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온 책이 오랫동안 읽히는 책이라면 내가 먼저 읽으면 좋지 않을까. 나를 위해 주말 신문 서평에 소개된 신간 중에서 관심 있는 책을 정리한다. 이 중 몇 권의 책은 읽을 것이고, 다른 몇 권은 (물론 출판사나 저자는 싫어하겠지만) 제목만 기억해도 만족하다. 신문 서평 중에서 관심을 둔 흥미로운 부분을 옮겨놓는다. 혹자는 각자의 입맛에 따라 선택할 것이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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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 엔진이 공정하고 타당한 결과를 보여 준다고 생각한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검색 엔진이 내 입맛에 맞는 검색 결과를 보여주고 있을 수도 있다. 인터넷 검색 결과를 보고 여론이 이렇다고 생각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그 사람은 늘 오판을 할 수밖에 없다. 선거를 준비하는 정치인들은 모두 내게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당락 가능성을 물어보는 사람이 다 주변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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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방향으로 관심사를 넓힐 것”을 주창한다. “오페라에서 만화로, 아프리카 정치에서 톰 크루즈의 영화로” 넘나들면서 스스로 갇힌 정보습관의 울타리를 벗어나라는 권고다. 그러면 “개별화 코드는 숨이 가빠질 것”이라고 말한다. 또 페이스북보다는 트위터를 사용하는 쪽이 더 현명하다는 판단도 제시한다. “트위터의 우주는 (페이스북에 비해) 간단하고 투명한 몇가지 규칙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런 개인의 노력은 “개별화를 추구하는 기업들이 변하지 않으면 효과가 제한적”이다. 그래서 저자는 “필터링 코드를 숨겨놓고 있는” 인터넷 기업들에 “옴부즈맨을 임명하고 투명성을 높이라”고 말한다. “어떤 정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밝히라”고 주문하기도 한다. 그는 새로운 세대의 인터넷 편집자들에게 “공공생활과 시민의식”이라는 가치를 잃지 말 것을 강조하면서, “초기 인터넷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생각 조종자들 엘리 프레이저 지음, 이현숙.이정태 옮김/알키 |
구글은 기억한다, 당신이 어젯밤 한 일을
‘맞춤정보’의 덫,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나’
사악해지지 말자, 구글은 왜 이런 표어를 내걸었을까
[북스 클로즈업] 생각조종자들
‘맞춤 정보’ 지금 당신의 생각을 재단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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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대표적 좌파 정치인인 저자(1909~1998)는 1958년에 초판을 펴낸 이 책에서 '성인(聖人) 간디'를 '정치인 간디'로 재조명한다. 저자 역시 한때 간디의 사상에 크게 공명한 젊은이였다. 그래서 두 가지 질문에서 출발한다. "첫째, 왜 나와 같은 수백만의 젊은 남녀가 간디주의 진영으로 합류했는가? 둘째, 왜 나와 같은 일부 젊은 남녀는 서서히 불만족이 싹트고 마하트마에 대한 환상이 깨지면서 처음에는 수십 명, 나중에는 수백 명 그리고 계속해서 수천 명이 마르크스-레닌주의 진영에 가담하기 시작했는가?" 이렇게 프레임을 바꿔서 보면 때론 시대착오적이고, 허술하기 짝이 없는 '인간 간디'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하지만 간디를 맹목적으로 비판하고 발가벗기지만은 않는다는 데 이 책의 장점이 있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간디를 '이상주의자'로 보면서 농촌빈민을 각성시켰으면서도 농촌빈민들이 부르주아지에 대항하는 것을 두려워했다는 점을 동시에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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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간디’의 민얼굴을 살펴 본다. 오랜 활동 중 때론 시대착오적 정치철학을 펼쳤던 사람, 그래서 여러 얼굴을 가진 모순된 인물로 비판한다. 간디의 대명사로 통하는 비폭력 운동만 해도 그렇다. 그는 “수많은 인도 젊은이들을 제국주의 총알받이로 보내는 것에 양심의 가책이라고는 전혀 없었던”(69쪽) 지도자이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을 위해 나가 싸우라고 징집을 권유했던 것이다. 그때 참전해 죽어간 징집병은 무려 9만여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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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국의 이상을 위하여 제 생명을 네 번 헌신하였습니다. 보어전쟁(1899년 보어인의 영국에 대한 반란)에서 저는 불러 장군의 공문서에서 언급되었던 바로 그 야전 의무대에서 근무했고, 나탈에서 줄루족 반란이 있을 때에도 유사한 부대에 있었습니다…저는 케다 지역에서 적극적인 모병 활동에 헌신하여 죽을 정도로 심한 이질에 걸렸어도 길고 고된 행진을 했습니다. 저와 같은 행동으로 제국 내에서 제 나라가 동등한 지위를 얻게 될 것이라는 믿음에서 이 모든 것을 했습니다."
