대하여 이야길 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책의 내용이 어지럽다. 아니 어지럽게 느끼고 있다. 잘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다시 읽는다면 조금 더 나아 질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언제가 될지는 기약할 수 없다.


실패의 향연 크리스티아네 취른트 지음, 오승우 옮김/들녘(코기토)

미국문화에서는 '실패를 이루지 못한 개인적인 행위의 결과'로 본다. 즉 '이력에서의 실패'로 만 이야기 한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준비에 실패하는 자는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늘 맞는 충고는 아니다. 실패했다고 해서 모두 준비를 잘못한 탓으로 돌릴 수 없을 뿐더러, 준비를 아무리 잘한다 해도 실패의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책을 읽으면서 혼란 스러웠는데 마지막에 명쾌하게 이야기 해준다. 마지막을 읽었을때 정희성 시인의 시가 떠 올랐다.

실패한 자의 전기를 읽는다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실패를 위해

병상에서 中 - 정희성

실패를 '잘못이 있는' 사람들만이 갖는 개인적인 오점으로 이해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누구나 실패할 수 있다.
보다 나은 실패를!

현대는 성공이 아니라 실패를 조장하는 사회다. 현대인은 누구나 실패를 경험하게 되어 있다. 실패에 맞서 싸울 때 우리는 자연의 법칙에 지배당하지 않는다. 모든 실패자들은 문화적인 공간에서 움직이며, 이 공간은 너무나 친숙해서 ‘성공’ 외에는 그 어떤 결과도 상상할 수 없는 곳이다. 우리는 이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 교육, 도덕, 정치?경제적인 요구로 촘촘히 둘러싸인 그물 안에서 싸움을 해나가고 있다. 『실패의 향연』은 아무도 피해가지 못하는 이러한 싸움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움직이는지, 그리고 문화사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출처 : 출판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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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실패의 향연 - 크리스티아네 취른트

    Tracked from [로처의 사랑방] 2008/05/14 14:16  삭제

    Ⅰ. 무한 성공의 시대에 등잔 밑<?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우리는 지금 자유와 평등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영웅만이 실패할 수 있다’는 고대와 중세의 봉건적 신분질서를 깨뜨린 시대 말이죠. 우리는 <Just do it>, <Impossible is nothing>의 시대에 살고 있고, <스타킹>, <도전 슈퍼모델>과 같은 방송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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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 道 〕Ratukiel 卍 2007/11/19 09: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책 멋진데요 : ) 접수합니다~

  2. Alice 2007/12/29 04: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앗, 저는 재밌게 읽었는데.. 작가의 폭넓은 인문학적 지식과 탐구도 좋았고, 무엇보다도 '실패'라는 키워드 자체가 의미있는 화두를 제공하는 것 같습니다. Happy reading~!

  3. BlogIcon 로처 2008/05/14 14: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방블르스 님의 리뷰를 보고 읽어야지 했는데, 이제서야 읽었어요.
    두 번이나 읽었는데 이해가 부족해서 풀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머리를 위한 변비약이라도 있다면 ㅡ.ㅡ; 싶네요.

    트랙백 걸고 갑니다.

    p.s. 자주 눈팅만 하고 가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흔적을 남기게 되어 뭔가 뿌듯합니다.
    건강하세요


나는 나의 말로부터 해방되고 싶고, 가능하다면 나 자신으로부터 해방됐으면 싶다.

"신동엽의 노트를 열다"을 포스팅하면서 신동엽을 생각하고 다시금 시집을 꺼내 보았다. 먼지가 뽀얐게 묻어있는 시집들이 안타까워 보였다. 한때는 '詩의 시대'라고 하였던 시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詩는 찾아 볼 수가 없다.

정희성. 그를 알게 된지가 벌써 20년하고도 수년이 지났다. 지금까지 시집 4권을 내었다. "답청(1974- 재간 1997)", "저문 강에 삽을 씻고(1978)",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1991)" 그리고 "詩를 찾아서(2001)"이다.


