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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새로 나온 책

2015년 8월 4주 새로 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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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이 태어나서 1917년 10월 볼셰비키 혁명으로 정부에 입성하기까지 39년 동안의 삶을 풍부한 사진과 함께 상세히 들여다본다. 저자는 볼셰비키 혁명 이후부터 1953년 사망 때까지의 기록을 담은 저서 `스탈린:붉은 차르의 궁정`을 이미 펴낸 바 있다.

국내외 주요 언론사와 독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던 `예루살렘 전기`를 쓴 저자는 방대한 양의 자료조사와 끝까지 파고드는 집요함으로 대작을 만들어온 그답게 이번에도 스탈린의 젊은 날에 대한 기념비적인 작품을 써냈다. 모스크바, 트빌리시, 바투미의 새로 공개된 기록보관소를 비롯해 23개 도시 9개국을 돌아다니며 발굴한 엄청난 자료와 세밀한 인터뷰를 통해 스탈린의 젊은 생애를 생생하게 되살렸다. 특히 이 책에는 스탈린 어머니의 회고록 일부 등 처음 공개되는 내용들이 다수 담겼다. 아주 사소한 일화부터 오랫동안 잘못 알려졌던 사실까지 스탈린에 관한 가장 정밀하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분량이 무려 700쪽에 이를 만큼 방대한`젊은 스탈린`은 가난한 제화공의 아들로 태어나 이상주의 신학생이었던 스탈린이 어떤 연유로 무자비한 음모가이자 간혹한 억압자로 변신할 수 있었는지 찬찬히 들여다본다. 물론 그중에는 잘못 알려진 사실들을 새롭게 규명하는 부분도 포함돼 있다.

책에는 볼셰비키당의 주요 인물들인 레닌, 트로츠키, 카메네프 등과 관련된 잘 알려지지 않은 일화들도 소개된다. 특히 처음에는 스탈린을 별로 중요하지 않게 생각했던 레닌이 그가 `더러운 업무`를 마다하지 않고 두각을 내보이자 점차 그를 인정하고 또 그에게 도움을 받았으며, 마침내 1917년 난관에 부딪친 10월 혁명을 성공시킬 수 있는 이상적인 부관으로 여기게 됐다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뿐만 아니라 트로츠키의 경우에도, 스탈린과 처음 만남부터 일생의 라이벌이었던 관계가 거침없이 묘사돼 있다.

1917년 이전의 스탈린과 그 이후의 스탈린은 얼른 봐서 도저히 동일인물로 보이지 않을 만큼 달랐다. 지극히 평범한 남자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거인으로 변신해버린 것. 하지만 혁명 이전에도 그의 일탈적 행동과 범죄는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많았다고 저자는 기술한다. 은행강도, 폭력적 갈취, 방화, 약탈, 해적질, 살인 등 웬만한 강도단 두목을 훨씬 능가하는 폭력성을 보였다는 것. 다시 말해 그의 일생은 명암이 극명히 교차하는 모순적 행로였던 셈이다. 수십 개의 이름을 쓰던 그가 스탈린이라는 성을 공식으로 처음 사용한 때는 1917년이었다.

저자에 따르면 스탈린은 젊은 날부터 정치 조직가이자 폭력 단원이었으며 차르 체제의 보안 시스템을 뚫는 달인이었다. 자신이 신체적 위험을 무릅쓰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대장인 레닌과 맞서는 것조차 두려워하지 않을 정도로 대담한 인간이었다. 지식인의 재능과 살인자의 재능을 겸비한 희귀 인물이었던 것. 이를 알아본 레닌은 1917년 혁명을 성공시킬 수 있는 이상적인 부관으로 스탈린을 일찌감치 평가해 등용한다. 1917년은 이들이 서로 알고 지낸 지 12년째가 되는 해였다.

저자는 “레닌과 스탈린은 혁명 이전에 각자가 거느리던 무자비한 음모가들의 작은 그룹을 모방해 기묘한 소비에트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들려준다. 이어 “이 책은 그저 한 사람의 전기만이 아니라 그들 집단의 연대기이며, 소련의 전사이자 강철 날개를 가진 나비로 탈피하기 전 땅속에 있는 벌레, 침묵 속의 유충에 대한 연구이기도 하다”고 의미를 부여한다.

