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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술 사주는 읽고쓰기

들이대기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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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이대기의 기술

<당신의 책을 가져라>신간이 가져온 부작용인데요, 이런 건 어떠냐며 책에 대한 아이디어가 메일로 쏟아집니다. 저자로서의 도리를 들먹이며 가급적 메일을 차분히 읽고 일일이 답을 쓰려합니다만, 읽을 수도 생각할 수도 없는 메일이 너무 많아 놀랍습니다.

‘아님말고’를 외치며 누구에게든 뭣에든 ‘들이댐’이 흉이 아니라 개성으로 자리잡는 요즘. 하지만 들이대기에도 기술이 있음을 실감합니다. 무조건 들이댈 일이 아닙니다. 그 메일을 그 제안서를 왜 상대가 읽어줄 것으로 생각합니까? 한술 더 떠, 그것을 읽고, 기다렸다는 듯이 왜 이제 나타났느냐고 할것이라는 확신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겁니까. 들이댄다고 될 일이 아니라 요령껏 들이대야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몇날 며칠 무조건 들이대기 식 메일에 혼나다가 마침내 이 글을 씁니다. 이른바, 들이대기의 요령, 피칭의 기술입니다.

피칭이란 말은 김희경씨가 쓴 책 <흥행의 재구성>에 이렇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작가나 프로듀서들이 영화화할 만한 이야깃감을 영화사나 영향력있는 에이전트 회사에 필기 위해 프레젠테이션하는 것”
한마디로, 여기 대박이 보장되는 기막힌 꺼리가 있으니 영화로 만들래? 라고 꼬드기는 것을 피칭이라 합니다. 그렇다면 그 피칭이 ‘마케팅글쓰기’란 이름으로 이 칼럼에서 수도 없이 강조되고 소개된 글쓰기와 다른 게 없습니다.
페이퍼나 메일이나 전화나 구두로 뭔가를 제안하거나 자신을 소개하거나 요구할 때, 상대를 꼼짝달싹 못하게 유혹하여 내 뜻대로 해내는 쓰기, 가 바로 마케팅글쓰기요 피칭입니다.

제가 생각한 들이대기의 기술, 피칭의 요령을 소개합니다.

1. 유혹하라
상대가 내 메일을 서류를 읽지 않으면 안되게 단 번에 유혹하라. 제목으로 유인하고 상대를 위한 이익(WIFM)을 제시한 간결한 페이퍼로 짧은 시간, 상대로 하여금 결정하게 유혹하라.

2. 보여주라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보여줄 수 있는 만큼 보여주라. 기획서? 제안서? 샘플? 원고? 직접 만들든지, 그리든지 아니면 사진으로 찍어서든지, 상대가 한 눈에 알아보게끔 보여주라

3. 예를 들어라
봉준호감독은 <괴물>을 만들기 위해 제작사인 청어람의 최용배 대표를 만나 딱 한장짜리 제안서를 내밀었다. 그것은 ‘네스’ 호수에 나온다는 전설 속의 괴물 네씨를 한강변 63빌딩과 합성한 사진이었다. 그리곤 한마디 덧붙혔다고 한다. 한강변에 이런 괴물이 튀어나오는 겁니다.
<흥행의 재구성>은 헐리우드에서 성공하는 피칭에는 공식이 있는데,'X와 Y가 만났을 때’라는 공식이라고 소개한다. 이 공식은 과거 흥행작 두 세편의 결합을 통해 지금 팔려고 하는 소재의 장점을 선명하게 설명하는 방법을 말하는데, <로보캅>의 피칭은 ‘<터미네이터>가 <더티해리>를 만났을 때'라고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4. 간결 간결 간결
딱 1페이지만 써라. 메일은 눈에 보이는 메일박스에 보일만큼만 써라. 제발 간결하게 요점만, 핵심만 써라. 도대체 뭘 어쩌라는 얘긴지 한마디로 할 수 없다는 들이대지 말라.

5. 한 번에 한가지씩만
그래야 주목률 높고 성사률도 높다.

6. 정확하게 타겟팅하라
엉뚱한 사람에게 아무리 잘 쓴 제안서를 보낸들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저 손톱 밑의 가시가 더 아픈법이다. 그러니 당신이 피칭해야 할 대상을 정확히 찾아서 들이대라. 모든 분야의 전문가란 없다.

7. 거절하면 철수하라
‘나를 몰라주다니 네 수준이 의심스럽다’’대박이 나면 반 타작하자’’이런 것을 모르다니 가르쳐주겠다’ 하며 포기할 줄 모른다고 해서 성사되지도 않는다. 거절당하면 조용히 철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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