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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아남은 자 모두 피고 : 바보들의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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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당시(75년)는 코흘리게였고 지금은 없어진 을지로4가에 있던 국도극장에서 '바보선언'과 동시 개봉 하는 것을 본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도 여러차례 보았다. 지금은 "검열과 통제의 시대 - 꺼지지 않은 희망의 불씨"라는 이름으로 기획전을 하고 있다. 무료로 VOD를 볼 수 있다. 김지하가 '죽음'이라고 말하던 1974년 부터 1983년까지의 7편의 영화다.

살아남은 자 모두 피고


최인호의 원작에 송창식의 음악과 함께 하길종의 천재적인 연출로 태어난 작품이다. <바보들의 행진>은 우울한 70년대 대학생들의 유쾌한 반란. 결론은 패배라는 생각이 들지만 당시에는 꽤나 심각하게 영화를 보았다. 주인공 2명의 남자는 모두 현싱을 도피한다. 병태는 군대를 선택하고 영철는 고래를 잡으러 동해바다로 뛰어든다. 그들이 암흑의 시기 70년대에 선택할 수 있던 유일한 길이다. 물론 하길종의 선택이기도 하다. 하길종추모제를 보았으면...얼마나 좋을까~

영화는 시나리오 단계에서도 많이 짤리고 또 완성 후에도 30분이나 짤렸다고 한다. 만일 그 30분이 있다면 어떤 영화로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영화를 보면 어색한 장면들이 보인다. 중간에 경기 응원을 위하여 수업을 빠져나가는장면이 있다. 실제로는 데모를 하기 위하여 빠져나가는 장면이라고 한다. 당시로서는영화에 담을 수 없는 장면이었기에 당연히 대체되었다.

바보들의 행진
내가 좋아하는 장면이다. 영철(하재영)이 생맥주집에서 비가와도 담배를 피울 수 있는 팔쁘리공장을 차리고 싶다고 한다. 참신한 아이디어이다. 정말 만들고 싶다.


하길종은 락밴드 도어즈의 보컬이었던 짐모리슨, 지옥의 묵시록과 대부를 연출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와 미국 UCLA 영화대학원 65학번 동기이다. 또 스타워즈의 조지루카스는 66학번으로 하길종의 1년 후배이다. 졸업작품 <병사의 제전>은 전 미국 영화과 학생을 대상으로 MGM영화사가 4명에게만 주는 메이어 그랜드 상을 받았다. 그는 천재적 기질을 가지고 있었다. 동기인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처럼 말이다. 미국에서 부교수의 제안과 여러가지 유혹이 있었지만 하길종은 1970년 가을, 조국으로 돌아온다.

영화 보러가기 : 검열과 통제의 시대 - 꺼지지 않은 희망의 불씨

하길종은 '영상시대'를 실질적으로 이끌었던, 1970년대 당시 한국의 청년문화를 대표하는 감독으로서, 그의 대표작 <바보들의 행진>(1975)은 억압적이고 암울한 유신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번민과 저항의식, 상실감을 잘 표현한 걸작이다.

1970년대 대학가에는 휴교령이 자주 내려졌고, 학생들은 전망없는 미래에 암담하다. 철학과 병태는 이러한 사회적인 현실과는 거리가 먼 철학과 학생이다. 하지만 그도 사회현실의 첫 번째 관문인 군대 입영통지서를 받고 신체검사를 받는다. 같은 과 친구 영철은 신체검사에서 불합격판정을 받는다. 병태는 미팅을 통해 대범한 여대생 영자를 만나나, 영자는 곧 별 볼일 없는 그에게 이별을 고한다. 고래를 잡으러 바다로 간다던 영철은 바다에서 투신자살을 하고, 병태는 군대를 간다. 영자는 입영열차 차장에서 병태에게 마지막 인사와 함께 입맞춤을 한다.

하길종은 청년들의 번민과 저항의식을 ‘바보들’이란 우화로 그려내면서, 현재의 사회를 풍자하였다. 장발단속 등의 에피소드에서 부자유한 사회를 꼬집었으며, 잦은 휴교령, 입영 장면 등을 통해 유신 시대의 억압을 나타내었다. 또한 대학생들의 풍속도를 경쾌한 리듬으로 그려내면서, 청춘의 상실감과 비애를 효과적으로 녹여내었다.

덧붙임.
하길종, 영화천재에게 전하는 늦은 사과(2008/01/06) 황기성의 하길종에 대한 추억 : 내가 대한민국 속편감독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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