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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인간이 되기 위한 인문

이 시대의 불꽃 파르티쟌 이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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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la Ciao - Anita Lane

이 노래를 들으면 코잔등이 시끈해집니다. 사랑하는 여인을 두고 떠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러 가수가 불렀지만 특히 Anita Lane의 노래는 더 구슬프게 들립니다. 이탈리아의 파르티쟌의 노래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그보다도 더 슬픈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은 아무도 기억을 못하고 또한 하려고 하지도 않는 그런 빛 바랜 추억같은 일입니다.

얼마전 1박2일에서 지리산 둘레길이 나왔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경치더군요. 계곡의 물도 말고 힘차게 흘러가더군요. 같이 보고있던 초등학교 4학년인 큰 아이에게 빨치산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왜 그렇게 싸웠냐고 묻더군요. 저는 뭐라고 답을 해주어야 할지 먹먹 했습니다. 국군과 싸웠으니 나쁜사람이냐고 묻는 아이에게 뭐라고 답을 해야할지 또 한번 당황했습니다.

그 지리산 한 가운데는 이현상이 있었습니다. 제가 이현상을 처음으로 알게된 것은 제 또래들이 대부분 그랬듯이 이태의 <남부군>을 통해서 였습니다. 그 전까지는 그저 빨지산이 있었다는 막연한 이야기로만 들었지요.당시(대학시절) 한동안 유행처럼 보급투쟁이라는 말로 많이들 술과 밥을 얻어먹고 다녔습니다. 이현상이 영웅처럼 숭배되던 시절이었습니다. 조정래의 <태백산맥>에서도 이현상이 나오긴 합니다만 그러다가 그만이었습니다.

<이현상 평전>(실천문학사, 2007)이 나온 것을 얼마전에 알았습니다. 아직 읽지는 못했지만 게바라에 대해서는 많이 회자하지만 이현상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들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부터도 잘 모르기때문입니다. 잘 모르는 이현상에 대하여 뭐라고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이것이 2010년 한반도에 살아가는 우리들의 무지함(무심함이라 할수도 있겠지만요.)이라 생각됩니다.

전쟁 발발 직후 남산에서 총살당한 김삼룡과 이주하는 이미 영웅이 되어 있었고, 우러북자 중에도 경성트로이카 시절부터 이현상의 오랜 동지에 정태식, 이순금, 박진홍 등은 숙청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하지만 일단 시작된 남로당 비판은 모든 남한 출신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 자신이 박헌영파임을 인정하던가, 아니면 박헌영을 비판해야 했다. 반역자들과 공범이라고 인정하던가, 아니면 그들에게 맹종했다고 자아비판 해야 했다. 자아비판의 바람은 누구도 피할 수 없었다. 이현상에게도 이 바람을 견뎌야만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531쪽)

아마도 이현상의 지리산에서의 마지막은 예견된 일입니다. 이현상은 더 잘 알고 있었겠지요. 게바라가 볼리비아에서 죽을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알았듯이 말입니다. 한 시대의 획을 그은 이의 전기를 읽는다는 것을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시인 정희성은 "실패한 자의 전기를 읽는다/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새로운 실패를 위해"서라고 노래했습니다. 우리가 그의 전기를 읽는 이유도 같은 이유입니다.

아름답고 훌륭한 새 세상을 만들고자 30년 동안 밤을 낮 삼아 뛰어다녔던 불요불굴한 우리 조선의 혁명가 이현상은 그 꿈을 펼쳐보지 못한 채 돌아가셨다. 그와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모여 만들었던 남조선노동당이 사라지면서 설 자리를 잃고 말았다. 돌아가신 뒤에도 그 넋이나마 저세상으로 가지 못하고 지리큰뫼의 건공중을 떠도는 중음신이 되어버린 것이다. 김삼룡 선생은 최후진술에서 "나는 아무런 할 말이 없소이다. 나를 더 이상 욕보이지 말고 죽여주시오" 하고 짧게 끊었다는데 이현상 선생은 무슨 말을 남길 틈도 없었다.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 한 사라지지 않는 것이 역사라는 이름의 장강대하일 것이다. 그러나 기억하는 것만으로는 안 되니, 기억 또한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것이 그 기억을 적어두는 기록이다.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세상에서는 역사가라고 부른다. 그런데 그 역사가라는 사람들은 우리 조선의 혁명역사를 기록하지 않았다. (김성동 발문)

김성동 선생의 발문에서 말한 것처럼 역사가들이 기록하지 않았다고 역사가 아닌것은 아닙니다. 역사는 승자가 기록하였기에 항상 불합리한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을 키우는 것이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파르티쟌, 빨치산으로 이땅에서 세상을 등진 많은 영혼들에게 이노래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The Partisan - Leonard Cohen

덧붙임_
[현대사 아리랑]남부군 사령관 이현상


이현상 평전
안재성 지음/실천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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