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보고 듣고 느낀 한마디

수학과 국력 그리고 인문학

반응형

교보문고에 수학관련 책들이 많이 보인다. 왜 갑자기 '수학'인가 궁금했다. 수학이 기초학문이고 모든 인문학의 기초임을 잘 알고 있지만 팔리는 책은 아닐진데 대수학, 미적분 책들이 눈에 띄였다. 신문 칼럼의 한 구절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수학 점수만 갖고 보면 진작 선진국에 가 있어야 할 우리가 왜 아직도 언저리만 맴돌고 있는 것인지"

얼마전 수학이 인문학이 아니라는 댓글을 받았다. 나는 수학이 인문학이며 모든 학문의 기초라 생각한다. 수학이 자연과학이며 우리가 말하는 인문과는 다르다는 요지다. 물론 이 말은 본론을 벗어나 편협한 사고에서 비롯되었다. 현재 학문의 이름은 후대가 그 편리성에 따라 나눈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인문학은 인간의 삶과 세상의 이치를 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수학을 단순계산하는 것이라 여기는 것은 세상을 바로보지 못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우리 수학교육의 문제점을 보여준다. 수학 점수만으로는 선진국이 되고도 넘치는 실력이지만 늘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수학은 단순한 계산 능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의 근본이 되는 '왜?'라는 것을 알려주는 학문이다. 왜, 왜, 어떻게....



[만물상] 수학과 국력 - 조선일보

고대 그리스인들은 기하학을 신성하게 여겼다. 플라톤은 자기 학교 입구에 "기하학을 모르는 자는 들어오지 말라"고 써붙였다. 에라토스테네스는 나일강변 두 도시에 막대기를 꽂아놓고 그림자와 막대기가 이루는 각도를 재 지구 둘레를 거의 정확하게 계산해냈다. '기하학 원론'을 쓴 에우클리드는 '임의의 두 점을 지나는 직선은 하나뿐이다'는 등의 누구나 인정하는 '공리(公理)' 10개에서 시작해 논리적 추론만으로 465개의 명제를 증명해냈다.

▶중세 암흑기 인도와 중동에서 아라비아숫자가 발명되고 대수학(代數學)이 발전했다. 르네상스시대가 열리면서 그리스 기하학과 아랍 대수학이 유럽에서 만나 수학의 꽃이 활짝 피었다. 갈릴레이는 "자연이라는 책은 수학의 언어로 쓰여 있다"고 했다. 과학자들은 물리법칙을 비롯해 자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수학의 논리적 구조와 압축된 용어로 간명하게 설명하려 애썼다. 나아가 사회현상과 생각의 패턴을 읽는 데까지 수학의 영역을 확장해갔다.

▶20세기 들어 수학은 기초·순수학문의 울타리를 벗어나 과학기술·산업·의학·금융 전 분야에서 주연(主演) 노릇을 하고 있다. 인터넷 전송속도를 몇 십배 몇 백배씩 늘리고 휴대전화로 초고화질 영상을 볼 수 있게 된 것은 수학의 '부호론(코딩이론)'과 '신호압축이론' 덕분이다. '확률미분방정식'이 없었으면 월가(街)도 선물이나 옵션처럼 위험한 파생금융상품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세계수학연맹(IMU)은 회원국을 수학 연구실적과 역량에 따라 1그룹에서 5그룹으로 나눈다. 최고등급 5그룹이 되면 필즈상(賞) 선정 같은 주요 결정 때 5표의 의결권을 행사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2그룹에 있다가 2007년 두 단계를 한꺼번에 뛰어 4그룹에 올랐다. 그러면서 세계 수학자들의 축제인 2014년 국제수학자대회(ICM)도 유치했다. 우리보다 한 단계 높은 5그룹엔 G8에 중국·이스라엘까지 10개국이 들어 있다. '수학실력=국력'의 등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엊그제 제2회 백악관 과학경시대회에 나와 "내년까지 수학·과학 교사를 양성하기 위해 1억달러 기금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오바마는 취임 때부터 틈만 나면 "학생들이 수학과 과학을 잘하면 미국의 경쟁력이 크게 높아진다"며 국제 학력평가에서 높은 수학·과학 성적을 올리는 한국 교육을 부러워해왔다. 수학 점수만 갖고 보면 진작 선진국에 가 있어야 할 우리가 왜 아직도 언저리만 맴돌고 있는 것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2012-02-09 
보고 듣고 느낀 한마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