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성석제(47)씨와 시인 안도현(46)씨가 새로운 문학집배원이 됐다. 이들은 5월부터 자신이 선정한 시작품과 명문장을 육성으로 녹음, e메일 플래시를 통해 독자들에게 매주 한 번씩 배달한다. 문학나눔추진위원회(위원장 김치수·www.for―munhak.or.kr)가 지난해 시작한 문학집배원 프로그램은 1년간 독자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왔다. 첫 배달원이었던 도종환 시인에 이어 안 시인이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시 배달을 맡게 됐다. 이번에 ‘문장 배달’이 신설돼 소설가 성씨가 매주 목요일마다 독자들을 찾는다.
“지난 4일 문학나눔추진위 스튜디오에서 첫 녹음을 했는데, 너무 즐거웠습니다. 첫 녹음이라 고전과 현대 소설에서 재미있는 대목을 골라서 녹음을 했습니다. 연극배우 세 명과 함께 녹음을 했는데, 무대에서 훈련된 배우들인데도 녹음 작업 도중에 너무 웃어서 여러 번 중단될 정도였지요.”
소설가 성씨는 문단에서 입심 좋기로 소문나 있다. 그의 입심은 시드러운 삶을 유쾌하게 만드는가 하면 아름답게 느끼게 한다. 5월첫째주에 배달될 문장 중에서 ‘춘향전’의 한 대목, 즉 춘향이가 그네를 타는 장면을 읽은 후에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소풍을 가십시오. 일년 중 가장 아름다운 시절, 고운 태도 아장 걸어 소풍을 가십시오. 거추장스러운 옷 훨훨 벗어 걸어두고 답답한 구두 벗어 던지고 바람 따라 흔들흔들, 실근실근 해보십시오. 풀잎도 입에 물어 보고 꽃향기에 온 인생의 몇 초라도 맡겨 보고 세상 인물 아닌 것 같은 사람, 그 주인공이 돼보십시오.”
성씨는 “우리글의 맛이 잘 살아있는 명문장을 선정해서 배달함으로써 독자들이 우리 문학에 깃들어 있는 아름다움과 슬픔, 즐거움, 분노 등 온갖 정서를 함께 느낄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시배달을 맡게 된 시인 안씨는 시를 즐겨 읽지 않는 사람들도 그의 이름을 알 정도로 유명하다. 그의 시와 동화가 교과서에 실리면서 그의 이름이 어린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친숙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시작품 중의 한 구절인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말라’는 시쳇말로 ‘국민 문장’이라고 할 만큼 회자됐다. 10여년 전에 발표한 어른들을 위한 동화 ‘연어’는 스테디셀러다. 최근에 그가 동시집으론 처음으로 발표한 책‘나무 잎사귀 뒤쪽 마을’도 출간하자마자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가 이처럼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것은, 엄결한 역사관으로 세상의 부조리를 직시하면서도 그 속에서 삶을 영위해 온 이들에게 따뜻한 애정과 연민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의 글은 미학적으로 탄탄하면서도 쉽게 알 수 있는 언어로 이뤄져 대중적 소구력이 크다.
현재 전주에 살며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있는 안 시인은 10일 첫 녹음을 위해 서울에 올라온다. 그는 전화통화를 통해 “시 배달 작품 선정 기준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감동’을 최우선으로 두겠다”고 말했다.
“시를 읽다보면 가슴이 찌릿찌릿해지는 경험을 할 때가 있지 않습니까. 바로 그 작품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겠습니다.”
“소풍을 가십시오. 일년 중 가장 아름다운 시절, 고운 태도 아장 걸어 소풍을 가십시오. 거추장스러운 옷 훨훨 벗어 걸어두고 답답한 구두 벗어 던지고 바람 따라 흔들흔들, 실근실근 해보십시오. 풀잎도 입에 물어 보고 꽃향기에 온 인생의 몇 초라도 맡겨 보고 세상 인물 아닌 것 같은 사람, 그 주인공이 돼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