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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듣고 느낀 한마디

십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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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한 말기 대장군 하진이 "환관을 절멸시켜야 한다."라고 하자 조조는 고개를 저었다. "환관은 고금부터 있었다. 다만 군주의 총애를 빌려 국정이 이 지경까지 온 것이다." 조조는 망국의 책임은 환관이 아니라 군주가 져야 함을 지적했다.

망국의 책임은 환관이 아니다. 조조가 하진의 말을 듣고 십상시를 절멸했다면 하진이 십상시 자리를 대신했을 것이다. 자기와 무리의 이익만을 챙기는 환관이 문제이지 환관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연산에게 호통친 김처선은 환관이 아니었던가. 같은 환관이라도 그 본분을 알고 어떻게 처신하느냐의 차이다. 달리 본다면 같은 환관이라도 황제나 왕에게 어떤 말을 했느냐에 따라 (결국, 죽임을 당하지만) 십상시는 살아남아 역공을 취하였고, 김처선은 죽임을 당했다. 어린 황제도 연산도 왕으로 생을 마치지 못했다. 환관의 말을 가려듣고 행하는 몫은 현명한 군주가 가져야 할 덕목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역사는 다르다. 하진은 정권을 잡은 대장군이었고 조조는 군웅의 하나였다. 하진이 조조에게 십상시를 주살하자고 한 게 아니다. 원소가 정권을 잡은 하진에게 십상시를 주살하자는 계획을 청한다. 하진은 원소의 계획을 따라 십상시를 제거하려 하였지만, 하태후의 허락을 얻지 못한다. 이에 원소는 제후를 불러 십상시를 처단하자고 제안하고 원소는 동탁 등을 낙양 근처로 불러 모은다. 이런저런 이유로 십상시 제거를 주저하던 하진은 십상시의 계략으로 죽임을 당한다. 이때 호위한 것이 원소와 조조이다. 궁 앞에 도착한 이들을 태후가 대장군만 들이라는 명령을 내렸다며 원소와 조조는 궁 밖에 있고 하진 혼자 들어가 목이 달아났다.

물론 하진과 조조가 이런 내용의 대화를 나누었을 수도 있다. 하진은 십상시에게 죽임을 당한 패자이고 조조는 역사의 승자이기에 이런 평을 하는 것일까. 시국에 맞춰 하고자 하는 말을 강조하기 위해 조조를 빗댄 것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각색이 넘친다.


덧붙임_
환관들을 위한 변명 경향신문, 201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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