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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인간이 되기 위한 인문

CEO의 서재엔 뭔가 비밀이 있다 : CEO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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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이라 불리는 이들의 서재와 그들이 추천하는 도서를 읽은 것이 벌써 일 년이 되었나 보다. 이번에는 CEO의 서재를 보여준다. 그들은 CEO이기도 하지만 지식인일 수도 있다. 이 책의 기획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결국(?) 포함되었다면 그들은 지식인이다.

꼭 일 년 만이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지식인 15人의 비밀스럽고 사적인 공간 ‘서재’로 들어가 그들의 영혼을 강타했던 책과 치열한 내면을 탐사했던 《지식인의 서재》가 세상에 나온 지 꼭 일 년 만에 《CEO의 서재》를 선보인다.

책 소개에는 "성공적으로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리더에게" 서재란 어떤 의미인지, "젊은 날의 그에게 영향을 끼친 책과 한 기업의 리더가 된 지금 경영에 영감을 준 책은 무엇"인지에 대한 호기심의 발로에서 출발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성공'이라는 말보다는 지식인으로, 또한 앞서 산 선생先生의 이야기로 읽고자 했다.

이철우의 서재
인문학은 우리 삶의 궤적을 연구해서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지혜를 담아놓은 것이다. 인문학적 지식은 창조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 동시에 감성에 다가서는 법도 가르쳐준다.

윤영달의 서재
예전에는 큰 회사가 작은 회사를 이겼다. 다음에는 빠른 회사가 느린 회사를 이겼다. 그러나 이제는 문화수준이 높은 회사가 미래를 이끌어갈 것이다.

장만기의 서재
기업이 발전하려면 경영자가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바빠서 공부할 시간이 없다는 핑계는 어불성설이다. ‘더 좋은 사람(Better People)’이 ‘더 좋은 세상(Better World)’을 만든다.

신헌철의 서재
리더는 실패를 이기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또 높은 자리에 갈수록 겸손해져야 한다. 리더뿐만 아니라 젊은이도 시련은 내게 오는 비료라고 생각하고 훈련을 통해서 단련되고 정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

김종훈의 서재
사람은 누구나 ‘큰 바위 얼굴’이 될 수 있다. 마음속에서 꿈꾸는 대로 살아가게 된다. 늘 긍정적인 꿈을 간직하고 있으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이루어지게 된다. 단 목표를 가지고 지속해서 끈기와 인내로 전력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

박맹호의 서재
인문학은 사람됨을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오늘날 모든 분야에서 요구되는 인간상이다. 책을 읽는 자만이 생존할 수 있다. 지적으로 무장되지 않으면 미래사회에서는 탈락할 수밖에 없다.

김창일의 서재
보통 사람들도 Good은 쉽게 도달한다. 하지만 Best는 남이 생각하는 것을 받아들일 때 도달할 수 있다. 그런 포용력을 가지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는 연습이 필요하다.

권영호의 서재
절대 포기하지 말 것. 인간의 가장 큰 실수는 포기하는 것이다. 하나를 얻으면 두 개를 베풀며 살 것. 약자를 무시하지 말 것. 가진 것은 나누고 상대가 상처받지 않을 만큼 베풀 것.


8명 모두 각기 다른 이유로 책을 읽고 서재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공부해야 한다, 공부를 멈추어서는 안 된다, 그 공부는 바로 독서라는 점은 공통으로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특히 민음사의 박맹호는 "책을 통해서 내가 만들어진 거죠. 책은 내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책이 아니면 내 존재는 없어요." 라며 책의 중요성을 존재 이유로 말해주고 있다. 또한 인터불고 회장 권영호는 "... 그런 과정에서 힘들 때마다 책을 보고 생각을 했어요. 순발력만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있거든요. 끊임없이 읽고 공부하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라 한다. '순발력'도 중요하지만 그것으로 해결되지 않는 많은 일에는 독서하고 공부하는 것이 해결책이라 일러준다.

앞서서 말했듯이 그들은 지식인이다. 책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해석이 들어가야만 진정한 공부라 할 수 있다. 크라운-해태제과 회장 윤영달은 그 좋은 예를 보여준다고 하겠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이 있다.

