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혹해 구매했다. 또 다른 이유는 도서정가제 시행 막바지에 반값 판매이다. 책 내용이나 저자가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구매했다. 그저 제목과 알라딘 주제분류가 '미시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은 철저히 기대를 배신했다. 책 제목처럼 '뜻밖에' 생기는 것은 드물다.
책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부제 "흔한 재료, 흔치 않은 이야기"는 관심을 끄는 멋진 제목이다. 내가 이 책을 생각한 것은 흔한 재료의 미시사이다. 흔한 재료가 이 땅의 인민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으며, 역사를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원했다. 그저 잡다한 상식과 흔한 재료의 가십성 이야기를 바란 게 아니다. 많은 음식 중에 몇 가지를 골라서 심층적으로 구성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다른 작가가 해결해 줄 것이라 희망한다.
제목이 음식史가 아니었다면 그다지 나쁘지 않은 책이다. 그저 '우리 음식 이야기'였다면 잡학책으로는 무난했을 것이다. 이 책에 없는 게 하나 더 있다. '고추'가 없다. 오래된 재료는 아니지만, 한국인의 음식에서 빠질 수 없는 재료이다. 이런 점도 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이유 중 하나이다.
몰랐던 몇 가지가 있다. 호박의 원산지가 남미(?북미)라 한다. 한국에는 고추와 함께 임진왜란 후에 들어왔다. 이때 들어온 것은 동양종이고, 지금 먹고 있는 것은 1920년대 들어온 서양종이다. 우리가 고유의 음식으로 여기는 많은 것이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생각한다. 우리의 것이 모두 좋다는 생각은 어떤 것까지 우리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불고기가 한식을 대표하는 음식인지 늘 의구심이 든다.
저자는 "이 변화의 세기, 세계화의 시대에도 가장 변하지 않고 오래오래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우리의 '혀'와 그 '혀'가 빚어낸 음식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다."라고 말한다. 우리가 그저 단순히 먹고 즐기는 음식이나 재료가 아니라 그것이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그 때문에 어떻게 역사가 바꾸었는지 더 많은 음식 이야기가 나오길 바란다.
뜻밖의 음식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