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 독서가 갖기 쉬운 함정

2011.04.27 09:00 行間/술 사주는 읽고쓰기


책을 어떻게 읽을까 라는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독서법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다시 생각했다. 책을 읽을 때 저자의 생각을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고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함정에도 수긍이 간다.

비판적인 책 읽기가 습관화되면 자기 의견을 중시한 나머지 상대방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책을 읽어도 책을 읽기 전의 자신과 달라지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책에 쓰인 것은 그저 저자의 의견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글쓴이의 의견을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수용하여 "세상에는 여러 계층의 수많은 사람이 다양한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 그것을 대범하게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책을 읽을 때 될 수 있는 대로 편견을 버리고 넓은 마음으로 읽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의 이 말은 곱씹어 볼 말이다.



독서법에 관한 어떤 책을 보면 문제의식을 느끼고 비판적으로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책을 읽기 전부터 그런 식으로 자신의 뜻과 독서가 나아갈 방향을 미리 결정해 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럼으로써 정작 중요한 내용을 잘못 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무슨 일에든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편이지만 책을 읽을 때만큼은 될 수 있으면 의식적인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런저런 상상이나 잣대를 들이대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글을 읽는 것이다. 다만 문장력이 떨어진다고 느껴지면 도중에 책 읽기를 멈춘다. 아무리 유명한 저자가 쓴 책이고 내용이 재미있어도 문장력이 떨어지면 더는 읽고 싶은 마음이 나지 않는다. 반면 문장력은 뛰어난데 내용이 조금 허술한 책은 비판적이지도 호의적이지도 않은 중립상태에서 읽는다.

예를 들어 최근에 읽은 심차 자코보비치의 <예수의 무덤 Hesus Family Tomb>은 영화 <타이타닉>의 제임스 캐머론 감독이 연출한 디스커버리 채널의 프로그램이다.

이 책은 예루살렘에서 발견된 2천 년 전의 무덤이 예수와 그 가족의 무덤이라는 놀라운 이야기를 다고 있다. 제임스 캐머론 감독과 권위를 자랑하는 디스커버리 채널이 함께 만든 것이므로 백 퍼센트 지어낸 이야기라고 생각하긴 어렵다. 그들이 그럴듯한 관을 만들어 유골을 묻는 일까지는 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완전히 꾸며낸 것은 아닐지라도 기본적으로 거짓이라는 것은 분명히 알 수 있다.

이 책을 비판적으로 읽자면 어디부터 지적해야 하지 망설여질 정도로 의문스러운 점 투성이다. 그럼에도 이런 종류의 책을 비판적으로 읽는 것은 스스로 책 읽는 즐거움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비판은 전문가에게 맡기면 된다. 백 퍼센트 믿는다, 혹은 믿지 않는다는 식으로 흑백을 가리는 대신 그 중간지점에 서서 즐기면 된다. 그것이 지적인 여유가 아닐까.

비판적 독서를 하는 사람은 어떤 목적으로 책을 읽을까? 그런 사람은 대개 자신이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다'는 자신감에 차있다. 하지만 유심히 살펴보면 그에게는 사실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힘이 없다. 비판적인 책 읽기가 습관화되면 자기 의견을 중시한 나머지 상대방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책을 읽어도 책을 읽기 전의 자신과 달라지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책에 쓰인 것은 그저 저자의 의견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세상에는 여러 계층의 수많은 사람이 다양한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 그것을 대범하게 인정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호의적인 태도로 읽을 필요는 없다. 특히 유명한 사람이 쓴 책이라고 해서 모든 내용을 쉽게 믿어서는 안 된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핵심은 책을 읽을 때는 될 수 있으면 편견을 버리고 넓은 마음으로 읽도록 노력하라는 것이다. 책 한 권을 다 읽고 난 뒤 '이 책을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전부가 아니다. 앞으로 무수하게 읽어야 할 많은 책 중의 하나일 뿐이다. 많이 받아들이고 더 많은 것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키우자.

