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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새로 나온 책

2015년 1월 4주 새로 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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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블과 오큘러스는 현재 세계 정보통신 업계에서 주목받는 기업으로 손꼽힌다. 페블은 크라우드펀딩으로 2시간 만에 목표액 10만 달러를 모았다. 최종 7만 명이 총 1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오큘러스 역시 크라우드 펀딩으로 240만 달러를 투자받고 2년 뒤 페이스북에 23억 달러에 인수됐다. 이들 성공 스토리의 공통점은 크라우드펀딩 즉, 안정적 자금 확보다. 사람에게 몸에 도는 피가 중요하듯 창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금이다. 자금 순환이 돼야 기술을 개발하고 영업도 하고 고용창출까지 연계할 수 있다.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정부 정책이 창업자금 지원이나 기술개발 자금 지원에 집중되는 이유다.

정부는 2014년 엔젤투자 매칭 펀드를 1400억원이나 준비했다. 하지만 집행금액은 500억원에 그쳤다. 정부 자금을 지원받을 조건이 안 되는 스타트업도 있겠지만 다양한 정부지원금이 있다는 사실조차 잘 알지 못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2015 창업지원금 가이드'와 '2015 정부지원금 가이드'는 스타트업과 중소벤처기업이 그동안 알지 못해 빗겨온 창업자금 및 사업자금 혜택을 알기 쉽게 정리해 소개하고 있다.

책은 창업 및 성장단계에 따른 '창업지원금'과 '정부지원금'을 체계적으로 분류했다. 정부지원금에는 1년 이내 초기기업을 지원하는 '창업지원금'과 중소벤처기업을 지원하는 '기술개발지원금'(R&D 지원금)이 있다.

'창업지원금'은 창업자가 간단한 아이디어에서부터 완성도 있는 제품이나 사업 아이템을 만들고 비즈니스까지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금이다. '기술개발지원금'은 신기술, 신제품 공정혁신 등에 들어가는 기술개발 비용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중소벤처기업에 자금을 지원한다.

'창업지원금'은 정부 외에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지원한다. 저자는 가능한 한 많은 사업에 신청하라고 조언한다. 탈락하더라도 사업계획서 쓰는 법이나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드는 법에 익숙해질 수 있고 사업계획서를 수정하다 보면 내용을 구체화하고 세련되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에는 실제 창업지원금 및 정부지원금 사업에 선정된 기업들의 사업계획서와 프레젠테이션이 원문이 그대로 담겨있어 실질적인 지원금 공략 팁도 얻을 수 있다. 방법론과 함께 제시된 사업계획서 및 프레젠테이션 사례들을 검토해 따라 하다 보면 초보 창업자들도 성공적으로 창업지원금 및 정부지원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2015 창업지원금 가이드
이종훈 지음/행성B웨이브

2015 정부지원금 가이드
이종훈 지음/행성B웨이브

1400억 조성된 창업지원금 고작 500억만 지원됐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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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1등 객실에서 마카다미아넛을 잘못 서빙한 죄로 오너 부사장 앞에 무릎을 꿇은 사무장과 스튜어디스. 이 장면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 정도를 극명하게 보여주면서 전 국민의 공분을 불러왔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천부적 인권 개념은 헌법에 명시돼 있지만 실제로 그렇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특히 신자유주의 이후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하면서 불평등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인간 사회는 언제부터, 왜 불평등해졌나. 이런 근본적인 질문에 가장 유명한 답변을 내놓은 이는 에밀 루소다. 1753년 가을 프랑스 디종 아카데미가 “인간 불평등의 기원은 무엇이며 불평등은 자연법에 의해 허용되는가”라는 주제의 논문을 현상공모했을 때 루소는 100쪽짜리 논문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 “점점 수가 많아진 부유한 집단이 가난한 집단에게 사회 계약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대단한 파급력을 가졌던 이 논문은 프랑스 혁명의 도덕적 근거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미시건대 고고학과 동료 교수인 두 저자가 인간 불평등이라는 주제에 정면 도전했다. 이들은 인류의 기원과 진화를 보여주는 고고학과 현 인류의 다양한 삶을 보여주는 인류학을 종횡으로 결합시킴으로써 불평등의 변천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책을 집필했다. 또 가장 중요한 전제는 루소의 길을 따라 불평등이 “자연에서 생긴 것이 아니라 사회 자체로부터 파생되었다”는 것, 즉 불평등의 탄생과 심화는 “인간 집단의 고유한 사회논리를 의도적으로 조작한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1000쪽이 넘는 방대한 저서는 지금까지의 관련 논의를 종합, 점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흔히 불평등의 토대인 계급은 수렵채집사회가 농경사회로 발전하면서 생긴 잉여생산물에서 비롯됐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저자들은 이런 자연적 조건에다 뛰어난 개인의 야심, 집단 간의 경쟁을 추가한다. 태어날 때부터 힘, 민첩성, 지능 면에서 우월한 개인은 잉여생산물을 차지하고자 하는 야심을 품는다. 또 집단 간의 경쟁에서 집단의 규모가 크고 복잡한 사회, 즉 불평등이 제도화된 사회가 다른 사회에 정복되지 않고 자치권을 지킬 수 있다는 경험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인간은 빙하시대인 기원전 15000년 무렵부터 경쟁자를 멸종시킨 뒤 주요 대륙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이 시기의 인류 조상은 소규모 집단으로 먹이를 찾아다니며 살았고, 나눔이나 이타심을 중요한 가치로 삼았다. 그러나 기원전 2500년 무렵이 되면 다양한 형태의 불평등이 곳곳에서 나타나면서 진정 평등한 사회는 몇몇 지역에만 한정되기에 이른다.

