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월러, 마음속 다리를 남긴 작가를 기억하며
로버트 월러, 마음속 다리를 남긴 작가를 기억하며1992년, 한 권의 소설이 전 세계 독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그 소설을 쓴 로버트 제임스 월러(Robert James Waller)가 2017년 3월 10일, 7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암 투병 끝에 찾아온 이별이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월러는 아이오와에서 자랐다. 그가 걸어온 길과 그의 작품 속 배경은 겹쳐 있다. 작은 마을, 넓은 평야, 그리고 시간 속에 잊힐 뻔한 목조 다리들. 그는 노던 아이오와 대학교에서 경영학과 경제학, 응용수학을 가르쳤고, 1981년부터 1986년까지 경영대학 학장을 맡았다. 평생 숫자와 관리, 논리와 전략 속에서 살았던 학자가, 세상의 가장 인간적인 순간을 그린..
생존 숫자가 사라지는 시간, 위안부 할머니 부고기사의 성찰
생존 숫자가 사라지는 시간, 위안부 할머니 부고기사의 성찰2025년, 정부에 공식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240명 중 단 6명만 살아 계신다. 김양주 할머니가 2022년 5월 세상을 떠난 뒤, 길원옥 할머니(2025년 2월), 이옥선 할머니(2025년 5월) 등 몇몇 생존자가 연이어 세상을 떠나면서 생존자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신문은 오래전부터 부고기사 말미에 남은 생존자 수를 기록했다. 단순한 숫자 같지만, 그것은 살아 있는 증언자와 역사적 흔적이 점점 사라져가는 과정을 눈으로 확인하게 하는 상징이었다.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등 4개 신문이 1996년부터 2021년까지 보도한 위안부 부고기사 307건을 분석한 결과, 70%가 생존자 수를 명시했고, 83.7%가 망자의..
야수의 피를 지닌 한 시인이 영면했다 - 박남철
박남철(朴南喆), 1953년 11월 23일 ~ 2014년 12월 6일 야수의 피를 지닌 한 시인이 세상을 떠났다. 그의 이름은 박남철. 이성복, 황지우와 함께 1980년대 한국 해체시를 대표하던 인물이다.1980년대는 리얼리즘과 민중시가 대세이던 시대였다. 시가 사회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는 요구가 강했고, 문학은 윤리의 도구로 동원되었다. 그런 시대에 그는 모든 금기를 정면으로 부수며 시를 해체의 언어로, 불화의 선언으로 바꾸었다.“이 좆만한 놈들이…” — 독자를 향한 도발그의 시 「독자놈들 길들이기」는 제목부터 전투적이다. 독자놈들 길들이기 —박남철 내 詩에 대하여 의아해하는 구시대의 독자 놈들에게— 차렷, 열중쉬엇, 차렷, 이 좆만한 놈들이…… 차렷, 열중쉬엇, 차렷, 열중쉬엇, ..