詩를 찾아서  정희성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정희성이 나에게 준 가장 강한 두가지 인상은 74년 받은 것이다. 그 첫째는 어느 고등학교에 근무하던 그가 대학원을 수료하고도 논문을 내지 않기로 결심했다는 것이고 둘째는 시집 "답청"이다. 사회적인 지위도 높고 경제적인 여유도 즐길 수 있는 교수의 길을 버리고 국어교사로 남겠다는 그이 각오는 뭇 속물들에게도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출처 :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발문(김종철) 中 ]
정희성시인에게 개인적인 매력을 느낀 것은 그의 詩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욱 큰 것은 이 발문을 읽고 난 후 였다.

1972년부터 서울 숭문고 국어교사로 근무해온 그는 “이 학교에 근무하면서 네 권의 시집을 냈는데, 학교를 옮기지 않고 한 직장에서 계속 근무한 것은 내게 행복한 일”이라고 소회를 밝혔다.[출처 : 조선일보]

결국 그는 발문에서 처럼 35년을 근무하고 올해(2007년) 2월 정년 퇴임을 하였다.

올 2월, 숭문고등학교 교사에서 정년퇴임 했습니다. 제가 1972년에 부임했으니까 35년을 근무했습니다. 사립학교라 옮겨다니지 않고 한 곳에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제자 1만 명, 시집 4권, 결혼하여 아이 둘을 길렀으니 참으로 행복하고 보람된 시간이었습니다.

졸업한 지 30년이 되어 ‘모교 방문의 날’에 찾아온 어느 제자가 “선생님이 계셔 행복합니다!” 하기에 “너희가 있어 내 생이 복되구나!”라고 했습니다. [출처 : [청렴 인터뷰] 정희성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내가 현실주의자가 되어 우리를 억압하는 자들에게 맞설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들이 우리의 낭만적인 환상을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지 현실주의 자체가 문학적 이상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나의 시는 한 시대의 불의와 맞서서 싸우다 죽은 용감한 사람들의 영혼에 바쳐진 것이었다.

나는 너무도 오랫동안 미움의 언어에 길들어왔다. 분노의 감정이 나를 지배하는 동안에만 시가 씌어졌고 증오의 대상이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낼 때에만 마음이 움직였다. 그러나 나는 이제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고자 한다. 나는 나의 말로부터 해방되고 싶고, 가능하다면 나 자신으로부터 해방됐으면 싶다. 이제 길을 나서기는 했는데 나와 내 말이 어디에 가 닿을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출처 : 詩를 찾아나서며 - 1997년 시와시학상 수상소감

"이제 길을 나서기는 했는데 나와 내 말이 어디에 가 닿을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는 말을 하였지만 그의 시는 많이 변해가고 있었다. "현실주의 자체가 문학적 이상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는 말처럼 그는 어느 시인보다도 낭만적이다.

시인의 말처럼 "발표 안된 시 두 편만 / 가슴에 품고 있어도 나는 부자다 / ... 중략 ... / 차라리 시를 가슴에 묻는다 / 거지는 나의 생리에 맞지 않으므로 / 나도 좀 잘 살고 싶으므로" 나도 잘 살고 싶다. '차라리 시를 가슴에 묻'을 수만 있다면 행복하겠다.

병상에서

실패한 자의 전기를 읽는다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실패를 위해
누군가 부정하겠지만
너는 부정을 위해서 시를 쓴다
부질없는 줄 알면서 시를 쓰고
부질없는 줄 알면서 강이 흐른다
수술을 거부한 너에게
의사는 죽음을 경고했지만
너는 믿지 않는다
믿지 않는 게 실수겠지만
너는 예언하지 않는다
예언하지 않아도 죽음은 다가오고
예언하지 않아도 강이 흐른다
네 죽음 하나의 실수에 그치겠지만
밖에는 실패하려고 더 큰 강이 흐른다