초기 인류가 평등을 유지한 방식은 지금 관점으로도 신선하다. 남아프리카의 쿵족(부시맨족)은 유능한 사냥꾼이 실력자로 부상하는 일이 없도록 서로 자신의 화살을 교환했다. 사냥감이 화살을 맞고 쓰러졌을 때 그것이 누구의 화살인지 감추고 공동작업의 결과로 간주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한 개인의 우월의식을 막기 위해 유머를 이용했다. 한 사냥꾼이 커다란 동물을 잡아 끌고 가는 동안 사람들은 그를 조롱함으로써 사냥감을 독차지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러나 불평등을 향한 사회논리의 조작은 점점 광범위하게 이뤄졌고 그 방식도 다양했다. 대표적인 방식은 신의 후손을 자임하는 것이다. 위계서열이 없던 수렵채집사회에서 일인자는 초자연적인 존재이고, 이인자는 조상의 영혼이었다. 인간은 신과 조상 영혼의 보호 아래 삶을 영위하는 것으로 믿었다. 이때 잉여생산물을 차지하려는 야심을 가진 뛰어난 개인, 가계는 자신이 신의 후손이라고 동료들을 설득한다. 자신이 사냥을 잘하는 건 신이 자신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동료들이 이를 받아들이면 그 개인과 후손은 족장 가계로 등극한다.

많은 사회는 이처럼 계급이 생기고 이것이 세습되면서 이전의 평등사회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러나 평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 사례도 있다. 버마 고지대의 카친족 사회는 세습적 불평등이 등장했음에도 주기적으로 불평등을 없애고 세습지위가 없는 평등 사회로 회귀했다. 개인이 야심을 발휘해 명망을 축적할 수 있는 성과 기반 사회이면서도, 이것이 세습되는 불평등 사회가 아니라 평등 사회가 된 것은 사회 구성원들의 욕구를 제도화했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성과 기반 사회가 가진 대단한 안정성”을 인정한다. 그러나 동시에 “인간 행위자 중 일부 집단이 더 큰 특권을 얻기 위해 싸운 반면 다른 이들은 가능한 한 모든 힘을 모아 특권에 저항했다는 사실”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이들의 집필 취지는 점차 명료해진다. 불평등을 주기적으로 없애는 것이 지속가능한 인류를 위한 조건이며 과거로부터 이를 배우자는 것이다. 지배계급이 사회논리를 교묘하게 조작함으로써 불평등을 자연화한 방식을 살펴보면, 이 방식을 거꾸로 풀어내 평등으로 회귀하는 길을 알 수 있다는 취지를 읽을 수 있다.

불평등의 창조
켄트 플래너리 & 조이스 마커스 지음, 하윤숙 옮김/미지북스

[주목 이책!] 불평등의 창조
불평등은 조작된 결과물이다
인간 불평등의 ‘뿌리’는 어디서 출발했을까
불평등은 조작된 결과물이다
당신이 겪는 불평등 처음부터 조작되었다
사냥 나가기 전, 부시맨들은 왜 서로 화살을 교환했을까
뛰어난 개인의 야심과 집단 간 경쟁이 불평등 낳았다
인류 불평등 1만5000년전부터 시작됐다
소수가 다수의 특권 박탈로부터 ‘불평등’ 시작
불평등의 창조
고대 국가의 탄생, 갑을 관계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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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페 디엠’은 내가 들어본 말 중에서 가장 덧없고 가장 자주 오용된 좌우명이 아닐까 싶다.” 오슬로대 사회인류학과 교수인 저자의 단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오직 지금 이 순간에만 묻혀 살아간다면, 삶이란 쏜살같이 움직이는 시간 속에서 제자리에 서 있는 존재로 변해버릴 것이란 얘기다.

