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의 간섭 없이 조직원들이 자유롭게 지식을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창조적인 지식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 `알 카에다 경영`은 조직의 목표만 제시될 뿐 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은 조직원 모두가 의사 결정자가 되어 창의적으로 만들어낸다.
불가사리 조직은 알 카에다나 알코올중독자 치료모임처럼 공통된 이데올로기를 기초로 결성되거나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가지고 있다 . 아이디어를 쉽게 받아들이고 아이디어가 도착하는 즉시 인터넷 등을 타고 쉽게 확산된다.
알 카에다의 `불가사리 조직`을 배워라
◆新 지식경영 시대 (5)◆
창조형 지식, 혁신이 살아 숨쉬는 이상적인 조직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로 새로운 시장과 블루오션을 창출할 수 있는 조직의 비밀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지금 성공하고 있는 기업은 중앙 조직이 아니라 하부 팀 조직이 자발적으로 창조적 지식을 찾아낼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신지식경영 현장을 소개한다.
2001년 9월 11일 전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테러사건이 발생했다 . 이른바 세계무역센터 테러사건. 전세계가 분노하고 지구촌 항로가 올 스톱됐다 . 배후로 수장인 오사마 빈 라덴과 범죄조직 알 카에다가 지목됐다.
그렇지만 결과는 어떤가.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이 없다.
알 카에다 조직의 특성 때문이다 . 빈 라덴은 탈중앙집권적으로 조직을 운영한다 . 그는 미국을 테러하라는 명령만 내릴 뿐 어떤 식으로, 누구를 대상으로 테러하라고 명령하지 않는다 . 모두 하부 조직의 행동대원들이 창의적으로 알아서 `테러`라는 목적만 성취하면 된다 . 목적 성취를 위해 하부 조직이 움직여야 하며 조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성공을 보장해준다.
올해 초 열린 세계경제포럼(WEFㆍ일명 다보스포럼)에서는 기업의 조직을 `알 카에다 조직`으로 만들라는 제안이 쏟아졌다 . 세계적인 디자인 그룹 이데오(IDEO)의 최고경영자 팀 브라운은 창조적인 지식을 만들어내는 데는 `알 카에다 경영`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의 간섭 없이 조직원들이 자유롭게 지식을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창조적인 지식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 `알 카에다 경영`은 조직의 목표만 제시될 뿐 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은 조직원 모두가 의사 결정자가 되어 창의적으로 만들어낸다.
알 카에다 조직을 들여다보라. 중앙 조직은 보이지 않는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원들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세계 각처에서 조용히 행동에 나선다 . 리더는 목표를 설정할 뿐 조직원들이 하는 일에 일일이 참견하지 않는다 . 한 팀에서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면 다른 팀이 그 자리를 메우는 협력체제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알 카에다는 하나의 이데올로기를 향해 모든 조직원이 하나의 생명체처럼 움직인다는 특징이 있다.
`불가사리와 거미(The Starfish and The Spider):리더 없는 조직의 막강 파워`의 저자 오리 브래프먼과 로드 벡스트롬은 그의 저서에서 이처럼 모든 조직이 하나의 생명체처럼 살아 움직이는 알 카에다 조직을 `불가사리 조직`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왜 이처럼 말하는 것일까? 겉보기에 불가사리와 거미는 비슷해 보이지만 엄청난 차이가 있다 . 거미의 다리를 절단해 보라. 다리 7개를 절단하고 머리를 자르면 생명체는 죽게 된다 . 그러나 불가사리는 다르다 . 다리를 절단해 보라. 절단하더라도 새로운 다리가 생겨난다 . 이뿐만이 아니라 잘려진 다리가 또 다른 불가사리로 성장한다.
알 카에다도 마찬가지다 . 세계 각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이들을 소탕하려 해도 어디선가 다시 나타난다.
불가사리는 거미와 달리 권한이 하부 조직에 분산돼 있고 주요 조직이 중앙 조직의 목표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 불가사리의 재생세포와 알 카에다 조직은 모두 중앙의 통제에 따르지 않고 중앙의 목표를 정확히 이해해 자의적이고 개별적으로 움직인다.
이는 기업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 과거에는 `거미`와 같은 성향을 지난 중앙집권적 조직이 매우 효율적이었다 . 전통적인 조직 형태인 톱다운(Top-down) 조직이 바로 거미 조직이다 . 하지만 웹2.0의 등장으로 조직의 유연성과 수평적 관계가 강조되는 사회에서는 `불가사리`와 같은 조직이 힘을 발휘한다.
브래프먼과 벡스트롬은 "거미형 조직이 엄격한 계층제도, 핵심 인사가 명령하는 조직화된 리더십이라면 불가사리형 조직은 엄격한 계급이나 틀에 박힌 비즈니스 권위, 즉 리더 없는 조직"이라고 말한다.
불가사리 조직이 전략과 경쟁의 원칙을 바꿔 놓고 있다 . 거미 조직은 명확한 조직 체계를 가지고 있고 책임자도 정해져 있는 데 반해 불가사리 조직은 알 카에다나 알코올중독자 치료모임처럼 공통된 이데올로기를 기초로 결성되거나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가지고 있다 . 아이디어를 쉽게 받아들이고 아이디어가 도착하는 즉시 인터넷 등을 타고 쉽게 확산된다.
브래프먼과 벡스트롬은 오늘날의 세계는 불가사리 조직이 우월하다고 강조한다 . 이들은 도요타가 불가사리 원칙으로 거미 같은 조직인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를 무너뜨렸으며 대중의 커뮤니티를 기초로 한 위키피디아(Wikipedia)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올라설 수 있었다고 말한다.
위키피디아의 성공 뒤에 숨겨진 힘은 무엇일까? 동료관계(Peer Relationship)가 낳은 파워의 결과였다 . 위키피디아라는 인터넷 백과사전을 만드는 데 140만명의 이용자들이 참가했다.
세계적인 지식창고를 만드는 데 뜻을 함께하는 다수의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위키피디아의 내용을 채우고 품질을 높이는 데 참여했다.
그 결과 100만건 이상의 방대한 정보가 축적됐고 2년 만에 전통적인 백과사전과 양과 질에서 큰 차이 없는 인터넷 백과사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용자들은 위키피디아에 정보를 올리는 과정에서 중앙의 어떤 통제도 받지 않고 직접 정보를 편집한다 . 실시간으로 네트워크가 열결되는 특성상 위키피디아는 그 어떤 백과사전보다 가장 최신 정보를 수록할 수 있다.
위키피디아는 2005년 7월 런던 지하철 테러를 세계에 가장 먼저 알렸다 . 개인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조직은 대형 미디어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세컨드라이프(www.secondlife.com)도 불가사리 조직의 원리를 활용하고 있다 . 세컨드라이프는 자신을 대신할 수 있는 아바타를 통해 또 다른 삶을 경험할 수 있는 인터넷 세상만을 제공한다.
김율 세컨드라이프 한국지사장은 "이용자들이 직접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 세컨드라이프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공동기획 = 매일경제 / 이화여대 지식혁신연구실 / 부즈앨런&해밀턴 / 지식경영학회
[최은수 기자 / 최승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