그대 귓가에 닿지 못한 한마디 말

한 처음 말이 있었네
채 눈뜨지 못한
솜털 돋은 생명을
가슴속에서 불러내네

사랑해

아마도 이 말은 그대 귓가에 닿지 못한 채
허공을 맴돌다가
괜히 나뭇잎만 흔들고
후미진 내 가슴에 돌아와
혼자 울겠지

사랑해

남몰래 울며 하는 이 말이
어쩌면
그대도 나도 모를
다른 세상에선 꽃이 될까 몰라
아픈 꽃이 될까 몰라

사랑

사랑아 나는 눈이 멀었다
멀어서
비로소 그대가 보인다
그러나 사랑아
나도 죄를 짓고 싶다
바람 몰래 꽃잎 만나고 오듯
참 맑은 시냇물에 봄비 설레듯




나는 안다
그대 눈 속에 드리운 슬픔을
내가 그윽한 눈으로 그대를 바라볼 때
그대는 다른 곳을 보고 있다
그대 눈 속의 남해바다
그대 눈 속의 보리암
그대 눈 속의 연꽃
그대 눈 속의 그림자가
그대와 함께 있기를 열망하는
나를 저물게 한다
나는 예감한다
내 눈 속에 잦아들 어둠을
죽음이 내 눈을 감길 수는 있겠지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어느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들의 사람을 춥게 하리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어느날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차라리 시를 가슴에 묻는다

발표 안된 시 두 편만
가슴에 품고 있어도 나는 부자다
부자로 살고 싶어서
발표도 안한다
시 두 편 가지고 있는 동안은
어느 부자 부럽지 않지만
시를 털어버리고 나면
거지가 될 게 뻔하니
잡지사에서 청탁이 와도 안 주고
차라리 시를 가슴에 묻는다
거지는 나의 생리에 맞지 않으므로
나도 좀 잘 살고 싶으므로

새벽이 오기까지는

새벽이 오기 전에
나는 머리를 감아야 한다
한탄강 청청한 얼음을 꺼서
얼음 밑에 흐르는 물을 마시고
새벽이 오기 전엔
얼음보다 서늘한 마음이 되어야 한다

새벽이 오기까지는
저 어질머리 어둠에 불을 지피고
타오르는 불꽃을 확인해야 한다
얼음 위에 불을 피우고
불보다 뜨거운 마음을 달궈야 한다
새벽이 오기까지는

나는 보리라
얼음 위에서 어떻게 불꽃이 튀는가를
겨울의 어둠과 싸우기 위해
동지들의 무참한 죽음과
보다 값진 사랑과
우리들의 피맺힌 자유를 위해

나는 보고 또 보리라
불이 어떻게 그대와 나의
얼어붙은 가슴을 뜨겁게 하고
저 막막하고 어두운 겨울벌판에서
새벽이 어떻게 말달려 오는가를
아아 눈보라 채찍쳐
새벽이 어떻게 말달려 오는가를


답청

풀을 밟아라
들녘에 매맞은 풀
맞을수록 시퍼런
봄이 온다
봄이 와도 우리가 이룰 수 없어
봄은 스스로 풀밭을 이루었다
이 나라의 어두운 아희들아
풀을 밟아라
밟으면 밟을수록 푸르른
풀을 밟아라

저문 강에 삽을 씻고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 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너를 부르마

너를 부르마
불러서 그리우면 사랑이라 하마
아무 데도 보이지 않아도
내 가장 가까운 곳
나와 함께 숨 쉬는
공기(空氣)여
시궁창에도 버림받은 하늘에도
쓰러진 너를 일으켜서
나는 숨을 쉬고 싶다.
내 여기 살아야 하므로
이 땅이 나를 버려도
공기여, 새삼스레 나는 네 이름을 부른다.
내가 그 이름을 부르기 전에도
그 이름을 잘못 불러도 변함없는 너를
자유여.

