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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술 사주는 읽고쓰기

오래 묵힌 글, 책과 세계 그리고 나



오래 묵힌 글을 방출합니다. 그동안 서랍 속에 쌓아두었던 글을 이제 하나씩 꺼내어 대방출하려 합니다.

 

완전한 글은 없다고 했습니다. 종이에 고정된 기록과 달리 온라인은 언제든 수정하고 덧붙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미완의 흔적이라도 남겨두는 편이 낫습니다.

 

짧은 책을 다시 읽는 일이 왜 이렇게도 어려운 걸까요.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만나면서, 다시 한번 ‘책과 세계 그리고 나’를 돌아봅니다.

 

 

강유원은 말합니다. “이 지구에 살아 있는 사람 중 절대다수가 책을 읽지 않는다.”

 

사자의 위장이 탈이 나면 풀을 먹듯, 병든 인간만이 책을 읽는다고 그는 썼습니다. 오늘날만이 아니라 인류 역사 전체를 놓고 보아도 책을 읽은 이는 전체 숫자에 비해 극히 적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립니다. 대다수가 하는 일이라 해서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압도적 다수가 책을 읽지 않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책 읽기는 소수의 음모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는 또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이 책을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썼다. 하나는 고전에 대한 자극을 주고, 다른 하나는 고전들이 서로 어떻게 이어지고 대화하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것이다. 어떤 목적이든 달성된다면 이 책은 불필요해진다. 결국 이 책은 잊히고 버려지기 위해 쓰였다.”

책은 영원히 남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책으로 이어주는 다리일 뿐이라는 그의 생각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인간을 움직이는 힘에 대한 정의도 내립니다. 인간을 움직이는 것은 두 가지, 공포와 탐욕입니다. 공포는 몸에 가해지는 고통에서 비롯되고, 탐욕은 몸에 가해지는 즐거움에서 생겨납니다.

 

짧은 책 한 권에서 던져진 이 사유들은 오래 묵혀 두었지만 여전히 선명합니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 그것을 둘러싼 강박, 그리고 인간을 움직이는 근원적인 힘까지. 이 오래된 기록을 꺼내는 이유는 결국 같은 자리로 돌아오기 위함입니다. 책과 세계, 그리고 나를 다시 이어 보기 위해서입니다.

2004_Summer_Lecture.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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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계 | 살림지식총서 85 | 강유원

고전을 통해 세계를 보는 시각을 넓혀주는 책. 15권의 고전들을 다섯 가지 주제로 나누어 책 속에 담긴 사회와 사상들을 살핀다. 마키아벨리의 , 다윈의 , 아담 스미스의 , 토마스 아퀴나스의 등

www.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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