하나의 주제를 중심에 놓고 무수한 갈래로 나 있는 책의 그물을 상상해 보라.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은 그런 그물을 이루는 하나의 그물코에 불과하다. 그물 전체의 얼개를 파악하자면, 다른 그물코를 눈여겨봐야 한다. 물론 정독, 완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요컨대 정독, 완독이 독서의 기본이며, 여기에서 강조한 발췌 독서, 스킵 독서, 검색 독서는 그런 기본을 바탕으로 한 방편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책 읽기, 어떻게 할까 - 표정훈)



덧_
이 글을 예약으로 등록한 후 장정일의 책을 읽었다. 그의 텍스트에서 나를 고민에 빠지게 한 글을 읽었다.
'내가 왜 이 책을 읽는지'에 대한 뚜렷한 동기가 있는가? 다시 한번 반문해 봅니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무조건 책은 좋은 것이다'고 배웁니다. 하지만 책을 잘 읽기 위해서는 '내가 왜 이 책을 읽는지'에 대한 뚜렷한 동기가 있어야 합니다. 그게 없으면 독서는 의무가 되거나 베스트셀러 같은 유행에 쉽게 휘둘리게 됩니다. 더 중요하게는 자기 안에 동기가 마련되지 않은 독서는 다 읽고 나서도 남는 게 없습니다. 어떤 책을 읽기 전에 '내가 왜 이 책을 읽는지'에 대한 세 개 이상의 이유를 먼저 떠올려보길 권합니다.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 장정일)



책,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
나루케 마코토 지음, 홍성민 옮김/뜨인돌


덧붙임_
뜨인돌출판사, 2009년 10월 초판 2쇄


덧붙임_둘

어떻게 읽을 것인가

책과 함께 우리가 될 그날을 위하여 : 독서
책을 어떻게 잘 읽을까? : 호모부커스
책을 읽는 이유 : 책 읽는 책
비지니스 서적 읽는 방법 : 레버리지 리딩
선인에게서 듣는 독서법 : 조선 지식인의 독서노트
천천히 읽기 : 책을 읽는 방법
희망도서목록을 작성하라 : 전략적 책읽기
신나는 독서경영 : 독서가 행복한 회사
얼마나 읽어야 이길 수 있을까? : 읽어야 이긴다
'책을 읽어라'에서 '책을 읽자' : 책, 세상을 탐하다
솔직한 호란의 다카포
행복한 책읽기와 독서일기
고전을 등한시 한 나의 독서편력
2주에 1권 책 읽기
우리가 원하는 책은 무엇일까?
천천히, 주의 깊게 상상력을 동원해서, 마음껏 읽어보자 : 어떻게 천천히 읽을 것인가
어떻게 읽고 어떻게 쓸 것인가
위대한 인물들에게는 솔선수범하는 훌륭한 부모의 본보기가 있다
좋은 책이란 읽는 이를 불편하게 하는 책이다

어떻게 쓸 것인가

쓰는 동안 당신은 행복하고 특별합니다
음란서생에서 배우는 글쓰기 : 진맛을 가진 글쓰기
'목적'에 맞는 글쓰기 : 돈이 되는 글쓰기
문제는 창조적 사고다 : 허병두의 즐거운 글쓰기 교실 2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나 될 수 없다. : 인디라이터
헤밍웨이가 말하는 "최고의 글쓰기 룰" : 문장은 짧고 힘차게
감전 시켜라 : 워딩파워 세미나를 보고
무조건 써라 : 당신의 책을 가져라
내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하는 이유 하나를 만들어라 : 내 인생의 첫 책쓰기
글쟁이는 분석가적 자질이 필요하다 : 비즈니스 글쓰기의 기술
따로 또 같이 - 영화와 글쓰기 : 영화관에서 글쓰기
다시 문제는 상상력이다 :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작가는 아무나 하나. 우리는 아무나가 아니다 : 작가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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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읽어보고 싶네요.
    요새 어떤 생각으로 책을 읽어야 하는지 좀 궁금한 시점이었는데,
    도움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
    • 책 읽기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꼭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 김중열
    • 2011.05.19 16:33 신고
    '비판'과 '주관'을 구분하지 못하면, 이런 글도 쓸 수 있겠네요.

    편견이 들어가면 '주관'이고요. '비판적'이 되려면 편견이나 주관이 없어야 '비판적'이 되지요.
    '비판적'을 다른 말로 하면, '논리적', '객관적'이 되는데요.
    님께서 말하는 '비판'은 '주관'이라는 단어와 더 어울리네요.

    그리고 소설(문학=예술)은 소설로 읽어야 겠지요.
    예술은 예술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비판적 사고를 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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