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리그 총장였으며 세계은행 총재가 된 김용, 이민 1.5세대인 그가 미국에서 이 자리에 올랐다. '한국인'의 높아진 위상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신문 보도도 보았다. 만일 그가 한국인이라 그 자리에 올랐다면 잘못된 것이다. 우리나라로 비유하자면 지역 안배에 의해 호남권 인사가 OO에 기용된 것과 뭐가 다른 것인지 의문이 든다. '한국인'이라는 관점을 떠나서 김용, 인간 김용으로 보아야 한다. 이 점에서 백지연이 기술한 관점은 공감대를 갖기에 충분하다.
김용의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에게 '성공 비결'을 묻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그때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한번도 내가 어떤 자리에 오르거나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에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늘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 가'에 관심을 두었습니다." 책의 제목이며 주제인 "무엇이 되기 위해 살지 마라"이다.
김용은 다섯 살에 부모와 함께 이민갔다. 아마도 한국에 대한 기억은 없을 것이다. 인터뷰에서 언급되었듯이 이민자인 소수 인종이 미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실용적인 학문을 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의견을 따라 의대에 진학했다. 김용은 다트머스 대학 총장 집무실에 "인술제세仁術濟世"가 걸려있다. 이를 김용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 "제 생각에 인술제세는 인술로 세상을 다스린다. 그러니까 의학을 공부하되 훌륭한 의사가 된다는 개인적인 목표만 생각한다든지 자신의 명예를 위한 의술만 생각한다든지 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의 질병이나 고통에 대해 헤아려봄으로써 사람 자체에 대해 생각해보고 결국 가난하고 질병의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해 기여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김용의 이 말에 노신과 게바라가 떠 올랐다. 우연의 일치는 아니지만 둘 다 의사 출신이다. 자신의 의술로 구할 수 있는 한계를 느껴 의사를 포기하고 더 큰 세상으로 뛰어들었다. 김용이 말하는 "인술제세"와 연관이 있을지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네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것, 평생 하고 싶은 것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찾아내라"고 학생과 김용 자신의 자식들에 말하곤 한다. 지금 유망하다는 것이 앞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기까지는 십여 년이 지나야 한다. 그렇다면 그때도 유망할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한다면 평생 그 일을 하더라도 후회가 없을 것임에 틀림없다.
이제 책에 쓰여진 김용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백지연이 인터뷰하고 쓰다"라는 카피가 책에서 가장 눈에 띈다. 읽기 전 책에 대한 생각은 백지연이 진행하고 있는 <피플 인사이드>에서 김용 총재를 인터뷰 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 예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출판사 '알마'가 인터뷰집을 시리즈로 내었기에 그 연장선이라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김용 총재의 취임에 맞추어 빠르게 출판했구나라고 발빠름에 놀랍다고 생각했다. 4월 중순 취임 확정이 낳는데 5월 인터뷰집을 출간하다니 놀랍기만 했다.
책을 읽은 다음 느낌은 '헉'이었다. 이 책은 인터뷰집이 아니다. 김용 총재의 취임에 맞추어 출간한 인터뷰집이 아니었다. 미리 준비된 인터뷰집이었음을 서문에서 알 수 있다. 내가 인터뷰집이 아니라고 말하는 이유는 그 이유뿐이 아니다. 인터뷰를 기초로 김용의 '마음 습관'을 기술한 자기 계발서이다. 김용의 이야기보다 저자의 첨언이 더 소상하며 '꿈보다 해몽'이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세계은행은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1945년 창설), 국제개발협회(IDA, 1960년 창설), 국제금융공사(IFC, 1956년 창설), 국제투자보장기구(MIGA, 1988년 창설), 국제투자분쟁해결본부(ICSID, 1966년 창설) 등 다섯 개 기구로 구성된 국제적인 개발 원조 기구다.
좁은 의미의 세계은행이란 중저소득 개발도상국에 중장기 개발자금을 지원하는 국제부흥개발은행과 저소득 개발도상국에 대한 양허성 자금을 지원하는 국제개발협회를 가리킨다. 세계은행은 선진국만이 아닌 개발도상국과 최빈국을 포함한 전 지구적인,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개발도상국과 최빈국에 금융, 재정, 기수를 지원해왔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세계 빈곤 척결” 및 “저개발국가 지원”을 위한 기구인 것이다.
운영에서는 미국이 절대적인 영향을 인정하는 선에서 기구가 움직이며, 의사 결정에서 선진국의 지분이 개발도상국 지분보다 월등히 높다. 때문에 종종 “정치적 대출”이 행해졌고, 지원을 빌미로 수혜국의 경제주권을 손상시키기도 했으며, 제3세계와 최빈국의 긴급 현안에 대한 대처가 미흡해 비판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세계은행의 자금이 실제로 100여 개국 이상의 국가에서 유용한 개발 프로젝트에 쓰였으며, 아직까지는 국제적인 원조 개발 기구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백악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김용 다트머스 대학 총장을 세계은행 차기 총재 후보로 지명했다고 ...."라 CNN이 보도했다. 미국의 절대적 영향권 아래 있는 세계은행이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 있을까? 김용 총재가 한국인임을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미국시민권자에 미국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은 미국인이다. 미국의 이익을 반하는 행동을 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개인 김용의 영광을 '한국인'을 운운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덧_
이 책을 보면 백지연이 박식하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준비했는지 모르지만 짧은 인터뷰를 확장하고 아주 많은 내용을 첨언하여 한 권의 책을 만들었다. 글은 생각처럼 매끄럽지 못하다. 하지만 글이 중요한가. 인터뷰책 아니던가. 백지연은 김용과 세번의 인터뷰를 하였다. 마지막 인터뷰는 이 책에 반영되지 않았으니 두번의 인터뷰, 이 또한 방송 인터뷰이니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을 할애한 인터뷰 두번뿐이다. 그것으로 이렇게 멋지게 풀어나갔으니 어찌 재능을 부럽다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백지연의 다른 책을 읽어 봐야겠다. 평가는 그 이후로 미루자.
덧_둘
쓸데없는 상상을 해본다. 만약 이 책에 김용의 인터뷰를 덧붙이지 않고 그녀가 인터뷰한 다른 이들중에서 누군가를 선택해 대입하더라도 그리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이 말이 책에 대한 장점을 말하는 것인지 단점을 말하는 것인지 나도 모호하다. 일반론으로 풀어 쓴 능력이라면 장점이고, 범용적인 담론에 가깝다면 단점이 된다. 그것을 정하는 이는 각기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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