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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차세대 미디어, 블로그
- 입소문보다 빠른 `넷소문` 커지는 개인 미디어 파워
블로그가 기존 전통 미디어들의 뒤를 이을 것이라는 의견이 무성하다. 블로그는 인터넷에 글을 올려주는 게시판의 일종이며, 1990년대 유행했던 PC통신과 기본구조가 크게 다르지 않다. '제목'과 '본문'을 입력한 뒤 '저장' 버튼을 누르면 인터넷 상에 글이 올라가는 단순한 시스템이다. 최근엔 기술의 발달로 사진.동영상까지 올릴 수 있게 되고, 그 덕분에 싸이월드.유튜브 같은 스타 기업이 탄생했다. 이렇게 간단한 시스템이 미디어로서 영향력을 갖게 된 이유는 뭘까.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다량의 정보를 접하게 되면서 어느 순간 정보량이 소화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게 됐다. 이에 따라 정보의 소비 범위가 누구나 관심을 가질 만한 대중적 정보에서 개인의 관심 분야인 사적 정보로 축소됐다. 정보 습득 방식도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는 게 아니라, 필요한 정보를 능동적으로 찾아가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는 '개인 미디어'의 탄생을 가져왔으며, 개인 미디어의 근간이 바로 블로그다.
우리는 이미 개인 미디어의 위력을 과거 PC통신에서 경험한 바 있다. 서울에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났을 때 그 소식을 가장 먼저 전달한 것은 당시 최대 PC통신망인 '하이텔'이었다. 누군가가 '우리 집 앞 백화점이 무너졌어요'라는 게시물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실시간으로 상황을 전달해줬다. 붕괴 소식이 PC통신인들을 중심으로 번져나간 한참 뒤에야 TV 중개차가 현장에 출동했다. 이젠 과거 PC통신의 역할을 블로그가 수행하고 있다. 블로그는 실시간 정보와 함께 생생한 증거 사진과 동영상도 전달해준다. 이렇게 탄생한 소식은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네티즌에게 퍼져 나간다. 포털들의 검색 엔진은 소식의 전파 속도를 더욱 높여준다.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각자 다양한 해석과 추가 의견을 활발히 내놓게 된다. 이러한 블로그의 정보 유통 과정에서 바로 영향력이 생겨나는 것이다.
블로그의 영향력은 최근 한 병원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의 해결 과정에서도 확인해볼 수 있다. 간단한 수술을 받던 어린이가 사망한 것과 관련, 유족과 병원 측이 의료 사고 여부를 놓고 다투는 장면이 여러 블로그에 동영상으로 소개됐다. 이를 본 네티즌의 분노 여론이 형성되자 하루 만에 양측은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 최근 구글은 한국법인 출범을 알리는 홍보 행사에 수백 명의 블로거를 초청하기도 했다. 앞서가는 회사들이 블로그에 얼마나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와 달리 국내 기존 미디어와 거대 포털들은 아직 블로그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 같다. 그러나 전통 미디어와 포털도 새로운 기술을 가장 먼저 추종한 혁신가에 의해 오늘의 지위에 이르렀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21세기의 놀라운 기술 진보 속도는 방심을 허용하지 않는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뒤처지게 된다.
노정석 태터앤컴퍼니 대표
진화하는 블로그 화두는 '네트워크'
새로운 의사소통 도구로 자리이동
블로그는 인터넷을 통해 개인의 생각을 정리하고, 이를 다른 이들과 나누는 도구다. 블로그라는 단어가 "웹을 통한 기록"이라는 뜻인 'web log'의 약자이기도 하지만, 지금처럼 블로그가 유행하게 된 것은 자신의 생각을 전파하려는 블로거들이 적극 참여한 덕분이다. 사실 블로그 관련 기술도 블로거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기술적 진화에 힘입어 블로그는 이제 단순히 개인의 의견이나 정보를 담는 틀에서 벗어나 사회적 인적 네트워크(social network)를 구성하기 위한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게시판과 채팅으로 대표되는 커뮤니티 서비스의 인기가 정점에 이른 무렵, 인터넷 사용자들의 욕구는 새로운 방향을 향했다. 기존 서비스들이 만족시켜주지 못한 '내가 중심이 되는 커뮤니케이션 도구'에 대한 바람이었다. 현재 블로그는 단순한 개인 미디어의 단계를 벗어나 블로거들의 상호 교류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이렇게 '개인을 중심으로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해 나간다'는 테마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즉 사회화의 욕구와 자아 실현의 욕구를 동시에 충족하면서 둘 사이의 균형 또한 잡을 수 있게 해준다. 그런 만큼 이 테마는 블로그 진화의 중심 화두로 자리잡을 것이다.
류중희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겸직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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