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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돈 안되는 정치

지식인과 민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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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원장(이렇게 불러야 하나 교수라 불러야 하나. 모호하다)이 전국을 돌며 강연을 하고 있다. (이를 두고 신조어를 좋아하는 언론들은 "강연 정치'라 한다.) "구체제 극복하려면 투표해야 한다"며 독려했다. 그가 지목한 '구체제'는 "지역에 기반을 둔 현재의 정당구조"라는데 호남에서는 민주통합당이며 영남에서는 새누리당을 일컫는 것인가.

구체제 극복하려면 투표해야
안 원장이 이날 강연에서 던진 메시지는 ‘투표 참여’와 ‘인물 투표’였다. 안 원장은 미국의 경제학자 맹커 올슨(1932~1998)의 “민주주의가 이뤄지고 규모가 커질수록 다수의 민의가 선택되지 않고, 소수의 조직화된 이익집단이 나서게 된다”는 경고를 두 차례 언급하며 ‘투표 참여’ 화두를 설파했다. 미국 언론인 파리드 자카리아의 저서 <자유의 미래>에 나오는 캘리포니아의 사례도 들었다. 미국에서 직접민주주의가 가장 발달했다는 캘리포니아에서도 수많은 법안이 주민투표에 부쳐지지만, 결국 방송광고 등을 동원한 소수 이익단체의 뜻대로 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안철수 원장은 이를 ‘구체제’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이런 ‘구체제’를 극복하려면 대중이 투표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를 ‘성숙한 시민의식’이라고 표현하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건 ‘힘과 의지를 가진 대다수 민중’이라고 했다.

그가 강연에서 지목한 구체제는 지역에 기반을 둔 현재의 정당구조였다. 그가 광주에서 이번 총선에서는 정당이 아닌 인물을 보고 투표할 것을 요구한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호남과 충청, 강남과 같이 지역적으로 정당이 고착된 지역에서 다른 정당의 당선자가 나와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안 원장이 지역주의에 기반한 정당구조를 구체제로 비판한 것은 진영논리에 기반한 정당구조를 구체제로 규정한 지난달 27일 서울대 강연의 논리의 연장인 것으로 보인다. 현 단계에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투표참여뿐만 아니라 전략적인 선택도 필요하다는 요청인 셈이다. 이는 ‘정치를 하게 된다면 진영 논리에 기대지 않겠다’는 발언과도 맥락이 닿는다.

4일 대구의 강연에서 기존 말하던 노선의 변화를 볼 수 있다.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정부보다 기업이 더 커졌다"며 "이제는 성장은 기업에 맡기고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는 방식으로 역할분담을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한 마디로 단정짓기는 빠르지만 신자유주의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지난해 12월 제3당 창당 안한다고 했고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했으니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 양쪽에 조금씩 발을 걸친 셈이다. 민통당에서는 지속적으로 요구했고 새나라당에서도 생각이 큰 차이가 없음을 보여주었으니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안 원장은 너무 좋은 말만 한다. '너도 옳고 너도 옳고 또 너 또한 옳다'는 황희같은 발언이다. 모나리자를 보는 듯하다.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보는 각도에 따라 미소가 달라진다. 보는 사람이 각자의 느낌으로 모나리자의 미소에 만족한다. 모나리자가 멋진 작품으로 느끼게 하는 이유 중에 하나이다. 안 원장도 그러하다. 민통당은 민통당대로 새누리당은 새누리당대로 각자의 생각에 대해 미소로 응답한다. 제 3의 세력에게도.

마오쩌뚱은 "시대의 귀감을 만들어 내는 일은 일종의 정치적인 능력"이라고 말했다. 이는 깃발을 꽂는 일이다. 조직이 추종하는 정신적인 가치관, 원칙 등은 특정 인물이나 사건에 깃들게 하여 그것을 깃발로 삼아 대중이 따르도록 이끄는 것이다. 타고난 감각인지 방향성이 명확한 기획이든지 이 모든 것이 마오가 말하는 "정치적 능력"이다.

마르크스는  "인간의 모든 역사는 계급 투쟁의 역사"라 했다. 마르크스가 말하는 계급階級 이전에도 계급은 존재했고 지금도 계급이 존재한다. 하지만 현대 사회를 무산계급 투쟁이라 일컫기에는 계급의 정의가 모호하다. 그보다는 단재 신채호의 “역사란 아와 피아의 투쟁이 시간적으로 발전하고 공간적으로 확대되는 심적 활동상태의 기록"에서 "아와 피아의 투쟁"이 현 시점을 잘 반영한다.

레지 드브레는 그의 저서 <지식인의 종말>에서 "지식인이란 이름은 자유롭게 사색하고 자료를 비판적인 안목에서 분석하며 증거에 따라 반성하는 사람들에게 붙여진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장정일은 오늘날 지식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늘날의 지식인이란 '커뮤니케이션 환경에 지나치게 잘 적응한' 무리에 다름 아니다. 그들은 '언론에 의해 주어진 세계를 바탕'으로 세계를 이해하는 자들이며, 미디어에 의해 자아가 만들어진 사람들이다." 레지 드브레는 지식인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점을 아와 피아를 구별하는 것이라 말했다. 그는 "아군과 적군 개념이 없는 지식인을 민간인"이라 칭했다. 지식인이 될 것인가 민간인으로 남을 것인가는 오로지 그의 선택에 따름이다.

덧_
한겨례 2012.04.03 기사 참조
진영논리 아닌 인물 보고 투표를… 소수의 조직화된 이익집단 막아야
요리 빼고 조리 빼고 `애매하던` 안철수, 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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