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작인 저자는 많은 부분을 자신의 책에서 인용한다. (저작권 문제는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내가 전문가도 아니니 일반적으로 생각하자면) 저작권에서도 자유롭고 인용하기 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비슷한 말의 연속이다. 백번 양보해 한두 번 인용은 애교로 봐줄 수 있지만, 도가 넘으면 짜증스럽다. 곰탕도 아니고 너무 우려먹는다. 저자로서는 좋겠지만, 독자는 본전 생각나게 한다.
인문학에 관한 책을 15년 정도 읽는다고 해서 인문학에 대해 많이 알 뿐 전문가는 될 수 없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공신력 있는 자격증, 스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일 인문학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치열하게 공부한 후 인문학책을 쓴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책을 집필하면서 자신이 알고 있는 인문학에 대해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책을 출간하는 순간 인문학 전문가로 인정받게 된다.
많은 사람이 자기만족을 위해 책을 읽는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 다음 단계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계기가 필요하다. 책쓰기가 그것을 해준다. 저자의 <생존 독서에서 생존 책쓰기로 전환하라>는 공감한다. 다만 두 챕터에 같은 제목을 사용하는 것은 편집자의 게으름 아니면 저자의 게으름 또는 만용(?)이다.
책읽기에 어떤 목적을 두고 책을 읽는 게 좋다. 하지만 책읽기 본래의 목적보다 '스펙'이라는 책쓰기가 우선이 되어서는 안된다. "10년 차 직장인, 사표 대신 책을 써라." 그래서 틀린 말은 아니지만, 유쾌하지 않다.
덧_
'10년차 직장인'은 '10년 차 직장인'이 아닌가? 자간을 위해 일부러 띄우지 않았을 거라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