간디가 남긴 `인도에 있는 영국인들에게 드리는 편지`의 한 구절이다.
마하트마 간디 불편한 진실 E. M. S. 남부디리파드 지음, 정호영 옮김/한스컨텐츠(Hantz) |
聖人? 정치가? 간디의 두얼굴
카스트제도 옹호하고 토지개혁 반대했다? 간디가?
당신은 간디를 절반만 안다
간디 안의 또 다른 간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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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실천문학> 가을호는 신작 시나 소설, 평론을 싣지 않은 파격적인 편집으로 눈길을 끈다.
이 잡지는 ‘2000년대의 마지막 말들’이라는 기획 특집으로 지면의 대부분을 꾸몄다. 권두언과 편집위원들의 좌담, 그리고 신인상에 당선한 신인들의 단편 둘이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다. 권두언과 편집위원 좌담 역시 기획 특집의 연장이어서, 사실상 기획 특집을 중심으로 한 무크로 보아도 좋을 정도다.
실천문학 103 - 2011.가을 실천문학편집위원회 엮음/실천문학사 |
“문학의 반성문” 파격특집 선보인 ‘실천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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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독자들에게 `상식`의 본질을 다시 들여다보기를 권한다.
"전문적 지식과 긴장관계에 있는 상식은 비공식적인 규제시스템이자 정치적 권위다. 개인들은 의식적으로라도 상식의 밖에 서서 그 상식이 작동하는 복잡하고 막강한 과정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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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은 인민주권론을 연결고리로 해서 포퓰리즘과 닿는다. 18세기 자치(自治) 사상과 더불어 출현한 포퓰리즘은 인민의 집단상식에 호소하는 정치적 설득의 방식이다. 인민의 판단은 언제나 옳으며 이들의 직관은 소수 전문가의 판단과 식견을 능가한다는 믿음이 근거다.
하지만 저자는 정치와 상식의 잘못된 결합이야말로 재앙이라고 경고한다. 따라서 "오늘날 일부 개인들은 의식적으로라도 막강한 파워를 휘두르고 있는 상식의 밖에 서서 그 상식이 작동하는 복잡하고 막강한 과정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책을 읽는 내내 행간에는 저자가 티파티로 대표되는 미국의 우파 포퓰리즘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게 보인다. 하지만 '아이들을 굶겨서는 안된다' 같은 또 다른 '상식'과 포퓰리즘이 정국을 흔드는 나라도 있다. 이 거센 '상식'의 시대에 책은 한 알의 각성제처럼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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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은 자명해 보이지만, 원칙·입장에 따라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킬 때가 많다. 좌파나 우파 모두 상식과 그 결과물인 포퓰리즘을 이용한다.
책은 한국에서 ‘복지 포퓰리즘’을 주장하는 이들이 활용할 만한 교재로 보이지만, 저자는 “상식은 언제나 반동, 반대자의 편”이라며 “민주화 물결을 지지할 수 있는 만큼, 그 물결을 억누르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상식이 뜻하는 내용과 그것을 대변하는 자를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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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 ‘상식’이 어떻게 사용되었는가 하는 것이었다. ‘상식’은 기본적으로 지식과 권력을 독점하고 있던 지배층에 대해 모든 사람이 이성과는 다른 차원의 건전한 판단력과 정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혁명적인 것이었다. 저자에 따르면, 18세기 중후반 스코틀랜드의 외진 도시 애버딘과 자유로운 문화의 망명지였던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서 철학자만이 전점하던 판단력과 소수의 지배층이 독점하던 통치권을 흔들어 놓은 ‘상식’의 반란이 시작됐다. 머지않아 그 영향은 신대륙의 식민지 도시 필라델피아에 미쳤다. 그곳에서는 이 ‘상식’에 근거하여 헌법을 제정하고 강력한 행정관 대신 의회에 권한을 집중시키되 매년 선거를 통해 ‘상식’을 가진 인민들이 의원을 교체하게 하는 혁명적 정치제도를 만들었다.
그러나 ‘상식’이 늘 진보의 편은 아니다. 필라델피아를 거쳐 다시 대서양을 건너온 ‘상식’은 혁명의 도시 파리에서 복고적 사상과 결합한다. 프랑스혁명 발발 2, 3년 만에 전통적 가치들과 생활방식을 지키기 위해서는 교회와 국왕, 마을의 공동체 정신이 중심이 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상식’에의 호소가 힘을 얻었다. 물론 혁명을 주도한 자들도 ‘상식’에 호소하고 있었다. 이후 ‘상식’은 모든 정치적 논쟁에 동원됐다. 대중을 동원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견해가 대중과 같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했고 이를 위해 정치가와 대중이 공유하는 ‘상식’이 가정되고 강조됐다. 진보든 보수든, 우파든 좌파든 적어도 대중의 힘을 필요로 하는 한 ‘상식’은 포기할 수 없는 무기가 됐다. 노예제도, 여성운동, 민족주의 등 정치사에서 벌어진 주요 논쟁마다 그 찬반 양측은 모두 ‘상식’에 의존해 자신의 생각을 주장했다.