사실 그의 전공은 다문화주의다. 한국에는 처음 소개되지만 종종 유럽 과격주의자들의 표적이 되곤 하는 스칸디나비아 대표 인문학자 중 하나다. 그런 그가 ‘빅 배드 울프 패러독스’를 통해 행복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아기 돼지 삼형제를 잡아먹기 위해 일생을 바친 늑대가 마침내 만찬의 꿈을 이루려는 순간, 아들이 물었던 것처럼. “내일은 뭘 하실 생각인가요.”

저자는 우리 역시 이 늑대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세계 인구의 상위 20%에 속하는 ‘국제 중산층’으로서 더 오랫동안 보다 많은 것을 누리며 살지만 사냥할 돼지가 없다는 것이다. 영국 싱크탱크인 레가툼연구소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로 6년째 노르웨이를 지목했다. 허나 정작 그 속에 살고 있는 저자는 목표가 부재한 삶은 결국 지루한 파라다이스에 불과하다고 경고하고 있는 셈이다.

천국에 살아도 마냥 행복할 수 없는 이유는 비교와 과잉에서 온다. 본디 북유럽에서는 ‘당신이 특별하다거나 우리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얀테법이 불문율이었다. 하지만 국경없는 비교가 가능해진 탓에 어느새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사회가 되었다. 굳이 어려운 공자님 말씀이 아니어도 실례는 우리 삶에 널려 있다. 다섯 중 넷은 디지털카메라를 목에 걸고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는 시대다. 10장이면 충분한 사진을 수백 장씩 찍을 수 있게 된 덕분에 새 사진을 찍을 때마다 되레 그 한계효용은 줄어들게 되는 아이러니에 봉착한 것이다. ‘모든 것의 가격은 알고 있지만 그 가치는 모르는’ 세상이 비단 지구 반대편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닐 터다.

어쩌면 최근 열풍이 불고 있는 아들러 심리학 역시 같은 맥락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하며 인생은 타인과의 경쟁이 아님을 설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다른 사람은 적이 아니고 친구라는 것을 믿으며, 스스로 존재만으로도 타인을 도울 수 있는 세 가지를 행복의 조건으로 꼽았다. 미움받을 용기뿐만 아니라 행복해질 용기까지 얻고 싶다면 귀담아 둘만한 대목이다.

에릭센의 조언은 보다 구체적이다. 그는 삶에서 경험할 수 있는 급진적인 추락과 지루함을 줄이기 위해서는 관심을 분산 투자하라 말한다. 존 스튜어트 밀이 앞서 제레미 벤담이 제안했던 이성적인 연구로는 행복을 찾지 못하다 무기력감을 떨쳐내기 위해 빠져든 낭만주의 시문학에서 그 진가를 맛봤듯이 말이다.

다른 중요한 무엇을 얻으려 노력하는 과정 중에서만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밀의 말은 저자를 만나 사회민주주의 혹은 사회자유주의화 된다. 개인의 행복 외에도 공동체가 힘을 뭉쳐 이뤄내야 할 거대한 목표를 함께 좇아야 할 아기 돼지들로 은근히 치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 더 행복할 수 있다면 이런들 어떠하고 또 저런들 어떠하겠느냐만 말이다.

만약 우리가 천국에 산다면 행복할 수 있을까?
토마스 휠란 에릭센 지음, 손화수 옮김/책읽는수요일

행복하려면 관심을 분산하라
노르웨이에서 묻다 … 풍요와 행복은 왜 다를까
휴가 때면 여행 가는데… 내 삶, 왜이렇게 힘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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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교에 자주 나오는 신 중에 하나가 ‘파괴의 신’ 시바다. 시바 신의 일화는 무수히 많지만 아들과 관련된 의미 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시바 신이 카일라스산 정상에서 과일을 손에 들고 있었다. 아들 가나파티와 수브라마니아가 물었다. 그 과일이 무엇이냐고. 아버지 시바 신은 세계를 한 바퀴 순례하고 먼저 돌아오는 아들에게 그 과일을 주겠노라고 약속했다.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고 승리를 과신한 수브라마니아는 공작을 타고 앞서 내달렸다. 가끔씩 뒤를 돌아보며 형이 쫓아오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형이 탈 것이라고는 생쥐 한 마리밖에 없었다. 가나파티는 도저히 동생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 나머지 아버지를 찾아가 절을 하고 과일을 달라고 했다. “세계 일주를 마쳤느냐”는 아버지 말에 그가 한 말이 압권이다. “이 모든 세계는 당신 안에 있습니다. 그러니 당신을 한 바퀴 돌면 세계를 한 바퀴 도는 것보다 낫지 않겠습니까?

