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에서 처음으로 김홍희를 알게되었고 또한 <방랑>도 알게되었다. 김홍희의 마른 목소리 때문에 더 이 책이 읽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절판이다. 출판사에 연락해서 구매하였다. 사진작가이다 보니 절반정도가 사진이다 보니 단숨에 다 읽었다.
김홍희의 글은 간결하고 느낌이 있다. 하지만 사진은 방랑이라는 제목에 맞추려고 그런지 몰라도 우울하다. 우울하기보다는 어둡다. 어둡다기 보다는 옛 기억이 자꾸 떠오른다. 옛 기억이 떠오르기 보다는 우울하다. ...
김영하가 (내가 기억하는) 읽어준 부분은 김홍희의 일본인 사진 선생인 마쓰자기선생에 대한 글이다. <마쓰자기 선생>와 <고백>이다. 같은 동양인, 특히 일본인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그런 것들이다. 한국인이기에 우리가 일본인에 대한 편견을 잘 알고 있기에 이해(공감은 아니다)가 간다.
<고백>에 인용된 마쓰자기 선생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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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시피 네가 사진을 잘 찍는다고 하지만 너만큼 찍는 카메라맨은 세상 어디를 가나 수두룩하다. 기획은 구십, 사진은 열이다. 냉정하게 세상을 보고 깊은 철학의 잣대를 가지고 우선 생각해라. 사진을 찍기 전에 찍는 너와 찍고자 하는 대상이 무엇인지를 완전히 파악하라. 충분히 그러고 난 뒤 확신이 서면 그때 그것을 인화지에 옮겨라. 그게 사진가다. 사진가는 사상가다. 카메라란 내 사상을 옮기는 연필 같은 도구다. 철학 없이 사진을 찍는 사람은 그저 찍사에 불과하다. 그리고 결국 남에게 휘둘린다. 내가 너에게 일본어로 기사를 쓰게 한 것도 다 그러한 연유에서였다. 그리고 마지막 한 가지. 너는 이제부터 혼자 살아야 한다. 나를 무참히 밟고 일어나지 않으면 또 누군가에게 기댈지 모른다. 이전의 네가 그랬던 것처럼. 이제 그런 날이 가깝게 온 것 같다. 만약 그런 날이 오면 천상천하에 혼자 설 기회를 절대 잃어버리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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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자기 선생의 가르침처럼 김홍희는 선생과의 인연을 끊었다. 아니 끊기를 강요하는 선생의 의지를 받아주었다. "그리고는 어디론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렇게 책은 마무리를 한다. 저자의 글은 간결하다. 그의 글 투를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간결하지만 힘이 있는 글 투를 글쓰기의 교본으로 염두에 둘 필요도 있다.
그것보다는 선생이 제자에게 들려주는 "냉정하게 세상을 보고 깊은 철학의 잣대를 가지고 우선 생각"하라는 말은 사진에만 국한 된 것은 아니다. "사진을 찍기 전에 찍는 너와 찍고자 하는 대상이 무엇인지를 완전히 파악"하라. "철학 없이 사진을 찍는 사람은 그저 찍사에 불과"하다. 우리가 일을 하거나 글을 쓸때도 가장 중요한 것이 냉정하게 보는 것이다. 각자의 철학을 가지고 사물을 바라 보아야 한다. 각자의 잣대를 가져야 한다.
방랑 |
※ 책은 절판이다. 구매를 원하시면 마음산책으로 연락하면 구매가 가능할 것이다. 몇 권은 남아 있을 것이다.
덧_ 김홍희의 한 마디
만남 없는 헤어짐이 어디 있겠는가. 헤어진 모든 것들은 사랑한 것들이고, 사랑한 모든 것들은 낯선 것들이다. 우리는 낯선 것들과 만나 사랑하고, 낯선 것들과 이별한다. 방랑 역시 낯선 것들과의 조우다. 조우는 고통이고, 고통은 신음한다. 그래서 방랑은 신음이다. 그러나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는 신음이다. 오히려 아프기 위한 신음, 그것이 방랑이다.
덧붙임_
마음산책, 2005년 9월 2판 1쇄
덧붙임_둘
김홍희는
시간과 공간을 독특한 이미지로 형상화하며, 철학이 깃든 작품으로 잘 알려진 사진작가 김홍희는 부산에서 태어나 1985년 일본 도쿄 비주얼 아트에서 포토저널리즘을 전공했다. 사진학교 학생 신분으로는 전무후무하게 니콘 살롱과 올림푸스 홀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2001년 나라 시립 사진 미술관에서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초대전을 가졌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1997년 <암자로 가는 길>과 1999년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의 사진작업을 하면서 ‘좋은 사진이 담긴 멋진 책’이라는 유행을 만들어냈으며, 단행본에서 사진의 중요성을 높였다. 2004년 사진동호회 사이트에 ‘날 때부터 프로냐?’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글을 바탕으로 출간한 <나는 사진이다>는 문화관광부 교양부문 추천도서와 간행물윤리위원회 추천도서로 선정되었으며, 2008년 <MY PHOTOGRAPHY, MY VOICE>라는 제목으로 영문판이 출간되었다.
문예진흥원이 선정한 ‘한국의 예술가 28인’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2008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니콘이 선정한 ‘세계의 사진가 20인’에 이름을 올렸다. 사진집 <세기말 초상>, <결혼시말서>, 사진 산문집 <나는 사진이다<, <방랑>을 펴냈으며, <방외지사>,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예술가로 산다는 것>, <암자로 가는 길>, <벼랑에서 살다>, <인도기행>, <인생은 지나간다> 등의 사진을 촬영했다. 현재 서울과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사진집단 일우를 이끌고 있으며,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여행하는 시간 외에는 해운대와 청사포가 내려다보이는 작업실에서 사진 작업과 글쓰기에 몰두하고 있다.
덧붙임_셋
헤이북에서 아직 재고가 남아있다. 출판사에 연락하는 것이 번거롭거나 정가보다 저렴하게 구매하고 싶으면 구매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