상식의 역사 소피아 로젠펠드 지음, 정명진 옮김/부글북스 |
'상식'의 옷을 입은 포퓰리즘을 경계하라
막강 파워 휘두르는 상식의 밖에 서서 작동 과정 주시해야
상식, 혁명의 동력이자 포퓰리즘의 뿌리
상식, 일종의 집단착각…진리와는 달라 시대에 따라 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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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신인가, 인간인가 아니면 신·인간인가 하는 무서운 문제의 해답은 하늘에서 내린 것이 아니라 공의회에서 '결정'한 것이다. 스코틀랜드를 상징하는 격자무늬 천으로 만든 퀼트가 그 나라의 오랜 전통이 아니라 18-19세기에, 그것도 잉글랜드의 상인이 만든 옷이라는 사실은 우리가 존중하는 그 많은 전통도 전통이 아닐 가능성이 있음을 알려준다.
누가 만드는가? 신이 만든 것도 아니고 우연이 만든 것도 아니고 인간이 만든 것이다. 특정 시대에 특정 사람들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만든 것이다. 우리가 '고전'이라고 숭상하는 책도 그러하며, 학생들의 바이블인 교과서도 그러하다.
종교도 인간이 만든 것이다. 근대의 위대한 철학자들은 모두 계시종교를 거부하고 자연종교를 지지했다. 그들의 신랄한 성서 비판은 현대인들의 성서 비판을 능가한다. 동양에 대해 품고 있는 신비스러운 이미지, 가령 '조용한 아침의 나라 조선'마저 유럽인들이 식민지배를 위해 만들어낸 지식(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이란 사실이 가장 대표적인 '만들어진' 진실의 사례다.
그러나 영웅을 망가뜨리고, 또 그것에 통쾌함을 느끼는 정도로 끝나서는 안 된다. '만들어진 승리자들' 역시 '만들어진' 지식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만들어진 것, 즉 허구(fiction)라는 주장은 절대적 지식의 존재를 부정하는 동시에 '대화'를 유도한다.
저자는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발견한 것이 아니며, 콜럼버스 자신도 신대륙이 아니라 아시아에 왔다고 생각했다며 그의 '업적'을 깎아내린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대서양 너머 미지의 세계로 항해한 사실이다. 콜럼버스의 (나아가 모든 영웅의) 대담함과 모험심을 단순히 무지와 탐욕과 광기로 폄하하는 것이 과연 옳은 평가일까? 저자는 단테에 대해서도 그의 모국어가 불가리아어였다면 위대한 작품을 쓰지 못했을 거라며 그가 이탈리아인으로 태어난 행운을 강조한다. 하지만 모든 이탈리아인이 단테처럼 위대한 작품을 쓴 것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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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위인, 천재, 명성에 관한 연구서와 역사 인물을 다룬 역사서, 전기, 논문, 박물관 자료 등 방대한 문헌을 추적해 역사 속에 묻혀 있던 사실, 즉 세계사가 기억하는 승리자의 이면을 샅샅이 파헤친다. 인류사를 빛낸 승리자에 대한 도발적인 문제 제기를 담은 이 책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여러 위인이 백과사전이나 교과서에 실리기까지의 과정을 냉철하게 추적하고 있다. 칭기스 칸이나 알렉산드로스 대왕처럼 환경과 우연으로 극히 운이 좋았던 위대하지 않은 유명인, 넬슨이나 니체처럼 질병과 광기로 혹독한 대가를 치른 위대한 유명인을 재조명하며 명성 뒤에 가려진 인물의 이중성을 고발한다. 저자는 마릴린 먼로와 그레타 가르보가 현대적인 화장술과 성형 수술의 성공적인 수혜자였을 뿐이며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지도자로 기록된 윈스턴 처칠은 실상 지독한 전쟁 애호가였고, 과학적 사회주의를 창시하고 계급에 관계없이 평등한 세상을 주창했던 카를 마르크스는 지인들의 돈을 제 돈인 양 꺼내 쓴 뻔뻔함의 극치였다고 주장한다. 위인들끼리의 평가도 엇갈린다. 보들레르는 프랑스의 국민적 영웅 볼테르를 '멍청이들의 왕'이라 칭했고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헤겔이 '뒤죽박죽 엉터리 철학'으로 유명해졌다고 혹평했다. 또 베르디는 모차르트를 조롱했으며 니체는 바그너를, 톨스토이는 셰익스피어를 비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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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은 어차피 로토와 다름없다면 우리는 새롭고 독자적인 평가로 역사가와 비평가, 편찬자들의 작위적이고 우연한 결정을 깨부수는 자유를 누려야 한다.” 이 책은 백과사전식의 천편일률적인 위인과 천재의 평가를 거부한다. 이른바 역사상 위대한 인물들은 작위적이고 각색된 인물들이 적지 않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독일 유력 일간지 ‘디벨트’ 편집책임자를 지낸 이력답게 역사의 인물들을 균형 있게 분석했다. “그렇다고 종래의 위인들을 흠집 내려는 의도는 없다. 다만 세간의 평가를 무작정 따르는 태도를 비판하고, 동시에 때와 기회를 얻지 못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무수한 나폴레옹과 모차르트에게 애정 어린 헌사를 보낸다.
