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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밥 먹여주는 경제경영

당신의 선택은 합리적입니까? : 생각에 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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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은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으며 불완전한 존재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합리적인 인간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주류 경제학에 비해 비주류 경제학인 행동경제학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행동경제학에는 ‘휴리스틱(heuristic)’이 꼭 따라나온다. 따로 생각할 수 없다. 휴리스틱은 문제를 반드시 최적으로 해결해 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

나에게 행동경제학은 2008년경 도모노 노리오의 《행동경제학》이 출발점이 되었다. 그 이후로 '행동경제학'에 관한 많은 책을 읽었다. 유행처럼 출간된 책이라 유사한 사례를 반복해서 설명하는 책이 대부분이었다. 최근에는 행동경제학을 기반으로 여러가지 유형의 책이 나왔다. 하지만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대니얼 카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의 책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가끔 책에서 인용되는 그들의 논문 제목만 보일 뿐이었다.

마침내 2011년 대니얼 카니먼의 《Thinking Fast and Slow》가 출간되었고 한국에서는 2012년 《생각에 관한 생각》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너무 늦지 않았나는 생각도 들었다. 그가 노벨경제학상을 받아 세간을 주목을 받은지도 10년이 지났다. 저자도 이런 나의 마음을 알았는지 그에 대한 답을 머릿글에서 하고 있다.

아모스와 나의 공동 연구를 구구절절 설명하기 위해 이 책을 집필한 것은 아니다. 우리의 초기 연구는 이미 지난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학자들이 능숙하게 수행했던 연구와 유사하다. 이 책의 진짜 진짜 집필 목적은 최근 인지심리학의 발전에 근거해 사고의 작동 메커니즘을 알아보는 것이다. 더 중요한 발전 중 하나는 우리가 인지 사고의 오류만큼이나 경이로운 점들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다룬 많은 예가 앞서 나온 책에서 언급되었다. 그렇다고 이 책이 필요없는 것은 아니다. 많은 관련 책과 더불어 서가에 꼭 있어야 될 책이다. <행동경제학>을 처음 접하는 이에게는 자세한 설명과 원조(?)의 책이라 필독을 권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2명이다. '시스템1(Fast-직관)'과 '시스템2(Slow-이성)'이다. 하지만 둘은 딴 몸이 아니라 암수 한몸이다. 야누스와 같다. 시스템1과 시스템2가 같이 존재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주인공은 시스템1이다. 우리(시스템2)의 생각과 행동 대부분은 우리의 시스템1에서 발생하지만, 상황이 어려워질 때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결정권을 갖는 것은 시스템2이다.

"인간은 자기가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현실밖에 보지 않는다." 이 말은 사오노 나나마의 《로마인 이야기》에서 카이사르가 한 말이다. 카너먼은 이와 관련하여 "시스템1은 파편적 지식을 마음대로 연결하는 일관된 인과관계를 가진 이야기를 찾아내는 데 능숙하다"고 말한다. 그 예를 든 다음 문장을 보자.

복잡한 뉴욕 거리에서 멋진 광경들을 둘러보며 하루를 보낸 제인은 지갑이 없어졌다는 걸 깨달았다.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듣고 '광경들'이라는 단어 보다 '소매치기' 라는 단어를 더 많이 떠올린다. '소매치기' 라는 단어는 문장에 없지만 '광경들'은 실제로 있는데도 말이다. 연상적 정합성의 규칙은 우리에게 일어났던 일을 말해준다. 지갑을 분실한 이유는 많다. 외투에서 떨어졌을 수도 있고, 레스토랑에 두고 나왔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없어진 지갑, 뉴욕, 복잡한 거리를 나란히 생각하자 이들이 합쳐져 '소매치기 당해 잃어버렸다'는 설명을 생성한다. 처음 놀라움에 대해 연상적으로 정합적 해석을 야기하면서 개연성 있는 이야기를 완성한다.

행동경제학은 주류 경제학의 기본 전제인 인간의 합리성과 자제심, 이기심을 부정한다. 하지만 인간이 완전히 비합리적이거나 충동적이며 이타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인간이 완전히 합리적이거나, 완전히 자제적 또는 완전히 이기적이라는 점만 부정한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주류 경제학자들이 주류 경제이론을 실제로 믿지는 않지만 출판과 종신 교수직을 위해서 그런 '척'할 뿐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합리적 행동주체는 합리적'이라는 잘못된 이론을 성경처럼 받들고 있다. 카드먼은 시카고학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시카고학파와 합리적 행동주체 모델의 극단적 형식을 거부하는 행동경제학자 사이에는 많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자유는 경쟁해서 얻는 가치가 아니다. 논란에 끼인 모든 사람들이 자유를 선호한다. 그러나 인생은 진정으로 인간의 합리성을 믿는 사람들보다는 행동경제학자들에게 더 복잡해 보인다. 개인을 잘못으로부터 보호하느냐 마느냐의 결정은 행동경제학자에게 딜레마이다. 시카고학파에 속한 경제학자는 그런 문제를 겪지 않는다. 왜냐하면 합리적 행동주체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 학파가 내세우는 이론의 지지자들에게 자유는 공짜이다."

몸에 해롭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게걸스럽게 먹어댄다. 대형 유통점에 가면 8만개가 넘는 상품이 진열되어 있지만 이 상품들이 내게 주는 효용이 얼마인지를 일일이 따져 효용의 순서에 따라 살 물건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나는 이 책에서 시스템1의 묘사에 다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또한 내가 시스템1의 탓으로 돌리는 직관적 판단과 선택의 오류들을 설명하느라 이 책의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실제로 시스템1에서 우리가 저지르는 많은 잘못이 비롯되지만,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옳은 일들도 여기에서 기원된다. 살면서 우리는 대부분 욿은 일을 한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정기적으로 시스템1의 인도를 받으며, 이들은 일반적으로 적절하고 합리적이다.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다. 현실경제에서는 대부분 시스템1에 의존해 판단내린다.
당신의 선택, '합리적'입니까?


생각에 관한 생각
대니얼 카너먼 지음, 이진원 옮김/김영사


덧붙임_
2012년 3월 5주 새로 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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