줄탁동시(啐啄同時) : 병아리 부화 시기가 되면 알 안에서 병아리가 껍질을 깨려고 아직 여리디여린 부리로 온 힘을 다해 쪼아댄다. 세 시간 안에 나오지 못하면 질식하니 사력을 다한다. 그것이 병아리가 알껍데기 안에서 쪼아댄다는 뜻의 ‘줄’(啐)이다. 이때 어미 닭이 그 신호를 알아차려 바깥에서 부리로 알 쪼아줌으로써 병아리의 부화를 돕는다. 이렇게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주는 것을 ‘탁’(啄)이라 한다. 줄과 탁이 동시에 일어나야 한 생명은 온전히 탄생한다.


줄탁동시啐啄同時가 주는 메세지는 스스로 자기 껍질을 깨고 나와야 바로 살 수 있다는 의미도 있지만, 이 세상을 산다는 것은 '나'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미도 있다. 리더는 직원의 말에, 또 아랫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아래에서 들리는 '줄啐'소리를 들어야 '탁啄'을 해줄 수 있으니까. 그러지 않으면, 직원들의 좋은 아이디어를 살려줄 수 없다고 윤영달은 말한다.

인간개발연구원 회장 장만기는 다른 관점에서 독서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다. "인간관계를 개선하는 방법 중에 제일 좋은 방법은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겁니다. 먼저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거죠. 그의 말에 '아, 그렇습니까?' 하고 공감해주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맨 마지막에 가서 하면 됩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를 다 알아들으려면 공부해야 해요. 독서 해야 하는 겁니다. 나를 더욱 넓고 깊게 만들 수 있는 지름길이니까요." 경청이 중요하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다. 한데 경청을 위해서 독서가 중요하다는 생각은 정말 옳은 말이다. 경청한다고 해도 알아듣지 못한다면 쇠귀에 경 읽기가 되니 경청을 아니한 만 못할지니 알아들으려면 공부해야 한다는 그의 말이 독서의 필요성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성공이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이들도 많은 실패와 성공을 경험했다. 그에 대한 충고도 꼭 자기계발의 관점이 아니더라도 새겨들을 말이다. SK에너지 부회장 신현철은 "그 힘들었던 경험을 통해서 기다릴 줄 아는 인내, 겸손할 줄 아는 지혜를 배웠거든요. 언제부터인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성공과 실패는 한 집에 붙어있는 방이다. 우리는 큰방(성공)과 건넌방(실패)을 오가며 사는 거다. 이런 생각 말이에요." 라고 말한다. 또한, 장만기는 "인생에서 실패한 사람의 90 퍼센트는 진짜로 패배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다만 그만두었을 뿐이다."라는 폴 마이어의 말을 빌려 실패는 포기와 같은 말임을 일러준다.

장만기는 포기에 대해 다시 일러준다. "인생이라는 것 안에는 많은 것이 잠재되어 있는데 너무 쉽게 포기해 버리는 사람이 있어요. 우리는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알아야 합니다. 자신의 가능성을 믿어야 합니다. 자기 자신이 자본이에요. 우리는 모두 선택받아 세상에 태어난 겁니다. 그런 자각을 하느냐 하지 못하느냐가 중요하죠. 그리고 절대로 포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는 "어떤 일을 하든지 자신의 철학을 가지고 집중적인 노력"하면 된다고 한다. 나아가 "세상 어떤 일도 실천 없이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며 '자신의 철학'과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현철이 저자 한정원에게 준 책(마거리트 히긴스의 《자유를 위한 희생》)에 적힌 내용을 다시 읽으며 책과 독서에 대해 생각해 본다.

'가지 않은 길'로 건너게 하는 다리가 책이며, 그 길에서 지성 · 이성 · 감성 · 영성을 찾도록 밝혀주는 것이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CEO의 서재
한정원 지음, 전영건 사진/행성B잎새


덧붙임_
북디자이너 정병규의 서재 : 책이란 자연스럽게 삶의 일부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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