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 일본의 한 책이 열풍을 일으켜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다. 그 책은 바로 《아침형 인간》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늦게 일어나는 인간은 성공에서 동떨어진 인간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퍼졌다. 이론적으로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정설로 여겨지며 아침형 인간의 열풍이 퍼졌다. 대표적인 이분법적 사고이다. 아침형 인간은 부지런하며 자신이 가진 하루 시간을 좀 더 활용하는 인간이다고 강요했다. 아침형 인간이어야 성공하는 것일까?
외향적 인간은 사회적 인간이기에 성공할 수 있다. 반면 내향적 인간은 자신의 장점을 표출하지 못하므로 성공하기 힘들다고 말해왔고 대부분의 인식이 그러하다. 모두 외향적 인간이 되어야 하는가?
아침형 인간, 외향적 인간에 대한 선호도는 모두 편견이다. 편견이란 이분법적 사고에서 기인한다. 다순히 금을 그어 내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단순한 사고를 한다. 이러한 편견이 다른 쪽에 있는 사람들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하는지에는 관심이 없다. 우리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향적, 외향적인 사람에 관한 조사와 그에 따른 이야기이다. 책의 내용을 알기 전에 그것의 정확한 개념을 알아야 이해가 쉽다. 즉 개념이 잡힌다.
외향적外向的 : 마음의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나타내는. 또는 그런 것.
내향적內向的 : 성격이 내성적이고 비사교적인. 또는 그런 것. / 외면적인 면보다는 내면적인 면을 추구하는. 또는 그런 것.
내성적 內省的 : 겉으로 드러내지 아니하고 마음속으로만 생각하는. 또는 그런 것.
내향성이 외향성보다 더 똑똑한 것도 아니며 그 반대도 아니다. 타고난 기질을 쉽게 바꾸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순전히 외향적인 사람이나 순전히 내향적인 사람은 없다. 비율의 차이는 있지만 두 성격을 모두 갖추고 있다. 서로를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학교나 사회의 시스템이 외향성에 맞추어 이루어진 것은 문제이다. 외향성의 열정과 내향성의 셈세함이 적절하게 균형을 갖춘 사회가 되려면 시스템도 그러해야 한다.
학교나 사회에서 외향적 인간을 원하지만 지금 있는 자기 모습 그대로 받아들여 살아도 된다. 외향적인 인간만이 성공하는 것도 아니며 오롯이 내향적인 인간도 없다.
그렇지만 외향적 인간이 환영받기 시작한 시기는 얼마되지 않았다. 20세기 초 미국의 도시화와 대뮤모 이민으로 외향적 기질이 대두되었다. 1840년대는 미국인 중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이 8%였다. 하지만 1920년대에는 전체의 3분의 1 이상이 도시 거주민이 되었다. 첨예한 경쟁시대에 이웃보다는 낯선이들과 만나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외향성은 이 시점부터 성공의 결정적인 요소가 되었다. 경쟁사회에서 남들보다 사교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이 되어야 인정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성향은 미국의 글로벌화와 더불어 세계화되었다.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느냐의 관점에서 타인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 고민하는 시대가 되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문화의 관점에서 본 내향성에 관한 것이다. 행동하는 사람과 사색하는 사람이라는 이분법에서 출발해서 이 두 가지 유형을 훨씬 더 조화롭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세상이 나아질까 하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즉 두 가지 유형이 좀 더 조화롭게 사는 세상이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이다.
여러분의 아이가 조용하다면, 아이가 새로운 상황과 사람을 접하도록 도와주되 평소에는 자신의 모습 그대로 지내게 내버려두자. 아이의 독창성을 기뻐하라. 건전한 양심과 우정의 깊이를 자랑스러워하라. 아이가 군중을 따르리라 기대하지 마라. 대신 아이가 관심사를 추구하도록 격려하라.
여러분이 교사라며, 사교적이고 활발히 참여하는 학생들의 존재를 만끽하라. 하지만 수줍음 많은 아이들, 부드러운 아이들, 자율적인 아이들도 잊지마라. 이 아이들은 내일의 예술가요 엔지니어이며 사상가다.
여러분이 기업의 관리자아면, 직원의 3분의 1에서 절반은 겉으로 어떻게 보이든 내향적이라는 점을 기억하라. 조직의 사무공간을 어떻게 배치할지 다시 생각하라. 내향적인 사람들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라. 이들은 깊이 생각하고, 전략을 세우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위험을 감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여러분이 원하는 것이 창의성이라면, 직원에게 먼저 혼자서 문제를 풀어보게 한 뒤에 생각을 공유하게 하라. 군중의 지헤를 원한다면 이메일 등을 활용하거나 글로 쓰게 하되, 모두 참여할 기회를 얻기 전까지는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보지 못하게 하라. 강한 주장이나 달변을 좋은 아이디어로 착각하지 말자. 능동적인 직원이 있다면 외향적이거나 카리스마 넘치는 관리보다는 내향적인 관리자와 함께 일할 때 더 좋은 성과를 낼 것이다.
이 책의 온라인 서점 분류를 보면 자기계발이나 성공학으로 분류되어 있다. 하지만 그렇게 분류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읽어보면 정작 읽어야 할 사람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 그리고 기업의 관리자가 읽어야 할 책이다. 그렇다면 어디에 분류해야 할까? 우리는 이분법으로 나누는 구조에 너무 익숙해 그것을 당연히 여긴다. 여러 분류로 나눠지는 것에 부담스러워하며 한 곳으로 우겨넣으려 한다. 이 또한 편견이다. 새로운 편견을 가지지 말자. 그리고 가지고 있는 편견을 깨는 것이 우선 해야할 일이다.
콰이어트 Quiet 수전 케인 지음, 김우열 옮김/알에이치코리아(RH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