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行間/밥 먹여주는 경제경영

바나나에 씨가 없는 이유는? : 바나나에 대한 불편한 진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랑받는 바나나, 우리에게는 바나나(맛) 우유로 더 잘 알려진 바나나. 그 바나나에는 씨가 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없다.

바나나는 씨가 없는데 어떻게 생기지?
지금 먹고 있는 바나나를 다 먹고 나면 앞으로 못 먹는 것은 아닐까?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이플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메이플 스토리 과학퀴즈>의 한 부분이다.
지금은 너무나 흔해 쉽게 먹고있는 바나나에 대하여 의문을 가지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바나나에는 왜 씨가 없을까?
아래 보기중에서 뭐가 답일까요.




그럼 씨앗이 없는데 바나나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비밀은 바로 '접목'이야. 접목은 뿌리가 있는 큰 나무에 작은 나무줄기 등을 붙이는 기술이란다. 튼튼한 바나나 나무뿌리에 씨 없는 바나나 품종의 나무줄기를 붙여서 바나나 나무를 만들어 내지. 바나나 나무는 접목에 의해 계속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우리는 얼마든지 바나나를 먹을 수 있어.

책에서 일러주는 씨없는 바나나의 비밀이다. 또한 점목에 대하여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다. 아이들이 읽기에는 좋은 책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그릇된 상식을 알려주고 있다. 우리는 바나나를 얼마후 아니 내일부터 먹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바나나의 멸종에 대한 경고는 어제 오늘 제기된 것이 아니다. 또한 바나나의 이러한 멸종은 처음이 아니다. 우리가 먹고있는 바나나 이전 (우리나라는 귀해서 못 먹었겠지만) 할아버지 세대가 먹던 바나나는 '그로미셜'이라는 품종이었다. 하지만 20세기 초반 파나나질병으로 인하여 급속하게 죽어나갔다. 생상성이 떨어진 '그로미셜'을 대신해 다국적 기업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품종을 찾아 개량 재배한 것이 '캐번더시'다.



다국적기업들에 의해 대량생산되는 바나나는 균일한 당도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상품으로 관리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현재 먹고 있는 식용 바나나는 열매는 맺지만, 씨 없는 작물이 되었다. 마치 종우나 종돈, 종마처럼 바나나 역시 우수한 품질을 갖춘 나무에서 씨 없이 뿌리나 줄기로 접을 붙여 번식시키는 방식(유전자 변형도 가해지지만)으로 품질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뜩이나 유전자 정보가 단순한 바나나인데, 유전자 종 자체가 이렇듯 단일하다는 데 있다. 이럴 경우 특정한 종에만 발생하는 전염병에 극히 취약한 구조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만약 바나나에 이 같은 전염병이 발생할 경우, 인류가 미처 손써 보기도 전에 바나나란 과일은 지구상에서 전멸할 가능성이 높다. (바나나와 문화다양성 협약 - 2007년 06월 08일자 <경인일보>)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바나나 캐번디시는 맛과 향도 좋고 생산성이 높다. 또한  비타민B6, 비타민C, 섬유소 등이 풍부해 ‘완벽식품’으로 불릴 정도다. 하지만 문제는 이 바나나도 질병에 시달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TR4라 불리는 새로운 곰팡이질병이 80년대 대만에서 발견되기 시작하면서 동남아시아 일대를 휩쓸기 시작했다. 당시 대만 바나나의 70%가량이 사멸했고 인도네시아에선 엄청난 바나나 재배지를 폐기해야 했다. 현재 이 질병은 동남아시아, 인도, 호주 등에 점차 퍼져나가고 있다. 농부들은 바나나를 비닐포장지로 감싸고 해충제를 뿌리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없는 상태다.

더 큰 문제는 이 질병이 바나나 생산의 핵심지인 중남미에 도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세계 최대 바나나 수출국인 에콰도르,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등이 모두 이 지역이 속한다. 세계식량농업기구에 의하면 에콰도르는 전세계 수출용 바나나의 30%를 담당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매년 약 344만7302t의 바나나를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던' 바나나는 유독 멸종위험에 이리도 쉽게 처하는 걸까. 이유는 ‘인간의 욕심’에 있다. 우리는 달고 맛좋은 바나나를 얻기 위해 정상적인 바나나의 번식을 뒤틀었기 때문이다. 현재 식용 바나나는 씨가 없다. 대부분의 바나나는 유전적 다양성이 없는 한 바나나의 ‘복제품’인 셈이다. 이 때문에 20년 이내 캐번디시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세계식량농업기구의 예측 중 하나다.

