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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인간이 되기 위한 인문

서양인의 눈으로 본 조선왕국 - 하멜 표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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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은 십 수년간의 조선 억류 후 탈출해 일본을 걸쳐 네넬란드 본국으로 돌아갔다. 본국으로 돌아간 하멜은 ‘표류기(漂流記)’와 ‘조선왕국기(朝鮮王國記)’로 구성된 《하멜 표류기》를 써서 보고하였다. ‘표류기’는 네덜란드를 떠난 이후 조선에서의 억류 생활을 거쳐 다시 귀국할 때까지 일어난 일을 기록한 일지이다. 난파 경위, 조선에 표박한 이후 하멜 일행이 겪은 체험과 감상이 연대순으로 기록되어 있다. 하멜 일행이 조선에 체류하는 동안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생활하였는지를 상세히 기록했다. ‘조선 왕국기’는 조선의 지리, 풍토, 산물, 정치, 군사, 형법 제도, 종교, 교육, 교역, 특산물, 환경 그리고 민족성 등 하멜이 조선에서 체류하면서 보고 들은 조선에 대한 각종 정보를 기록했다. 향후 교류 또는 침략에 이용하여 했던 보고서이다. 네덜란드는 교류 중이던 일본의 반대로 조선과 직접 교류는 포기하게 되었다.

 

하멜표류기


‘조선왕국기’에는 병에 걸린 조선인들이 하는 행동에 대해 자세하게 적고 있다. ‘민족성’이라는 부분으로 생활상을 기록하고 있다. 하멜 일행의 눈으로는 좋게 보지 않았다. "코레시안은 훔치고 거짓말하며 속이는 경향이 아주 강합니다. 그렇게 믿을 만한 사람들은 되지 못합니다. 남을 속여 넘기면 그걸 부끄럽게 생각하는 게 아니고 아주 잘한 일로 생각합니다. 한편 그들은 착하고 남의 말을 곧이듣기 잘합니다.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그들에게 우리말을 믿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낯 모르는 사람 특히 중을 좋아합니다."

드라마 <닥터 진>에서 괴질怪疾이 발생했다. 콜레라임을 직감한다. 도성을 막고 출입을 통제하고 괴질에 걸린 백성을 방치한다. 오직 송승헌만이 괴질에 걸린 백성을 돌보고 그들을 살린다. 현대인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조선 시대에는 당연한 행동이었다.

전염병에 대하는 조선인들에 관한 묘사가 있다. "그들은 피를 싫어합니다. 그들은 병에 대해 커다란 혐오감을 갖고 있고, 특히 전염병에 대해 그렇습니다. 전염병에 걸린 경우 그들은 곧 환자를 집에서 운반해 그가 살고 있던 마을이나 고을 밖으로 실어 내며, 들판에 그런 목적을 위해 만든 조그만 초가집으로 데려갑니다. 그를 돌보는 사람 외에는 아무도 접근하거나 말을 걸지 않습니다. 도와줄 친구가 없는 사람은 아무도 돌보지 않아 그대로 죽어 버리고 맙니다. 전염병은 소나무 가지로 울타리를 만들어 집이나 마을로 접근하는 것을 금하며, 누구나 알 수 있도록 전염병에 걸린 집의 지붕 위에 가시나무를 덮어 놓습니다."

문자와 언어에 대한 부분은 흥미롭다. "코레아의 말은 다른 모든 언어와 다릅니다. 같은 사물을 표현하는 데도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부르기 때문에 배우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대개의 사람은 말을 매우 빨리하지만, 양반이나 학자들은 천천히 말합니다." 하멜 일행은 한글인지 모르고 기술하였지만, 설명은 흥미롭다. "여자나 평민이 사용하는 글자입니다. 이 글자는 배우기 쉬우며, 모든 것을 다 쓸 수 있습니다. 전에 한 번도 들어 본 일이 없는 이름을 다른 글자보다 쉽고 더 정확히 적을 수 있는 글자입니다."

청나라 사신의 방문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많이 사대적인 상황이었음을 볼 수 있다. 당시 시기적 상황이 전쟁이 끝난 후 얼마 되지 않았기에 청나라에 극진할 수밖에 없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타르타르(청나라를 말함) 사신이 도착하면, 국왕은 친히 대신을 데리고 도성 밖까지 그를 영접하러 나가며 경의를 표하기 위해 깊은 절을 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 사신을 숙소로 모십니다. 사절이 도착하고 출발할 때는 국왕에게 행해지는 것보다 더 경의를 표해야 합니다. 사신을 보낸 황제에 대한 존경심에서, 그리고 사신의 입에서 불평이 나오지 않게 하려면,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하여 사신에게 경의를 표하고 환대해 줍니다."

하멜 일행이 단편적인 경험과 전해 들은 이야기이고 그들이 편협하게 눈으로 본 것이기에 사실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이 개항 전 조선이 서양에 소개된 유일한 자료이기에 그들이 이것을 근거로 조선을 판단했을 것을 생각하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다시 읽는 하멜표류기
강준식 지음/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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