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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밥 먹여주는 경제경영

삼국지 뒤집어보면 비즈니스 리더십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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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여 년 동안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루어온 중국의 비즈니스 세계에서 <삼국지>와 같은 고전이 뜨고 있다고 한다.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중국으로 진출하고 벤처기업이 난립하여 혼돈양상을 보이고 있는 최근의 경제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혼란한 전국시대를 살았던 조상의 지혜를 배우려는 비즈니스맨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삼국지>처럼 유명한 고전의 경우 읽은 사람의 관점에 따라 느끼고 배우는 것이 모두 다를 수 있다. 또한 같은 사람이 읽어도 20대와 30대, 40대에 읽었을 때의 감동이 각각 다를 것이다. 자, 지금 다시 한 번 <삼국지>를 읽어보면 어떨까. 미처 몰랐던 사회생활이나 인간관계의 지혜를 새로 배우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일본의 대중지 <주간포스트>는 최근호에서 유비, 제갈공명, 조조의 리더십을 현대의 비즈니스 처세술에 응용할 수 있도록 재해석해 소개했다. 이를 발췌수록한다. ([삼국지 뒤집어보면] 비즈니스 리더십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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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를 비즈니스에 접목하는 책이 근래 많이 보인다. 한동안 유행처럼 나왔던 삼국지를 인용한 책이 그 주기가 된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아래에 제시한 예는 적절하지 않다. 보는 이에 따라 다르지만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자.



●삼고초려 - 비즈니스맨은 얼굴이 두꺼워야 한다
<삼국지> 등의 고전에 나오는 리더들의 공통점을 한 마디로 말한다면 ‘얼굴이 두껍다’가 아닐까. 보통 얼굴이 두껍다고 하면 뻔뻔하고 수치를 모르는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지만 여기에서는 결코 나쁜 의미가 아니다. 큰 뜻을 품은 사람일수록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마찬가지로 비즈니스에서도 성공을 위해서는 자존심이나 체면 따위는 버릴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삼국지>의 유명한 일화인 ‘삼고초려’만 봐도 유비와 제갈공명이 얼마나 ‘뻔뻔한’ 사람들인지 알 수 있다. 유비는 지략이 뛰어난 제갈공명을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 그를 찾아갔지만 집에 없었다. 두 번째 찾아갔을 때도 제갈공명은 집을 비운 상태였다. 세 번째 찾아갔을 때는 집에 있었지만 이번에는 낮잠을 자고 있었다. 유비는 제갈공명이 깰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렸고 결국 자신의 편으로 만들 수 있었다.

그런 무례한 대접을 받을 수 없으니 그만두고 돌아가자는 관우와 장비의 뜻을 꺾고 자존심을 굽혀가며 세 번이나 찾아간 유비도 상당히 얼굴이 두껍지만, 자는 척을 하며 유비를 떠본 제갈공명의 뻔뻔함도 그에 지지 않는다. 훌륭한 리더라면 유능한 인재를 얻기 위해 아랫사람에게 고개를 숙일 정도의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일화다.

조조는 천하를 손에 넣은 영웅이지만 <삼국지>에서는 교활하고 냉혹한 사람으로 그려지고 있다. 여백사와의 일화가 가장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동탁을 죽이는 데 실패하고 쫓기던 조조가 아버지의 의형제인 여백사의 집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여백사가 술을 사러 밖으로 나간 사이에 여백사의 가족이 돼지를 잡기 위해 칼을 가는 것을 보고 조조는 자신을 죽이는 것으로 착각해서 가족 모두를 죽여 버린다. 이내 자신의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닫지만 후환을 없애기 위해 술을 사갖고 돌아온 여백사마저 죽인다. 이때 조조가 남긴 유명한 말이 “내가 세상의 사람들을 배반할지라도 세상 사람들은 아무도 나를 배반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야말로 최강의 ‘뻔뻔함’을 자랑하는 조조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말이다.

비즈니스에서 리더는 양심에 어긋나는 결정이나 실수를 두고 고민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 아무리 고민을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럴 때는 아예 얼굴에 철판을 깔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고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의 비판이나 평가를 두려워하지 않고 소신 있게 밀어붙이는 조조의 뚝심은 현대 비즈니스맨들에게도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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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고초려의 사실 여부를 떠나 '뻔뻔함'으로 비유하는 것은 잘못되었다. 삼고초려를 비즈니스 측면에서 보자면 제갈공명의 자기PR능력을 알 수 있다. 인재가 필요한 유비라는 기업을 철철히 분석하여 그에 맞는 대안을 준비하고 유비에게 제시하여 촉의 중추인력이 되었다. 자신이 취업하려는 회사의 실상을 정확히 판단하여 맞춤형으로 제시함이 제갈공명이 삼고초려에서 보여주는 뛰어난 비즈니스맨이다.

조조의 여백사 이야기는 실제 존재하지 않은 악의적인 내용이기에 예로 사용하기에 부적절하다.


●읍참마속 - 신규 사업은 리더가 솔선하여 진두지휘할 것
리더가 지녀야 할 덕목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일화가 있다. 바로 제갈공명이 눈물을 흘리며 어쩔 수 없이 마속의 목을 벤 이야기다.

유비가 세상을 뜬 후 중국 통일이라는 막중한 사명을 이어받게 된 제갈공명이 숙적인 위나라를 치기 위해 출전했다. 그러나 첫 번째 북벌에서 마속이 제갈공명의 명을 따르지 않아 결국 많은 병사를 잃고 후퇴하게 됐다. 이에 제갈공명은 과거의 눈부신 공적이나 두터운 친분에도 불구하고 규율을 어긴 마속의 목을 베야 했다.

