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의 결혼 소식이 없다면 그 많은 연예정보프로는 무엇으로 시간을 메울까. 5월 첫주만 해도 요란했다. 박경림.심혜진.윤다훈…. 그런 빅뉴스가 어느 요일에 발표되느냐에 따라 각 방송사 연예정보 담당자들의 희비가 엇갈릴 정도다. 편집 없이 그저 찍어 나르기만 해도 본전은 챙길 수 있다.
세상 인심이 수상한 건 영화 '올드 보이'에도 나왔던 엘라 윌콕스의 시 '고독'이 대변해 준다. "웃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 울게 될 것이다." 야속하게도 그들이 더 신경을 곤두세우는 풍문이 있으니 바로 스타의 결별 소식이다.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우리한테 제일 먼저 알려줘"라는 게 제작진의 속맘일지 모른다.
결혼식의 하이라이트는 예물교환도, 행진도 아니다. 언약이다. 일생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약속의 순간일 것이다. 주례와 양가 부모, 지인들 앞에서 신랑과 신부는 씩씩하게 대답한다. "일단 살아 보겠습니다"가 아니고 "평생 고락을 함께하겠습니다"는 게 혼인서약의 요체다. 그들은 고락의 뜻을 알기나 한 걸까.
즐거울 땐 마주보고 괴로울 땐 돌아선다면 그건 결혼을 거래로 착각한 결과다. 실은 거래조차 그래선 안 된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는 대사로 유명한 '다모'의 작가 정형수가 드라마에서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사랑은 의리'라고 요약했던 게 기억난다. 결혼의 참뜻은 사랑에 살고 의리에 죽는 것이다.
결혼식이라고 유난히 경건할 필요는 없다. 부모 앞에서 키스하고 팔굽혀펴기하는 것도 애교로 봐줄 수 있다. 그러나 큰소리로 답한 그 약속만큼은 지켜야 한다. 내가 아는 많은 연예인이 결혼했고, 그 결혼식에 봉투를 들고 유쾌하게 참석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혼 소식이 들리면 묘한 감정에 휩싸인다. 동정심과 배신감이 7 대 3 정도다.
이혼하려면 축의금을 반납하라고 신문에 쓴 적이 있다. 돈을 돌려받으려는 의도라기보다 제발 좀 신중하게 결혼에 임하라고 쓴소리를 한 것이다. 결혼을 앞둔 이들에게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을 적어도 열 편 이상 시청하라고 권한다. 행복한 예비부부에게 무슨 소금 뿌릴 일 있느냐고 나무랄지 모른다. 맞는 말이다. 소금을 뿌려서라도 사랑의 변질을 막고 싶은 것이다. 언뜻 보면 2류 저질프로 같지만 실은 엄청난 교육프로그램이다. 방송사로선 스타가 안 나와도 시청률이 담보되는 저예산 고효율의, 이른바 효자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결혼이건 이혼이건 곡진한 스토리가 있게 마련이다. 지겹다고 채널을 돌리지 말고 그들이 어떻게 만나고 왜 헤어지는지 기승전결을 보자. 연예정보도 단순한 정보에 머물면 곤란하다. 정보(information)는 지혜(wisdom)로 연결돼야 가치가 있다. 멀리 보이는 산의 돌멩이 하나에서도 작은 교훈을 얻는다면 그 또한 인생수업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