시를 찾아서

말이 곧 절이라는 뜻일까
말씀으로 절을 짓는다는 뜻일까
지금까지 시를 써 오면서
시가 무엇인지
시로써 무엇을 이룰지
깊이 생각해볼 틈도 가지지 못한 채
헤매어 여기까지 왔다
경기도 양주군 회암사엔
절 없이 절터만 남아 있고
강원도 어성전 명주사에는
절은 있어도 시는 보이지 않았다
한여름 뜨락에 발돋움한 상사화
꽃대궁만 있고 잎은 보이지 않았다
한 줄기에 나서도
잎이 꽃을 만나지 못하고
꽃이 잎을 만나지 못한다는 상사화
아마도 시는 닿을 수 없는 그리움인 게라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마음인 게라고
끝없이 저자 거리 걷고 있을 우바이
그 고운 사람을 생각했다
시를 찾아서


진달래

잘 탄다, 진아
불 가운데 서늘히 누워
너는 타고
너를 태운 불길이
진달래 핀다
너는 죽고
죽어서 마침내 살아 있는
이 산천
사랑으로 타고
함성으로 타고
마침내 마침내 탈 것으로 탄다
네 죽음은 천지에
때아닌 봄을 몰고 와
너를 묻은 흙가슴에
진달래 탄다
잘 탄다, 진아
너를 보면 불현듯 내 가슴
석유 먹은
진달래 탄다

세상이 달라졌다

세상이 달라졌다.
저항은 영원히 우리들의 몫인 줄 알았는데
이제 가진 자들이 저항을 하고 있다.
세상이 많이 달라져서
저항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법이 되었고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권력이 되었지만
우리 같은 얼간이들은 저항마저 빼앗겼다.
세상은 확실히 달라졌다.
이제는 벗들도 말수가 적어졌고
개들이 뼈다귀를 몰고 나무 그늘로 사라진
뜨거운 여름날의 한 때처럼
세상은 한결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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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쉐아르 2008/09/30 02: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를 찾아서' 말고는 모두 제가 가지고 있는 시집이군요. '저문강에 삽을 씼고'와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사이의 변화를 보며 가슴 뛰었던 기억이 납니다.

    시대가 변해서 정희성님 같은 시인이 앞으로 계속 나올지 의문입니다. 정말 시가 안되는 시대이니 시인이 있기가 힘들겠지요.

    • BlogIcon 한방블르스 2008/09/30 08: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대학시절부터 좋아하는 시인입니다.
      쉐아르님도 가지고 계시는군요. 오랜 친구를 만난듯 합니다. ㅎㅎㅎ
      시집을 여러권 사서 선물도 많이 했는데 '왠 시집' 하면서 그리 달가워하지 않던 기억이 납니다.

병상에서 - 정희성

2006/12/27 19:19
병상에서
- 정희성 『답청』


실패한 자의 전기를 읽는다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실패를 위해
누군가 또 부정하겠지만
너는 부정을 위해 시를 쓴다
부질 없는 줄 알면서 시를 쓰고
부질 없는 줄 알면서 강이 흐른다
수술을 거부한 너에게
의사는 죽음을 경고했지만
너는 믿지 않는다
믿지 않는 게 실수겠지만
너는 예언하지 않는다
예언하지 않아도 죽음은 다가오고
예언하지 않아도 강이 흐른다
네 죽음은 하나의 실수에 그치겠지만
밖에는 실패하려고 더 큰 강이 흐른다


우리는 모두 병상에 있다. 멀쩡한 사지가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는 풍경조차 하나의 커다란 병실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게 험한 세월의 연속이다.

병상에 누운 자들은 상념에 잠긴다. 길고 무료한 시간, 지난 날의 자신을 되돌아보고 곱씹는다. 자리에 누워본 사람만이 깊이 지난날을 반성하게 마련일 것이다. 그리고 결코 다시는 이 처참한 지경을 맞지 말자고 다짐하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더 이상 실패하지 않는 삶이 아니라 또다른 실패가 다가와도 두려워하지 않을 용기이다. 그러기에 시인의 선언은 아프게 그러나 절실하게 다가온다. "실패한자의 전기를 읽는다/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새로운 실패를 위해"

지금은 병상에 누운 우리 모두를 위해 이 시를 역설적으로 읽자. 화려한 날의 영광이 아니라 어둠 저 깊은 곳에서 빛나는 밝은 미소 한줄기를 간직하기 위해.

고운기(시인,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 월간 Bookpar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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