이 일화는 ‘신상필벌(信賞必罰·공이 있는 자에게는 반드시 상을 주고 죄가 있는 자에게는 반드시 벌을 준다)’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진짜 교훈은 다른 데 있다.

이 전투는 제갈공명이 지휘한 첫 번째 북벌이었다. 이 첫 번째 전투를 비즈니스로 바꾸어보면 신규 사업을 전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더구나 그 사업이 회사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는 중요한 것이라면 부하에게 맡기지 말고 리더가 직접 모든 일을 처리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제갈공명은 중요한 첫 전투를 직접 지휘하지 않고 아랫사람인 마속에게 맡겼다. 더구나 마속은 유비가 죽기 전 “말이 사실보다 과장되므로 중용하지 말라”고 당부까지 남긴 인물이었다. 유비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제갈공명은 마속을 신임하여 중요한 전투의 지휘를 맡겼고 그 결과 참담하게 패했다. 이 일화가 주는 비즈니스 교훈은 중요한 신규 사업은 아랫사람에게 맡기지 말고 리더가 직접 나서 지휘해야한다는 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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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참마속은 신상필벌의 대표적인 예를 들어 제갈공명의 공정함을 보여주는 사례로 많이 쓰인다. 하지만 마속을 중용한 것은 제갈공명이며 그 전투의 지휘자는 다름아닌 공명이다. 사람을 기용하는 것은 리더의 가장 큰 덕목이다. 그를 잘못보고 기용한 책임은 전적으로 공명의 실책이다. 자신의 실책을 실행부서의 잘못으로 떠넘겨 팀장을 해고하는 것은 리더로서의 덕목이 아니다. 이를 다른 이들이 지시하지 않는 일을 책임지고 하겠는가. 결국 모든 일을 자신이 하는 독불장군이 되어 모든 일을 혼자 처리하게된다. 공명의 리더십의 한계를 보여주는 예이다.


●도원결의 - 창업 멤버를 소중하게 생각할 것
<삼국지>의 가장 유명한 일화 중 하나를 꼽으라고 하면 첫 부분에서 유비가 장비와 관우를 만나 의형제를 맺는 ‘도원결의’를 빼놓을 수 없다.

후한 말, 황건적의 난이 일어나 이들을 토벌하기 위한 의용군을 모으는 방을 보고 있던 유비에게 장비가 말을 걸어 함께 큰일을 도모하자고 제의했다. 의기투합한 유비와 장비가 술을 마시던 술집에 마침 의용군에 합세하러 가던 관우가 들어왔다. 이에 유비가 관우를 불러 자신이 뜻한 바를 이야기하자 관우 또한 크게 기뻐하며 찬성했다. 그 후 세 사람은 장비의 집에 있는 복숭아 동산으로 가서 의형제를 맺고 뜻을 함께 하기로 맹세했다.

이 일화는 큰일을 도모하기 위한 뜻을 모으는 서약의 대표적인 예로 알려져 있지만,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보면 벤처기업의 조직과 인사에도 참고가 된다.

촉나라는 이를테면 인망이 뛰어난 유비를 필두로 머리가 뛰어나지는 않지만 행동력이 있고 리더와 뜻을 함께 하는 관우와 장비라는 세 사람이 공동 창업한 벤처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벤처기업이 잘 굴러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인재를 영입해야 한다. 제갈공명과 같은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인재 영입에 지나치게 치중하다 보면 기존 회사문화에 반하거나 본래의 창업 취지가 퇴색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창업 멤버를 계속 그 자리에 둠으로써 회사가 커지면서 창업 취지가 변질되는 것을 막는 것이 좋다. ‘도원결의’에서 “함께 태어나지는 못했으나 죽을 때는 한날 한시에 죽겠다”고 맹세한 관우와 장비는 실제로 죽을 때까지 촉나라와 유비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한편 유비 관우 장비의 관계는 ‘톱-다운 방식(Top-down·상부에서 내린 결정이 하부로 전달되는 방식)’의 조직 편성을 보여준다. 유비에게 발탁되어 도중에 합류한 젊은 제갈공명과 창립 멤버이자 나이도 훨씬 많은 관우과 장비의 미묘한 관계를 보면 알 수 있다.

유비의 참모인 제갈공명이 조조의 오른팔인 하후돈과의 전투를 지휘할 때의 이야기다. 유비가 제갈공명을 중용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던 관우와 장비가 제갈공명의 명령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때 유비가 “아무리 전투능력이 뛰어나도 전술과 전략이 없다면 이길 수 없다”며 제갈공명의 뜻에 따르도록 관우와 장비를 설득했다. 결국 유비의 말에 관우와 장비도 동의하고 제갈공명의 계획을 따라 3000명의 군사로 10만 대군을 무찌를 수 있었다.

톱-다운 방식이란 윗사람의 지시를 아랫사람이 일방적으로 따르도록 명령하는 것이 아니다. 유비와 같이 신뢰를 바탕으로 아랫사람이 납득하고 따라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톱-다운 방식이다. 이 일화처럼 벤처기업에서도 신구 멤버가 서로 융합할 수 있도록 만드는 리더의 역량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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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멤버는 소중하다. 하지만 그 도를 지켜야 한다. 유비는 관우와 공명의 관계 정립을 정확하게 구분지어 주지않아 갈등이 생긴다. 관우가 죽음을 당한 것도 공명과의 갈등과 무관하지 않다. 또한 유비는 관우의 죽음에 흥분하여 촉이라는 회사의 안위보다는 형제의 복수를 하는 의義를 선택한다. 이로서 회사의 어려움을 자초했다. 발전기와 안정기의 각기 필요한 인재는 다르다. 그 인재를 적재적소에 기용하는 것이 리더의 중요한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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