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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

밥벌이를 위한 영화평론을 보고 기죽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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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를 포스팅 한 지가 오래되었다.
한동안 다른 여러가지 일로 정신이 없어 영화를 보지 못하였다. 그렇다고 아예 영화를 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리뷰를 적지 못하였다. 이유는 허접한 리뷰를 한동안 적었지만 다시 읽어보면 부끄러움에 글을 읽을 수 없을 지경이다.
소위 영화평론이라 하는 글을 많이 읽고 많이 느꼈다. 많이 읽을수록 영화에 대한 글을 쓰기가 더욱 더 어려워졌다.
밥벌이로 하는 사람들의 글이니 당연히 나와는 차이가 나겠지. 차이가 나니 그들이 밥을 먹고 사는 것 이겠지. (물론 전부 다가 그런 것은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고 그들의 글을 읽어 왔다.

일전에 읽은 장정일의 <생각>에서 그의 영화평론에 대한 글을 읽었다. 아, 무릎을 탁하고 쳤다. 그들의 글이 나와는 다를 수 밖에 없는 점을 보았기에 위안으로 삼고자 한다. 그렇다고 내가 그들과 같은 환경이 되었다고 그들과 같은 질의 글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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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中 "섬세"의 일부분 76~78쪽, ()의 말은 내가 첨언 한 것이다. 문단 나눔은 원문은 없다. 가독을 위하여 임으로 나누었다.

영화평론을 읽을 때마다, 자신의 보잘것없는 관찰력과 감식안에 절망을 느끼는 영화 관객들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 하는 말로 다가온다.) 나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장정일이 이렇게 말을 하니 왠지 더 큰 위안이 된다. 장정일도 이러한 생각을 하다니..) 나는 영화평론가들의 글을 보면서 늘 "이 사람이 본 것을 나는 왜 못 봤을까" 하고 자책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영화 관객에게 지적 위화감을 주고 나아가 자신의 지능까지 의심하게 하는 전문적인 영화평론가들의 글은, 그들이 한 편의 영화를 보고 글을 쓰게 되기까지의 온갖 자질구레한 과정과 준비 과정을 비밀에 부치고 있기 때문에 부정직한 글이다.

영화평론가를 위한 어떤 입문서는 영화에 대해 글을 쓰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 영화를 다섯 번 이상 보아야 한다
고 못박고 있기 때문인데, 그런 사실을 알 경우 "이 사람은 다섯 번 봤으니까" 하고 쉽게 수긍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내 지적 능력이나 지능지수를 자책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장정일이 나의 고민을 알고 있는 듯하다.)

영화평론가가 일반적인 관객보다 더 잘 볼 수 있는 비결은 물론 "다섯 번 이상" 이 기본인 준비 과정에만 있지 않다. 오랫동안 영화를 공부해 왔다는 사실을 감안하고서라도 그들은 제작 현황을 방문할 수 있고 제작자와 감독, 작가, 스태프 등과 작품에 대해 캐물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며, 기술 시사회와 같은 중요한 자리에 초대 받을 수 있다.

하므로 나같이 지적 열등감에 시달리는 일반 관객을 위해, 영화평론의 마지막 문장을 항상 이렇게 맺는 것이 어떨까? : "마지막으로 나는 이들을 쓰기 위해 이 영화를 다섯 번 보았다는 것을 밝혀둔다." 혹은 좀 더 자세히 : "마지막으로 나는 이 글을 쓰기 전에 이 영화를 기술 시사회에서 한 번씩 보았으며, 이 글을 쓰기 위해 세 번이나 개봉관을 다시 찾았다는 것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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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의 끄트머리에 이렇게 쓰는 일이, 영화평론가들의 자유로운 글쓰기를 전혀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많은 책의 저자 서문이 으레 이렇게 끝나는 것을 보아 왔기 때문이다. " 이 책의 초고를 보고 쾌히 토론의 상대가 되어 주신 아무개 씨에게 감사한다. 하지만 이 책의 모든 허물은 전적으로 필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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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영화를 한 번만 보고 여러 번 본 듯이 글을 쓰는 불성실한 평론가의 잘못된 버릇도 교정해 주는 이중의 효과를 거두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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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의 문장은 허접한 글로 평론가를 자처하는 인간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장정일이 좋다. 더구나 문화평론가라는 이상한 명칭으로 예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온갖 허접하고 찌라시 같은 글을 양산하는 인간들이 너무 많기에 장정일의 글에 공감이 간다.

장정일의 같은 책에서 영화에 대하여 다시금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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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많은 해석이 있어 왔지만, 나에게 영화란 너무나 명확하게 규정된다. "두 번 본 것"만이 영화다. 한 번 보고 만 것은 영화가 아니다. 그건 길거리에서 우연하게 목격하게 된 교통사고와 같은 것. 장정일 <생각> 1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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