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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우소

인순이와 나가수 어울리는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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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순이가 나가수에 나와 인기를 얻고 있다. 그 인기의 비결은 노래를 잘하는 가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조금 식상하다. 예전의 인순이는 좋았지만 지금의 인순이는 식상하다. 특히 시도때도 없이 거위의 꿈을 부르는 인순이는 (혼혈이라 부르지말자고 하니)다문화인 자신의 출신과 지금을 너무 기대어 거위의 꿈을 부른다. 자세히는 알지 못하지만 거위의 끔은 보너스트랙이다. 인순이가 좋아서 넣은 곡이지 앨범의 정식 곡도 아니었다. 가창력이 워낙 좋으니 노래가 떳다. 그로 인해 인순이도 부활했다.





희자매 시절의 노래는 기억이 없고 초기 앨범 내가 알기로는 2집이지만 좀 애메한 신중현과 작업한 앨범을 기억한다. 전곡이 리메이크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신중현 작품집이다. 신중현밴드의 객원보컬로 들린다. 하지만 인순이의 매력과 샤우팅 창법이 잘 나타나 있다. 나는 이 앨범이 좋은데 인순이는 어떻게 생각할까? 인순이 앨범으로 흔하지않게 재발매되었다. 신중현 때문인가.

에레나는 내 우울한 유년 어두웠고 어려웠던 시절에 자화상이기도 하고 나를 온갖 속박으로부터 의식의 자유로움으로 인도케하는 황금의 열쇠이기도 합니다.

<에레나라 불리운 여인> 음반 뒷면의 자서(自書) 중에서

앨범 전체를 듣지 못하여 평할 수는 없지만 <에레나라 불리운 여인>은 자전소설과 같이 발매된 앨범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앨범이라 기억된다. 그래서 음악이 한층 더 애절하게 들린다. 재발매를 간절히 바라는 앨범이다.


비닐장판위의 딱정벌레 - 인순이


‘비닐장판 위의 딱정벌레는/하나뿐인 에레나의 친구/외로움도 닮아가네’.

가수 인순이가 1987년 발표한 음반 ‘에레나라 불리운 여인’에 수록된 ‘비닐장판 위의 딱정벌레’의 노랫말이다. ‘에레나’는 인순이가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기 전 모습이다. 딱정벌레의 몸 빛깔은 검은색이다. 검은색 딱정벌레가 황색 비닐장판 위에 있다. 검은색 피부의 에레나는 황색 피부의 사람들 앞에 노출돼 그들의 손가락질을 받는다. 그래서 에레나는 세상으로 나가기 싫어하고 하루 종일 공상만 한다. 에레나는 자신의 처지를 방바닥을 기어다니는 딱정벌레에 투영시킨다. 둘은 대화를 나누고 친구가 된다. 딱정벌레는 에레나를 위로한다. ‘울지 마요 예쁜 얼굴/예쁜 화장이 지워져’ 이 대목에서 인순이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물기가 묻어난다.

폭발적인 가창력과 화려한 무대 매너로 사랑받는 ‘한국의 디바’ 인순이도 ‘에레나’인 적이 있었다. 하루 종일 방 안에 틀어박혀 딱정벌레와 얘기하던 시절이었다. 그 절대 고독의 세월을 이겨냈기에 ‘국민 가수’로 설 수 있었다. (비닐장판 위의 딱정벌레를 위하여)


인순이가 나는 가수다에 잘 어울리는 가수다. 그 이유를 잘 설명하고 있는 글이 있다. 인순이의 앨범은 "다결국 들을 때는 좋은데, 혹은 열린음악회에서 볼 때는 좋은데 기억에는 남지 않는 특색없는 음반이 되고 만다." 그래서 나가수에 어울리는 가수다. 자신의 곡보다는 남의 곡이 더 잘 어울리는 인순이의 장점이자 한계다.

지금까지 정규작만 열여섯 장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과연 인순이의 히트곡 중 오리지널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 본 사람? 인순이는 다른 이들의 곡을 부를 때 정말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 경우가 많았지만(최근의 예로는 오리지널보다 더 유명해져 버린 ‘거위의 꿈’이 있을 것이다) 정작 본인의 곡은 ‘밤이면 밤마다’ 정도를 제외하고는 거의 히트를 기록하지 못했다(‘친구여’ 역시 엄밀히 따지면 리메이크곡이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이 음반은 모종의 해답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음반에서 인순이는 최선을 다 하고 있고, 그래서인지 첫 곡 ‘Tell Me’에서 그녀의 폭발적인 가창력은 정말로 압도적이다. 그 외의 곡들에서도 그녀는 노래를 잘 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실감나게 들려준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그녀는 어떤 노래를 불러도 그럴듯하게 부를 수 있다. 노래를 잘 하기 때문이다. 이 말은 그녀가 다른 가수가 불렀으면 별로인 곡들을 불러도 그럴듯해진다는 말인데, 이 음반에 실린 곡들은 바로 그런 곡들이다. 그녀는 노래를 잘 하지만 그에 걸맞는 곡을 받지 못하거나, 혹은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결국 들을 때는 좋은데, 혹은 열린음악회에서 볼 때는 좋은데 기억에는 남지 않는 특색없는 음반이 되고 만다.

- 평론가 최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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