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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밥 먹여주는 경제경영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없는 세상은 불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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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것은 독자로서 할 일은 아니다. 책에 대해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이상한 열풍에 휘둘리는 독자가 많아짐이 안타까울 뿐이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작년(2011년) 120만부 이상 팔려 교보 개점이래 인문서로는 처음으로 연간 베스트 1위에 올랐다고 한다. 이러한 인기로 이번 신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한, 미, 영 동시에 출간되었다.

마이클 샌델은 신간에서 추구하는 바와 상이하게 높은 번역 판권을 요구했다고 한다. 확인할 수 없는 이야기이지만 출판계의 행태(?)로 보면 당연히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리라 예상된다. 여건이 되면 조금 높은 돈을 주고 판권을 얻어 많이 팔면 된다. 그것이 나쁘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책을 가지고 흔드는 판에 놀아나는 것이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출판계는 그들의 문제이고 나와는 딴세상이므로 상관없다. 다만 '정의'를 말하는 책이 120만부나 팔렸는데 세상은 늘, 아직도 정의롭지 못하다. 그가 목청높여 외친 '정의'를 들은 하버드 대학생들은 미국 기존 체제에 순응하며 '정의'와는 별반 관계 없이 엘리트 코스를 살아간다. 마이클 샌델이 말하는 '정의'가 진정 '정의'를 추구하는지에 의구심이 든다. MB정권의 비도덕성으로 반대급부로 책이 팔린 것은 아닐런지. 정의에 대해 말하니 한번 읽어보는 것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책을 산 것은 아닐런지.

영미권에서는 10만부 정도 팔렸는데 일본(60만부)과 한국(120만부)가 팔린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정의'가 정작 필요한 미국보다는 그들이 정의롭기를 바라는 한국에서만 통하는 것일까?

많이 팔린다고 많이 읽히는 책은 아니다. 스티브 잡스의 전기도 많이 팔렸지만 정작 다 읽은 독자를 본 적이 거의 없다. 나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조선일보의 영향력이 떨어졌지만 조산일보에 리뷰가 소개되면 5,000만원 이상의 효과가 난다고 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많은 신문이 신간 소개를 하고 있다. 출판사의 능력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정말 좋은 책인지 구분이 어렵다.

저자가 받게 되는 것도 각종 인센티브 중 하나가 아닌가. 그는 첵에서 "각각의 좋은 것들(the good)이 지닌 선함(the good)이 돈 때문에 변질되는 현실을 비판"한다고 했다. 그가 몸소 체험한 시장은 "중립적인 장치가 아니라 재화의 특성을 변질시키는 힘을 가졌다."


다음은 신간 소개에 나온 것 중에서 몇 대목.

시장사회가 되면서 만연하게 된 각종 인센티브도 마찬가지로 ‘부패’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어느 회사에서 직원들이 금연하면 10달러의 인센티브를 준다고 하자. 원래 금연이란 자신의 건강을 지키고 가다듬기 위한 행위인데, 인센티브는 이런 본질적 의미를 밀어내고 금연을 보상을 얻는 행위로 변질시킨다. 샌델은 이에 대해 “‘시장은 중립적’이라는 경제학자들의 주장과 달리, 시장의 가치평가와 교환이 특정 재화와 관행을 변질시킨다”고 말한다. 만연한 시장논리가 성, 시민정신, 명예, 환경, 교육, 건강, 안보 등 시장논리와는 다른 방식으로 가치를 평가받아야 할 ‘비시장 규범’을 밀어냈다는 지적이다.

이 책에서 샌델이 제시하는 모든 예에는 돈과 시장이 개입한다. 그는 각각의 좋은 것들(the good)이 지닌 선함(the good)이 돈 때문에 변질되는 현실을 비판한다. 요컨대 사회가 바뀌면서 시장이 모든 가치의 중심이 됐지만, 사실 시장은 결코 중립적인 장치가 아니라 재화의 특성을 변질시키는 힘을 가졌다는 것이다.

마이클 샌델은 "시장과 시장의 역할에 대한 도덕적 판단을 내려야 할 때"라 말한다. 도덕적 판단 이전에 "이 세상에 사실이라는 것은 없고 단지 그 사실에 대한 해석만 있을 뿐"이라는 리처드 셍크먼의 말이 떠오른다. 더불어 "수세기 동안 역사 편찬은 주로 법률가, 성직자, 사업가와 재산가들의 부업이었다. (군주들은) 회장, 협회, 학술지와 전문 학회를 지원했고 과거와 현재가 어떻게 정의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그들과 생각을 같이하는 유산계급들로 충원되도록 신경썼다"는 마이클 파렌티의 규정도 생각난다.

마이클 샌델의 책이나 말들이 승자입장에서 기록하는 역사 기록물과 같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하버드에서 수없이 강연을 들은 졸업생들이 지도층에 존재하는 현재 미국에서는 인센티브가 없어졌을까. 저자가 말하는 불평등의 인센티브를 조장하는 것 또한 하버드와 같은 유슈한 대학을 졸업한 그들이다. 저자는 "당신은 모든 것을 사고 팔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고 묻는다고 한다. 그 이전에 나는 묻고 싶다. "마이클 샌델, 당신은 그런 사회에서 무엇을 했는가?"

덧_
"돈으로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세상은 불행하다. 꿈이 사라진 세상이기에."라 했는데 마이클 샌델 때문에 표절처럼 보인다. 개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마이클 샌델 지음, 안기순 옮김, 김선욱 감수/와이즈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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