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가지 법칙을 내용을 읽어면서 문득 'Fast Second'라는 책이 생각났다. 그럴듯한 제목과 "재빠른 2등전략으로 블루오션을 완성하라 또는 선점하라." 등의 카피로 현혹된 그 책.
벤쳐나 소규모 중소기업을 위한 방법이 아닌 대기업이 더 많은 문어발을 하기 위해서는 "재빠른 2등 전략"으로 시장에 먼저 들어간 소규모(?) 기업을 자본이나 인력으로 빨리 초도화를 시키라는 말이 아니던가? 물론 말의 비약도 있다. 하지만 그 책을 읽는 내내 불쾌한 맘을 감출 수 없었다. 아래의 3가지 법칙도 그와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급변하는 IT산업을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로 ‘헤일로’ ‘롱테일’ ‘로빈후드’ 세 가지 법칙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 법칙은 구글·애플 등 이른바 잘 나가는 IT기업의 성장 배경을 설명하거나 강력한 단속에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영화·음악 등 디지털 콘텐츠 분야의 해적 행위를 이해하는 열쇠 역할을 해주고 있다.
◇롱테일 법칙 = 구글 덕분에 톡톡한 유명세를 치른 용어다. ‘롱테일’은 판매 곡선에서 불룩 솟아오른 머리 부분에 이어 길게 늘어지는 꼬리 부분을 일컫는다. 구글을 위시해 인터넷 비즈니스에 성공한 기업 대다수가 20% 머리 부분이 아니라 80% 꼬리에 집중했기 때문이라며 닷컴 성공 비결을 설명해주는 법칙으로 자리를 잡았다. 사용자제작콘텐츠(UCC)를 필두로 ‘웹2.0’이 인터넷 화두가 되면서 앞으로 꼬리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소수 히트 상품이 위력을 발휘했던 데서 꼬리에 있던 다수 틈새 상품의 힘이 점점 거세질 것이라며 새로운 시장의 법칙으로 해석하고 있다.
◇ 헤일로 법칙 = ‘후광(Halo) 효과’로 잘 알려진 헤일로 법칙은 심리학에서 출발했다. 한 번 매력을 느낀 사람은 지적이고 관대하며 성격은 물론이고 집안 환경도 좋을 것이라고 선입관을 갖는 경향을 말한다. 헤일로 법칙은 애플이 ‘아이폰’을 공개하면서 IT와 시장을 읽는 법칙으로 떠올랐다. 아이팟으로 성공 신화를 쓴 애플이 맥PC는 물론이고 새로 진출한 휴대폰에서도 아이팟 헤일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것. 윈도 영향력을 겨냥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비스타 전략,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잡은 ‘초콜릿폰’을 저가 시장에서도 활용하겠다는 LG전자의 마케팅 계획 모두 헤일로 법칙을 겨냥했다는 설명이다.
◇ 로빈후드 법칙 = 법적 분쟁과 단속에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온라인 불법 다운로드 현상과 맞물려 떠오른 키워드다. 재정학에서 나온 로빈후드 법칙은 ‘가진 자’ 것을 빼앗아 ‘없는 자’에게 나눠 주면 일하는 사람이 갈수록 줄어 결국 없는 자만 남는다는 논리. 다운로드를 받는 대다수 사람은 유명 제작회사가 상당한 돈을 벌었으며 이들이 만든 영화를 훔치는 것은 대수롭지 않다는 심리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로빈후드 법칙은 시장 전문가들이 판권 소유자에게 돈을 내야 좋은 영화가 계속 나오며 파일 공유 행위가 범람하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경고하면서 유명세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