젊은 스탈린
사이먼 시백 몬티피오리 지음, 김병화 옮김/시공사

우리가 모르는 스탈린…'젊은 스탈린'
신부를 꿈꾸던 스탈린, 그는 왜 독재자가 되었나
이상주의 신학생이었던 청년 스탈린
`소련 철권 통치자` 스탈린 젊은 생애 조명
스탈린은 낭만주의 우등생이었다
한때 신부를 꿈꿨던…자신의 가족들마저 숙청한 독재자 스탈린
숨겨진 '젊은' 스탈린의 비밀을 파헤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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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기로에 놓인다면 과거의 통계를 참조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축구 경기에서 페널티 킥을 할 때 골키퍼가 오른쪽으로 몸을 날리는 경우는 57%, 왼쪽으로 날리는 경우는 41%였다. 중앙에 머무는 경우는 2%에 불과했다. 이 통계대로라면 공을 차는 선수는 가운데로 공을 차야 성공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실제 페널티 킥의 83%는 여전히 골대 구석으로 날아간다.

만약 일반적인 경제학이나 합리적 선택 이론을 바탕에 둔 자기계발서라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고 “선수들이 공을 중앙으로 차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괴짜경제학’에서 통계를 활용해 사람들의 일상적인 편견을 깨트렸던 스티븐 레빗과 스티븐 더브너다. 이들은 선수들이 왜 여전히 골대 구석으로 공을 차는지 분석한다. 가운데로 공을 찼다가 골키퍼가 그 자리에서 공을 받는다면 공을 찬 선수가 더욱 어리석어 보이고 평판도 크게 훼손된다. 선수 입장에서는 실패하더라도 구석으로 차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실패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처럼 합리적 통계를 벗어난 편견을 깨뜨리고 문제의 본질에 집중할 것을 강조한다. 호리호리한 체격의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고바야시 다케루가 핫도그 빨리 먹기 대회에서 우승을 할 수 있었던 이유도 오로지 ‘핫도그를 빨리 먹는다’는 본질에 천착한 덕분이다. 핫도그를 먹는 구태의연한 방법을 버리고, 핫도그를 반으로 잘라 빵과 소시지를 분리해 먹는 방법으로 우승했다. 페널티 킥을 가운데로 차지 않는 선수들 역시 타인의 시선과 구태에 사로잡혀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논지가 아무리 통계적으로 옳다고 해도 실제 삶에서 비합리적 사고를 하는 이들을 설득하기는 어렵다. “주장이 아무리 타당해도 결정권은 주장의 소비자에게 있다”는 주장에서 출발해야 입장이 다른 이들을 설득할 수 있다. 즉 그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해하고 존중하되, 그가 보지 못하는 이면을 부드럽게 제시해야 한다. 저자들은 자기 주장이 완전무결함을 내세우기보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실제 사례를 스토리텔링 형태로 제시하는 것이 설득에 더 도움이 된다고도 말한다.

이 책 자체가 괴짜처럼 생각해서 성공한 사례들의 모음집으로 스토리텔링의 좋은 예다. 책의 마지막 사례는 바로 저자들 자신이다. 무거운 경제학의 전통을 포기했기에 ‘괴짜경제학’이란 베스트셀러를 써낼 수 있었다.

괴짜처럼 생각하라
스티븐 레빗 & 스티븐 더브너 지음, 안진환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페널티킥 성공하려면 중앙으로 차라
그럼에도 키커들은 왜 가운데로 안 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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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건축학개론'을 보자. 음대생 서연과 '썸'을 탄다고 생각해 왔던 숫기 없는 건축학도 승민은 서연이 자취방에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를 들였음을 알게 된다. 뒤통수를 맞은 얼얼한 기분에 승민은 서연을 '쌍년'이라 욕한다.

서연이 잘못한 것은 무엇일까. 승민이 아닌 다른 남자를 자취방에 들여 섹스를 했을지도 모른다는 것 정도가 아닐까. 이 영화 이후 대한민국 여성들은 '헤픈 년' 트라우마에 '쌍년' 트라우마까지 짊어지게 됐다.

섹스와 관련해 여성들은 이중잣대에 시달린다. 경험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여성들을 두고는 '내숭'을 떤다고 비난한다. 당당하게 성(性) 경험을 공개하는 여성을 겉으로는 세련되고 '쿨'한 여성인 것처럼 말하지만 곧바로 남자들의 안줏거리로 등장하기 십상이다.

미국 드라마 '섹스앤드더시티'에서 사만다는 자발적으로 섹스를 즐기는 주체적인 여성이다. 그러나 이 캐릭터 역시 한계를 안고 있다.

남자가 더 이상 원하지 않으면 질척대지 않고 꺼져 줘야 하며, 섹스에 대한 자기 생각을 주체적으로 말하는 순간 비호감 1순위로 등극한다. 그 어디에도 '여자'들의 욕망과 생각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남자들 비위 맞추는 법만이 그럴싸한 이름으로 포장돼 여자들을 현혹시킬 뿐이다.

