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이 창립이래 40년 역사를 정리한 사사(社史)를 발간하면서 오너 일가에 얽힌 뒷 이야기와 회사 위기 극복과정 등을 자세히 소개해 눈길을 끌고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창립 40주년을 맞은 효성이 이날 발간한 ‘효성 40년사’는 1966년 창업과 이후 섬유산업 발전에 기여한 그룹 발전사, 경영이념, 연구활동, 육영사업 등을 망라한 내용을 담고있다.
총 802쪽 분량인 ‘효성 40년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뒷얘기 코너로 마련한 ‘효성, 길라잡이를 만나다’. 책자는 이곳에서 창업주인 만우(晩愚) 조홍제(1984년 별세) 회장이 호암 이병철 삼성 선대 회장과 결별한 사연을 소개했다.
사연은 이렇다. 조 회장은 1948년 이 회장과 의기 투합해 자본금 1000만원을 내고 삼성물산공사를 만들어 회사를 키웠다. 그러나 이후 이 회장이 조 회장에게 동업 청산을 요구하면서 지분 정리를 둘러싸고 갈등을 겪게 됐다.
결국 조 회장은 당시 은행관리를 받던 한국타이어와 한국나일론, 삼성이 갖고있던 주식 3분의 1을 받고 결별했다는 것이다.
책자는 조 회장이 이를 놓고 “내가 살아오는 동안에 내리지 않으면 안되는 수많은 결단 중에 가장 현명한 결단이었다. ’때로는 버리는 것이 얻는 것이요,버리지 않는 것이 곧 잃는 것이다’라는 역설적인 교훈은 내 후배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고 소회를 밝힌 것도 실었다.
이와함께 조홍제 회장이 조석래 효성 현 회장을 비롯해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 조욱래 동성개발 회장 등 3남에게 물려준 글귀도 책자는 소개했다.
조홍제 회장은 조석래 회장에게 숭덕광업(崇德廣業·덕을 높이고 업을 넓혀라), 조양래 회장에겐 자강불식(自强不息·쉬지말고 노력하라), 조욱래 회장에겐 유비무환(有備無患·항상 재난에 대비해 근심을 없애라)을 각각 휘호로 남겼다.
효성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었던 외환위기 직후 그룹 구조조정 작업의 막전막후도 소개됐다.
1998년 초 당시 조석래 회장은 모기업인 효성물산의 부도설이 금융권에 파다하게 번지면서 계열사들이 연쇄부도 위기에 몰리자 효성물산, 효성생활산업, 효성중공업, 효성T&C를 ㈜효성으로 전격 통합했다.
이 과정에서 조 회장은 주거래은행에 “합병에 따른 문제를 도와주면 모든 걸 바쳐서라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 않고 채권은행에 피해가 안가도록 하겠다. 합병후 경영이 제대로 안되면 모든 것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책자는 전했다. 책자는 또한 효성이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있는 타이어코드 등에 대한 강한 자부심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