만들어진 승리자들 볼프 슈나이더 지음, 박종대 옮김/을유문화사 |
위대한 영웅은 없다, 만들어낸 영웅이 있을 뿐
위대한 명성 뒤에 감춰진 위인들의 이중성
부풀려진 영웅·천재·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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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사진가' 김기찬의 사진집 6권을 전집 형태로 엮은 책이다. 유작 15점을 포함해 500여점의 골목 사진이 담겼다. 중림동, 공덕동, 아현동, 도화동, 행촌동…. 70년대에도, 80년대에도, 90년대에도, 서울의 골목에서 아이들은 환하게 웃고, 떠들고, 싸운다. 할머니는 입 찢어져라 하품을 하며, 아낙들은 젖먹이 아이를 달래느라 여념 없다. 재개발 열풍으로 자취를 감춘 서울의 골목을 안타까워하며 2003년 김기찬은 썼다. "골목은 내 평생의 테마라고 했는데 내 평생보다 골목이 먼저 끝났으니 이제 골목안 풍경도 끝을 내지 않을 수 없다." 평생 골목의 사람 냄새를 아꼈던 그는 이 글을 남긴 2년 후 암으로 세상을 떴다. 사라지는 모든 것이 애달픈 독자에게 권한다.
골목안 풍경 전집 김기찬 지음/눈빛 |
골목사진가가 찍은 옛 서울 골목… 그때 그 골목 사람들은 어디에?
골목길 34년 담은 ‘36.5℃ 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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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신간이 아닌데 서평이 나왔다. 관심있는 책이기에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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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 초반부에서 천사 다미엘은 실제 몸으로 부대끼지 않기 때문에 ‘아픔이 뭔지도 모르는’ 천사생활의 변화 없는 지겨움을 불평한다. 영원히 살 수밖에 없는 천사보다 매 순간 ‘지금’을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동경하는 것이다. <한번은>에서 사진가 빔 벤더스는 로드무비를 찍듯 세계의 대륙을 훠이훠이 쏘다니며 사진을 찍는다. 순서도 없고 맥락도 없다. 이것은 인간이 된 천사의 시선이다. <베를린 천사의 시> 후반부에서 천사 다미엘은 가짜 천사 날개를 단 공중곡예사 마리온을 사랑하게 되어 천사 직분을 버리고 인간이 된다. 인간이 된 첫날을 보낸 뒤 다미엘은 말한다. “딱 한번이었는데도 영원처럼 느껴진다.” 사진의 속성처럼 들리는 말이다. 한번 셔터를 눌렀을 뿐인데 그 사진은 영원하고 유일하다.
한번은, 빔 벤더스 지음, 이동준 옮김/이봄 |
빔 벤더스가 포착한 ‘영원같은 한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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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4년 2월 22일 런던, 에든버러의 '해적 출판업자' 도널드슨 부자(父子)가 제임스 톰슨의 시집 '사계절'의 저작권을 놓고 토머스 베케트를 비롯한 런던의 대형 서점주 15명과 맞붙었다. 저작권이 소멸된 책을 인쇄해 싼값으로 팔아왔던 도널드슨 측은 '사계절'의 저작권 보호 기간(당시 28년)이 소멸됐기 때문에 누가 출판하든 자유라고 했고, 1729년 책의 저작권을 사들인 베케트 측은 "학문 진흥을 위해 저작권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며 의회에 청원, 저작권이 영구적으로 자신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싸움에서 결국 영국 상원은 도널드슨 부자의 손을 들어줬다. 이는 '일정 기한 후 저작권 소멸'이라는 개념을 확립해 오늘날 저작권법의 근간이 된 역사적 판결이었다.
해적판 스캔들 야마다 쇼지 지음, 송태욱 옮김/사계절출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