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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술 사주는 읽고쓰기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은 헌책방이 아닙니다



주소로는 은평구 응암동에 위치한 헌책방의 이름이다. 응암역과 역촌역 중간쯤에 위치해 있다. 그렇게 소개되어 있다. 헌책방을 표방하면서 헌책방이 아니라 청소년을 위한 대안공간이라 말한다. 가보지 않아 정확히 규정지울 수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것이 이쪽 저쪽 편을 나눌 수 없는 복잡한 연관 관계가 있듯이 이 곳도 그러하리라는 추측만 할 뿐이다.

이상북(이렇게 부른다)을 처음 알게 된 것은 홍대주변에서 하는 책축제이다. 몇 년전 그곳에서 약간의 헌책과 북아트를 판매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손바닥보다 조그만 북아트 두 개를 샀다. 더불어 예쁜 책갈피를 받았다. 그곳에 적힌 이름이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다. 인터넷에서 몇 번 들어가 보았고 한번 가봐야겠다는 맘에 없는 소리와 함께 몇 년이 지났다. 집에 있는 책을 기증이라는 좋은 말로 정리하려 할 때 이상북을 생각했다. 다른 곳에 무인서가를 만드느라 소진하여 그 일도 생각으로만 지나갔다. 그로부터도 한참 후 책으로 이상북을 만났다. 가게이름과 같은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다.

책을 읽다 보니 눈에 익은 부분도 보였다. 게시판에 올린 글이었다. 책과 헌책방 그리고 대안공간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글들이다. 모두가 책과 인연을 맺고 있다.

저자의 좋은 책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자기 의견을 말하는 저자의 모습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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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이란 무얼까? 누가 나에게 묻는다. 혹은 당신에게 묻는다. 좋은 책이란 도대체 뭘 두고 하는 말일까. 어떤 책이 좋은 책일까? 사실 어떤 책을 좋은 책, 그렇지 않은 책이라고 말하는 건 옳지 않다. 세상 어떤 책도 나쁜 책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 우리나라에서는(과거에 그랬듯이) '불온서적'이라는 목록을 만들기도 하지만 사실 그런 모든 책이 나쁜 건 아니다. 개인적인, 혹은 사회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뭔가 맘에 들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 것일 뿐.

그건 다 어려운 이야기다. 쉬운 이야기를 하자. 내가 좋아하는 책은 많이 있지만 한 권 말해보라면 생각할 것도 없이 열린책들에서 나온 이언 뱅크스의 소설 '말벌공장'을 든다. 이 책은 나에게 있어 '좋은 책'이라는 기준에 어느 정도 잘 맞는 책이다. 개인에 따라서 좋은 책을 고르는 방식이 다르겠지만 여기선 내 경우를 소개한다.

첫째, 좋은 책은 우선 내용이 좋아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내용을 담은 책이 좋은 책이다. 
둘째, 좋은 책은 책 표지가 좋아야 한다. 내용은 좋은데 표지가 맘에 안 들면 솔직히 정이 금방 떨어진다.
셋째, 장정 상태가 좋아야 한다. 내용도 좋고 표지도 예쁜데 장정이 엉성하면 이것도 감점 요인이다.
넷째, 책 크기가 적당해야 한다. 너무 작거나 반대로 너무 큰 책은 부담스럽다.
다섯째, 어느 정도 희소성이 있어야 한다. 흔한 책이라면 위 네 가지 요소가 충족 되더라도 왠지 예뻐 보이지 않는다. (이건 좀 감정적인 요인이라고 해두어야겠다.)

+

<말벌공장>이라는 책이 왠지 읽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의 희소성에서 빵 터졌다. '왠지 예뻐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공감이 간다. 나에게 책이란 그렇게 장서로서의 가치가 없기에 보기 위한 책이다. 읽기전에는 책의 모양새를 따지지 않다가 보고나면 표지가 어떻네 제본도 그렇고 등등 여러 가지 이유를 댄다. 저자의 고르는 방식에 공감이 간다. 저자의 방식이 100% 옳지 않다. 그저 자신의 방식을 말한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원칙과 소신이 있다. 그 각자의 원칙이 존경받는 사회가 진정한 인간이 사는 사회이다.

주인장이 읽은 책만 판다고 한다. 책도 고객에게 권 할려면 자신이 먼저 취(?)해봐야 한다는 말이다. 말이 된다. 많이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이 많이 들어 오는 날에는 피곤도 하겠다. 미루지 말고 아이들 손을 잡고 다녀와야겠다. 책을 사고 차도 마시고 향기도 마시며 다녀와야지. 이 지독한 비가 그치면 다녀와야지.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윤성근 지음/이매진

덧붙임_
자세한 위치나 소개는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덧붙임_둘 2011.08.02
청소년, 대안문화공간에서 꿈을 찾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