"1845년 아일랜드 감자기근도 단일 감자 품종만 재배했다가 한 질병에 모든 감자가 죽어 발생한 일"이라는 의견도 있다. 바나나 및 향후 다른 과일에서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유전공학이 아니라 번식력이 거의 없어진 캐번디시 바나나를 다른 종과 장기간에 걸쳐 교배시켜 자연스런 잡종품종을 다량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다양한 품종을 유지하고 교배시키는 자연스런 방법만이 과일을 보존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만일 바나나가 20세기 초반과 같은 (이름은 바뀌겠지만) 마닐라질병이 발생한다면 어떠한 일이 일어날까? 바나나는 밀과 쌀, 옥수수에 이어 세계 4번째로 많이 재배되는 작물이다.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의 바나나는 간식거리가 아니라 주식이다. 그들에게서 바나나를 뺏어간다면 어떠한 질병보다도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우리는 이제까지 오직 한 가지 바나나, 우리가 먹는 바나나만을 생각해왔다. 그것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착취당하고, 얼마나 많은 환경이 파괴되는지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우리는 또한 바나나가 얼마나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바나나의 국한된 일이 아님은 우리를 더욱 더 불편하게 한다.

+

"바나나의 놀라운 비밀들"에 대한 책이 있다.

라틴 아메리카의 대부분 추악한 뒷배경이 바나나 기업들이다. 1898년 미국-스페인 전쟁 후 쿠바에 처음 상륙한 미국 기업이 UFC였다. 또한 1961년 쿠바 반대 세력이 카스트로를 몰아내기 위해 저지른 유명한 ‘피그스 만 침공사건’에서 CIA에 선박을 제공한 것도 UFC였다.

라틴아메리카에서 끊임없이 내전과 쿠데타가 되풀이되고, 독재정권과 친미우익정부가 판을 치는 것을 모두 바나나 회사들 탓으로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라틴아메리카 전체에서 바나나 기업이 개입한 결과 빚어진 불안정성이 제도적 취약성이라는 전통을 만들었고, 이 때문에 진정한 민주주의와 공정한 경제정책을 수립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지적은 타당하다. “자국 국민이 아니라 외국 기업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라틴아메리카 정부들이라는 전통을 만든 장본인”이 바로 바나나 회사들이었다.

저자는 "바나나를 수입하지 않았더라면 그토록 비극적인 일들은 없었을 텐데 하고 한탄"한다. 우리가 이들을 알고도 계속 바나나를 먹어야 하는가에 대하여 고민하자. 더 슬프게 하는 것은 그것이 바나나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현실이다. '공정무역'은 사전상에만 존재하는 단어다.

바나나를 이야기할 때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나나 때문에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점이 아니라, 바나나로 또한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바나나를 원하는 ‘우리’가 있고, 바나나를 필요로 하는 ‘그들’이 있다. 바나나에 대한 우리의 애정이 아무리 클지라도, 후자의 세계가 훨씬 더 중요하며 우리가 내리는 선택이 두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명심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바나나
댄 쾨펠 지음, 김세진 옮김/이마고



+

바나나에 대한 또 다른 에피소드

앤디 워홀이 밥 딜런에 대한 컴플렉스에서 나온 밴드가 Velvet Underground이다. 그들의 첫번째 앨범 자켓을 디자인 해주었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맴버도 같이. 그녀가 Nico이다. Nico는 그녀 자체로도 좋은 아티스트이며 내가 좋아하는 매력적인 목소리의 주인공이다. 하지만 데뷔앨범에 넣은 것은 좀....

워홀의 바나나의 의미는 심오하지 않다. 원래 그는 심오하지 않다. 세상을 향한 조롱에 가깝다. 무엇이 연상되는가?


참조 : 앤디 워홀, 에디 세즈윅 그리고 밥 딜런 : 팩토리 걸






+

바나나에 대한 또 다른 에피소드

Mister Tom : 백인에게 굽실거리며 백인 사회에 동화하려는 흑인. Oreo라는 과자를 아는가. 까만 과자사이에 하얀 크림이 있는 오레오. 그래서 백인 사회에 동화하려는 흑인을 겉은 검은데 속은 하얗다고 Oreo라고 한다.
Banana는 겉과 속이 다른, 백인 사회에 동화하려는 동양인을 말한다.

힌둥이에게는 그저 겉과 속이 다른 바나나일 뿐이다.


덧붙임_

바나나와 문화다양성 협약 - 2007년 06월 08일자 <경인일보>
바나나 멸종위험, 무엇때문일까? - 파이낸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