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숙하고, 편안하고 안전한 세계. 폭력도, 가난도, 편견도, 불의도 없는 세계. 모두가 꿈꾸는 유토피아일 수도 있다. 이 마을은 어떠한 모함도, 위험도 없는 편안하고 즐거운 삶을 누린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늘 같은 상태(Sameness)'이다. 장기하의 노래처럼 매일 별일 없이 살고 걱정 없이 산다면, 매일매일 사는 게 재미있을까? 글쎄.
'늘 같은 상태'인 마을의 행복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이 든 노인과 장애아 등은 모두 임무 해제된다. 마을 사람에게는 다른 마을로 간다고 했지만 안심시킨다. 모두 기억도, 거짓말도, 변화도 없는 어제와 같은 늘 같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임무해제 한다. 성욕도 없다. 성욕을 느낄 나이면 약을 먹는다. 아이도 전문적인 임무를 가진 사람이 한다. 건강한 구성원을 위해서인지 3명으로 제한한다.
12살이면 모두 임무를 부여받는다. 조너스는 기억보유자를 부여받았다. 마을 사람 모두 거짓말하지 않는다. 다만 기억보유자는 거짓말을 해도 된다. 조너스는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당신은 거짓말을 해도 됩니다."라는 지시를 받았더라면? 그랬다면 마을을 유지할 수 있을까? 정직이라는 이름으로 아무 생각 없이 살아야만 마을을 유지할 수 있다. 마을에 산다는 게 정말 행복한 것일까?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무거운 주제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기에 아쉬운 점이 많다. 그 점은 다르게 말하면 연작이기에 그러하다고 할 수 있다. 책을 덮으며 든 생각은 그래서 그 다음은…." 뿐이다. 다시 생각하면 장점일 수도 있다. 다음 편을 기대하게 하고 그래야 후편을 쓸 수 있을 테니.
주인공이 조너스인줄 알았다. 하지만 제목이 《기억 전달자》이다. 조너스는 기억보유자를 임무로 받았다. 그렇다면 주인공은 조너스에게 기억을 전해주는 전 기억전달자이다. 이렇게 단순할까? 전 기억보유자는 조너스가 기억보유자로 임무를 부여받으면서 기억전달자가 되었다. 정상적이라면 조너스도 기억전달자가 될 것이다. 늘 같은 상태였다면 말이다. 하지만 조너스는 스스로 기억전달자가 되었다. 혼자 기억을 보유하는 게 아니라 모두에게 되려는 조너스, 그래서 제목이 《기억 전달자》가 아닐까.
로이스 로이의 연작 4부작 중 첫 번째이다. 다음 《파랑 채집가》, 《메신저》 그리고 《태양의 아들》에서 어떻게 될지 몹시 다음 시리즈를 들게 한다. 《태양의 아들》은 1993년 《기억 전달자》 이후 20여 년 만에 출간한 시리즈의 마지막이다. 원래 3부작이었던 작품이 4부작으로 막을 내렸다. 그 결말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