여기 도발적인, 아주 도발적인 섹스 에세이가 나왔다. 저자인 '은하선'은 '언제까지 그놈들을 위한 이타적 섹스를 할 텐가?'라고 대놓고 묻는다. 그러고는 자신의 온갖 파란만장한 경험담을 실타래처럼 풀어낸다. 중학생 때 성에 눈을 뜬 이야기, 임신과 자연유산, 여고시절 인터넷 채팅에서 만난 30대 아저씨와의 경험, 섹스숍에서 파는 다양한 기구에 대한 이야기, 또 다른 성에 눈을 뜬 이야기까지. 다소 불편하고 순화되지 않은 표현과 단어들도 난무한다. 그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거나 '은밀하게' 다루어져야만 하는 것처럼 여겨졌던 여성의 자위, 오르가슴, 여성의 섹스 판타지와 같은 주제들을 툭툭 던진다.

이렇게 솔직하게 자신의 경험담을 까발린 책이 있었던가 싶다. 자신을 '섹스를 하고 글을 쓰는' 혹은 '섹스를 좋아하는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하는 저자는 당당하게 혹은 당돌하게 이렇게 묻는다. '그래, 나 섹스를 좋아하는 ×년이다. 그래서 어쩔래?'

이기적 섹스
은하선 지음/동녘

한국 남성들의 ‘찌질함’ 폭로…“여성의 욕망을 솔직히 털어놓자”
여성과 섹스에 대한 이중 잣대를 부숴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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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가 1130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2분기(4∼6월) 가계부채 증가세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이제 가구당 부채는 6000만원을 훌쩍 넘었다. 이 정도면 가히 ‘빚 공화국’이다. 빚의 감옥에서 인생의 대부분을 고통스럽게 보내는 이들이 즐비하다.

저자인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는 ‘우리 사회에서 무조건 빚을 갚아야 한다는 논리는 정당한가’라고 묻는다. 그가 보기에 우리 금융 환경은 미국보다 잔인하다. “미국에서는 상환 능력이 안되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행위를 ‘약탈적 금융’이라고 비판한다. 1994년 금융 소비자를 위해 제정된 ‘주택 소유 및 자산보호법’을 통해 금지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저소득층에게 돈을 빌려주는 걸 시혜로 여긴다. 우리는 금융과 복지를 혼동한다.”

약탈적 금융은 일상에까지 쳐들어와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친절이라는 가면을 쓴 신용카드 회사는 미친 소비를 부추기다가, 인간을 통제하고 퇴출시킨다. 남편이나 아버지가 죽으면 그 빚은 대물림돼 ‘노예문서’로 작용한다. 금융기업이 돈을 못 받는 경우란 거의 없다. 그들은 추심을 통해 끝까지 돈을 받아내는데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나가는 방법은 집요하고 교활하다. 협박당하는 채무자는 일상적으로 망신을 당할 뿐 아니라 삶이 통째로 흔들린다. 금융기업은 이를 통해 놀라운 영업이익을 남긴다.

“당신의 빚을 소각하라.” 저자가 던지는 메시지다. 그는 빌린 자의 의무가 아니라 빌려준 자의 책임이 더 막중하다고 강조한다. 무덤에 가더라도, 혹은 그 이후에라도 빚을 갚아야 한다는 채권자의 논리는 부당하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2012년 미국에서 펼쳐졌던 ‘롤링주빌리 프로젝트’에 주목하는데, 당시 미국에서는 시민운동단체들이 약탈적 금융 시스템을 폭로하고 서민들을 괴롭히는 악성 채권을 사들여 소각했다. 파산 제도의 문턱을 낮춰 채무자들이 신속하게 파산과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저자도 여기에 착안해 채무자 구제운동을 펼치고 있다. 저자가 주도하는 희망살림을 비롯한 시민단체와 서울시, 성남시 등이 동참해 은행과 대부업체 간의 부실 채권시장에서 떠도는 채권들을 매입해 소각하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1차로 792명의 빚, 51억3000만원의 채권을 소각했다. 지난 27일에는 주빌리은행을 설립했다. “시민들의 기금으로 연체된 부실 채권을 사들여 채무자들이 자신의 형편에 맞게 빚을 갚도록 돕겠다”는 것이 설립 취지다.

이자 받고 돈 빌려주는 게 복지? 약탈적인 빚은 떼먹자
어쩔 수 없이 빚 못갚는 채무자에 새로운 인생 살 기회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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