시바 신은 크게 기뻐했고 가나파티는 과일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그때 세계 일주를 막 끝낸 동생이 도착했고 영문을 전해 듣고서야 자신이 위대하다고 생각했던 허영심을 깨닫게 됐다는 이야기다.

인도의 힌두 철학자 라마나 마하르시(1879~1950년)는 밖으로만 순례하는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당신 자신을 순례하라”고. 그것이 세계를 한 바퀴 도는 것보다 더 값진 것이라고.

최근 출간된 ‘마음 밖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마하르시의 짤막하지만 여운 있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 저자는 수천 마리의 코끼리를 죽이는 능력이 아닌 발정 난 코끼리 같은 우리의 마음에 집중하라고 독려한다. 17세 때 갑자기 죽음의 공포를 심하게 느낀 뒤 성자의 길을 걷게 된 마하르시는 에고의 존재를 비우는 수행법으로 인도 전통식 요가를 택했다.

마음 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라마나 마하르시 지음, 박지명 옮김/물병자리

자신을 순례해보라 세계일주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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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원자력, 인터넷, 피임약 - 인력거, 콘돔, 말, 재봉틀.

전자는 흔히 20세기를 대표하는 신기술로 일컬어진다. 이 기술들은 20세기의 변화를 이끌었다고 평가받으며, 과학기술사의 한 장을 장식한다. 그러나 실제로 사람들이 더 많이 사용하고 일상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던 것은 후자의 기술이다.

과학사가인 저자의 문제의식은 “왜 기술을 사용이 아니라 발명의 관점에서만 이야기하는가”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매우 타당한 지적이다. 여기에는 첨단기술이 생활을 일시에 바꾼다는 잘못된 전제가 들어 있다. 그래서 기술 혁신의 역사에 빌 게이츠의 자리는 있지만, 목가구를 대량 생산하고 판매해 돈을 번 잉바르 캄프라드(이케아 설립자)의 자리는 없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는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이 뒤섞여 있는 세계에 살고 있다”. 농업에서 공업으로, 공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생산방식이 변해 왔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영세 자영업자의 손기술이나 농업기술 혁신이 경제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제2차 세계대전의 주요 무기가 새로 나온 독가스, 원자폭탄인 것도 아니다. 대포 · 소총 · 폭탄 등 구식 무기에 신기술이 도입되면서 훨씬 많은 사상자를 냈다. 신기술 중심의 역사 서술은 기술의 발명 초기에만 집중하며 “기술이 보다 나은 미래를 가져온다”는 철 지난 노래를 반복한다. 기술 혹은 발명자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현실을 외면한 채 발명자의 국적에 따라 기술민족주의를 강화하는 담론이 횡행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 기술을 발명이 아닌 사용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어떤 변화가 올까. “감추어져 있던 기술의 온전한 세계가 드러나게 된다.” 증기기관은 1800년대보다 1900년대에 더 중요했다. 석탄은 1900년대보다 2000년대에 더 많이 소비됐다. 매년 세계에서 생산되는 자전거는 자동차보다 훨씬 많다. 프랑스혁명의 상징인 단두대가 1940년대에 부활하기도 했다. 이런 사실을 모두 담을 때 제대로 된 기술사가 완성된다.
또 하나, 기술을 발명하지는 않았더라도 사용하고 개선한 지구상의 대다수 나라의 역사가 ‘시초’란 잣대에 걸러지지 않은 채 기록됨으로써 전 지구적인 역사가 가능해진다.

이 같은 발상의 전환을 위해 저자는 “기술이 아니라 물건에 대해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기술의 사용보다 물건의 사용을 생각함으로써 기술이 사는 낯선 세계가 아니라 우리에게 익숙한 세계와 직접 연결될 수 있다.”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분석하는 STS(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낡고 오래된 것들의 세계사
데이비드 에저턴 지음, 정동욱 외 옮김/휴먼사이언스

車 발명 100년 후, 馬는 더 많이 쓰였다
낡은 기술의 활용 · 개선으로 본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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